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고 재테크 수단’ 달러→부동산→국내외 주식→금으로 변화

  • 동아일보
  • 입력 2009년 12월 24일 03시 00분


동아일보-미래에셋자산운용 공동 분석
1990년대 환란직후엔 예금 ‘최고’
금융위기 겪으며 안전 선호로 회귀

외환위기 이후 10여 년 동안 주요 재테크 투자자산의 수익성은 시기별로 다소의 기복은 있지만 예금 및 채권→달러→부동산→국내주식→브릭스주식→금 순으로 변화하는 양상을 보였다.

1990년대엔 뭐니뭐니해도 예금과 채권이 최고의 재테크 수단이었다. 당시 정기예금 금리는 대개 연 10%를 넘었다. 경제 고도성장기였던 이때 기업들이 돈을 끌어올 곳은 사실상 은행밖에 없었다. 주식시장이 산업계에 자금을 공급하기엔 규모나 질이 그다지 성숙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외환위기 직후에는 정부가 고금리 정책을 펴면서 금리가 최고 연 20%대 가까이 치솟기도 했다. LG경제연구원이 2002년에 펴낸 보고서에는 이 같은 시대흐름이 잘 반영돼 있다. 만약 1986년 7월에 1000만 원을 국채 및 정기예금에 거치식으로 투자했다면 2002년 7월까지 각각 560%, 332%의 수익을 얻을 수 있었다는 것. 같은 기간 주식 수익률은 190%에 불과했다.

그러나 예금의 독주시대는 2000년대 들어서자마자 사실상 막을 내렸다. 그 자리는 주식 부동산 등 ‘고위험 고수익’형 자산들이 차지했다. 또 투자수단과 지역이 다양해지면서 신흥시장 주식, 금, 달러 등이 한꺼번에 인기 투자대상으로 급부상했다. 실제로 이번 분석 결과 투자기간을 1년으로 잡았을 때 2000년대 들어 최고 수익률을 내는 투자자산은 해마다 급변하는 양상을 보였다.

2000년은 달러에 투자했다면 돈을 가장 많이 벌었을 시기다. 미국과 일본 경제의 경착륙 우려로 환율이 급등하면서 이해에 달러를 사 1년 동안 보유했다면 평균 15%가량의 고수익을 올릴 수 있었다.

그 다음엔 부동산의 시대가 찾아왔다. 2001년 서울 강남지역 부동산을 산 사람은 1년 뒤 평균 30%의 수익을 올렸다. 물론 이 시기 코스피 상승률도 매우 높았지만 정보기술(IT) 버블 붕괴 뒤에 찾아온 ‘반짝 반등’의 성격에 그쳤다. 곧이어 2003년 카드부실 사태를 맞으며 주가는 다시 곤두박질쳤다.

본격적인 주식투자 시대가 온 해는 해외는 2003년, 국내는 2004년이다. 세계경제 호황과 저금리 기조로 이 시기 주식시장은 전례 없는 황금기를 맞았다. 2003∼2006년의 4년간 해마다 1년씩 브릭스(브라질 러시아 인도 중국) 주식에 투자했다면 46%, 18%, 43%, 43%라는 초고수익 행진을 이어갈 수 있었다.

주식투자의 메리트는 2007년 미국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대출) 부실사태를 계기로 크게 줄어들기 시작했다. 2007∼2008년은 달러 약세와 인플레이션 우려로 금 투자가 각광을 받았고 지난해 말과 올해 초엔 경제위기에 뒤이은 금융 불안과 원화가치 추락으로 달러화, 채권, 예금 등 안전자산의 인기가 부활했다. 10년을 돌고 돌아 다시 나타난 현상이다.

유재동 기자 jarrett@donga.com

■ 어떻게 조사했나

투자자산별로 3년 - 1년단위 평균수익률 산출
수수료-세금 등 제외하고 평가손익만 따져


동아일보와 미래에셋자산운용은 2000년 1월(채권은 2001년 1월)부터 매월 투자를 시작해 일정 기간이 지난 뒤 얻을 수 있는 수익률을 모두 뽑은 뒤 투자자산별로 평균 기대수익률을 산출했다. 가령 3년 수익률은 ‘2000년 1월∼2003년 1월’, ‘2000년 2월∼2003년 2월’ 등으로 시작해 ‘2006년 10월∼2009년 10월’까지 모두 82차례 투자했을 때의 수익률을 평균했고, 1년 수익률은 ‘2000년 1월∼2001년 1월’부터 ‘2008년 10월∼2009년 10월’까지 106차례의 투자 수익률을 평균했다.

국내주식은 코스피를, 브릭스 주식은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 브릭스 지수를 각각 100% 추종하는 주식형펀드의 성과를 수익률 기준으로 삼았고 채권은 KIS종합채권지수를 복제한 채권형펀드로 수익률을 산정했다.

또 정기예금은 한국은행이 매월 발표하는 ‘예금은행 가중평균 수신금리’(단리)를 따랐으며 부동산은 국민은행의 주택가격지수(전국 및 서울 강남지역 주택 매매)를 기준으로 했다. 이 밖에 금과 달러화 수익률은 국제상품 및 외환시장 지표를 활용했다.

펀드에 붙는 각종 수수료나 은행 예금에 붙는 세금, 부동산 거래에 따르는 양도소득세 등은 계산하지 않고 평가손익만을 따졌다. 해외주식 투자도 해당 국가와의 환율 변동은 고려하지 않았다.

투자자들의 실제 수익률에 더 근접할 수 있도록 각 투자자산의 연 환산수익률은 매년 수익을 재투자하는 것을 가정해 계산했다. 예를 들어 투자원금 100만 원이 3년이 지나 130만 원으로 늘었다면(3년 수익률 30%) 연 환산수익률은 약 9.14%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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