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상현, 전 국민 울린 ‘2군 극복 드라마’ 이동국, 추락한 천재 비난 딛고 ‘우승골’ 서희경, 2년 무명 설움끝 11승 몰아쳐
무라카미 하루키의 비유처럼 인생은 초콜릿 상자와 같다. 언제 무엇이 집힐지 모른다. 그래서 포기하지 않고 상자 속에 손을 집어넣는 집념이 성공의 필수요건이다. ‘무언가를 간절히 원할 때 온 우주가 소망이 실현되도록 돕는다’란 파울로 코엘류의 금언처럼.
동아스포츠대상 올해의 선수의 공통 키워드는 ‘불굴의 성취욕’이다. 현대 스포츠에서 스타는 스토리의 생산자다. 여기서 부가가치가 발생한다. 스토리에는 역경이 가미돼야 흡인력을 지닌다. 탄탄대로만 걷는다면 대중은 오히려 싫증낸다. 약자를 응원하기까지 한다. 반대로 시련에 맞서는 주인공과는 자기를 동화시킨다. 때문에 스타에게 도전은 숙명이다. 안주하는 스타는 새 스토리를 창조하지 못하기에 그 순간 상품성의 생명력이 다하는 것이다. 동아스포츠대상 수상자는 우리 시대의 슈퍼스타로서의 요건을 충족하고 있다. 위대한 도전, 담대한 응전. 이들의 성공 스토리는 곧 힘든 세상을 살고 있는 국민들 전체를 감화시킬 시대정신으로 모자람이 없다.
○단념하지 않는 용기
야구의 김상현(KIA)은 LG에서 전력 외 취급을 받았다. 설움에 한때 야구를 그만둘 생각까지 했었다. 시즌 중 KIA는 줍다시피 트레이드로 김상현을 데려왔다. 그러나 이 주목받지 못한 거래가 한국프로야구의 물줄기를 바꿔놓았다. ‘2군 용병’으로 불린 미완의 잠재력은 이적 후 황병일 타격코치를 만나 만개했다. 홈런왕, 타점왕, 한국시리즈 우승, MVP, 골든글러브…. 그리고 동아스포츠 대상은 동료 선수들에게도 인정받은 화룡점정이었다.
축구 이동국(전북)도 암울하게 2009년을 맞았다. 프리미어리그에 도전했다가 쓴맛을 봤고, 성남일화에서도 쫓겨나다시피 했다. 사람들이 ‘게으른 천재로 끝난’ 줄 예단할 때 반전이 터졌다. 최강희 감독을 만났고, 20골을 넣었으며, 창단 첫 우승을 선사했다. 필생의 숙원인 월드컵 출전을 위해 대표팀의 부름을 기다리고 있다.
남자농구 김주성(동부)이 가난한 가정환경을 딛고 자수성가한 미담은 CF로도 널리 알려진 얘기다. 여자농구 신정자(금호생명)는 국민은행 시절, 정선민에 가려 있었다. 그러다 ‘꼴찌 팀’ 금호생명으로 트레이드됐다. 여기서 이상윤 감독을 만났고, 신정자와 금호생명은 WKBL의 강자로 변신했다. 남자배구 박철우(현대 캐피탈)는 배구선수로서 치명적인 기흉을 딛고 코트를 누비는 투지의 사나이다. 2008∼2009시즌 흥국생명에서 뛰었던 여자배구 김연경도 한국 최고에 만족하지 않고 일본에 진출했다.
남자골프 수상자 배상문은 ‘장타에 비해 다듬어지지 않았다’는 지적을 딛고 2년 연속 상금왕에 올랐다. 여자골프 수상자 서희경은 프로 입문 후 2년간 전혀 성적을 못낸 완전 무명이었으나 작년 8월 첫 우승을 계기로 11승을 몰아치는 저력을 발휘했다. 기회가 오면 놓치지 않는 집념, 재능을 일깨워준 지도자, 치열한 상승욕구야말로 동아스포츠대상 수상자들의 공통 유전자인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