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명숙, 산자부장관에 ‘곽 前사장 잘 부탁한다’

석탄公 사장 탈락하자 ‘다른 자리 갈것’ 언질”
검찰, 한 前총리 불구속 기소… “곽 前사장, 당시 정세균 장관 따로 만나”

서울중앙지검 특수2부(부장 권오성)는 22일 곽영욱 전 대한통운 사장(69·구속 기소)에게서 대한석탄공사 사장 선임 청탁 대가로 5만 달러를 받은 혐의(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뇌물수수)로 한명숙 전 국무총리(65·사진)를 불구속 기소했다. 역대 총리 가운데 뇌물수수 혐의로 기소된 경우는 이번이 처음이다. 검찰은 곽 전 사장도 뇌물공여 혐의로 추가 기소했다.

검찰의 공소사실 요지에 따르면 곽 전 사장은 2006년 12월 20일 서울 종로구 삼청동 총리공관에서 한 전 총리, 당시 산업자원부 장관인 정세균 민주당 대표 등과 오찬을 함께한 뒤 한 전 총리에게 자신의 공기업 사장 취임을 돕기 위해 오찬 자리를 마련한 데 대한 감사의 뜻으로 5만 달러를 건넸다. 오찬 자리에서 한 전 총리는 대한석탄공사 사장 후보자 제청권자인 정 대표에게 “곽 전 사장을 잘 부탁한다”는 취지로 말했다고 검찰은 밝혔다.

그러나 2007년 초 곽 전 사장이 대한석탄공사 사장 공모에서 탈락하자 한 전 총리는 “이번에는 안 됐지만 곧 다른 공기업 사장으로 가게 될 것”이라고 미리 언질을 줬다는 것. 실제로 곽 전 사장은 한 전 총리에게서 이 말을 들은 뒤 2007년 3월 초 “사장 지원서를 제출하라”는 한국전력공사 임원의 연락을 받고 한전 자회사인 한국남동발전 사장에 지원해 3월 31일 사장으로 선임됐다.

이에 앞서 곽 전 사장은 정 대표와 따로 만난 적이 있으며 정 대표는 산자부 관계자들에게 곽 전 사장을 대한석탄공사 사장 후보로 적극 검토하라는 지시를 내린 것으로 검찰은 보고 있다. 그러나 검찰은 정 대표가 당시 어떤 역할을 했는지에 대해 “한 전 총리의 피의사실과 무관하다”며 밝히지 않았다.

한편 ‘한명숙 정치공작 분쇄 공동대책위원회’는 “증거도, 증인도 없고, 진술의 일관성과 신빙성도 없는 상황에서 70세 노인의 주장만을 바탕으로 작성된 공소장”이라고 반박했다.

이태훈 기자 jefflee@donga.com
최우열 기자 dnsp@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