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춘문예 2010]시조 ‘새, 혹은 목련’ 심사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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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1월 1일 03시 00분


이근배 씨
이근배 씨
모국어의 가락을 가장 높은 음계로 끌어올리는 시조의 새로운 가능성을 신춘문예에서 읽는다. 올해는 더욱 많은 작품이 각기 글감찾기와 말맛내기에서 기량을 보이고 있어 오직 한 편을 고르기에 어려움을 겪는 즐거움이 있었다.

‘에세닌의 시를 읽는 겨울밤’ (이윤훈)은 서른 나이에 스스로 목숨을 끊은 러시아 시인의 이름을 빌려 자작나무 숲이 있는 겨울 풍경 속으로 끌고 들어가고 있는데 시어의 새 맛이 덜 나고 ‘새로움에 대한 사색’ (송필국)은 고려의 충신 길재의 사당 ‘채미정’을 소재로 생각의 깊이를 파고들었으나 한문투가 거슬렸다. ‘널결눈빛’ (장은수)은 해인사 장경판전의 장엄을 들고 나왔으나 글이 설었으며 ‘빛의 걸음걸이’ (고은희)는 말의 꾸밈이 매우 세련되었으나 이미지를 받치는 주제가 미흡했고 ‘도비도 시편’ (김대룡)은 지금은 뭍이 된 내포의 한 섬을 배경으로 역사성을 갈무리해서 완성도를 보였으나 내용과 형식의 새로운 해석을 얻지 못했다.

당선작 ‘새 혹은 목련’(박해성)은 ‘왜 시조인가?’에 대한 분명한 답을 주는 작품이다. 역사적 사물이나 자연의 묘사가 아니더라도 현대시조로서의 기능을 오히려 깍듯이 해낼 수 있다는 가능성을 활짝 열고 있다. 감성의 붓놀림과 말의 꺾음과 이음새가 시조가 아니고는 감당 못할 모국어의 날렵한 비상이 맑은 음색을 끌고 온다. 더불어 시인의 힘찬 날갯짓을 빈다.

이근배 시조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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