[사설]‘김준규 검찰’의 정치인 수사와 정치적 반대공세

  • 동아일보
  • 입력 2009년 12월 7일 03시 00분


한명숙 전 국무총리와 공성진 한나라당 최고위원, 현경병 한나라당 의원이 금품 수수 혐의로 검찰 수사를 받고 있다. 한 전 총리는 곽영욱 전 대한통운 사장에게서 인사 청탁의 대가나 불법 정치자금으로 5만 달러를 받은 혐의이다. 공 최고위원과 현 의원은 스테이트월셔 골프장 인허가 비리와 관련해 골프장 측에서 각각 억대와 수천만 원의 불법 정치자금을 받은 혐의이다. 노무현 전 대통령이 투신자살한 5월 이후 잠잠하던 정치인 수사가 동시다발로 진행되고 있으니 정치권이 긴장할 만하다.

한 전 총리는 곽 전 사장이 2007년 4월 업무 관련성이 적은 한국남동발전 사장에 임명된 것과 관련한 의혹을 받고 있다. 노무현 정부에서 2007년 3월까지 1년간 총리를 지낸 한 씨가 곽 전 사장의 추천서를 써 줬고, 곽 전 사장의 한국남동발전 사장 선임 시기와 그가 한 전 총리에게 돈을 건넸다고 진술한 시기가 비슷하다고 한다. 검찰이 자금 추적과 더불어 조만간 한 전 총리를 소환 조사한다고 하니 사실 여부가 밝혀질 것이다.

한 전 총리는 노무현 정권의 대표적 인물이다. 현재 민주당 상임고문을 맡고 있고 야권의 차기 서울시장 후보로 거론되고 있으니, 그의 비리 혐의가 사실로 드러날 경우 내년 1월 정치세력화를 도모하는 친노 그룹이나 민주당에 정치적 타격이 작지 않을 것이다. 그렇다고 민주당과 친노그룹 인사들이 ‘정치적 탄압’이니 ‘공작 수사’ ‘표적 수사’ 운운하면서 집단 반발하는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 자신들과 관련 있는 정치인은 어떤 비리 혐의가 포착되더라도 수사하지 말라는 것인가. 그들 주장대로 떳떳하다면 한 전 총리가 수사에 적극 협조하고, 야권은 잠자코 수사 진행 상황을 지켜볼 일이다. 검찰은 정치인 수사에서 여권이라고 봐주고 야권이라고 가혹하게 접근해서도 안 되지만, 그렇다고 야권이 정치적 반대 공세를 편다고 해서 흔들려서도 안 된다.

검찰은 한나라당 공 최고위원과 현 의원에 대해서도 흔들림 없는 수사를 해야 한다. 한나라당에서는 이 두 사람의 수사에 대한 언급이 없지만 여당은 살아있는 권력이다. 행여 축소 또는 봐주기 수사가 있다면 검찰은 신뢰를 잃고 야당 정치인에 대한 수사도 편파성 시비에 휘말릴 수밖에 없다. ‘김준규 검찰’의 칼이 얼마나 잘 들지 지켜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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