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봇이 미술과 만나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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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1월 5일 03시 00분


소마미술관 ‘아이로봇’전
백남준 등 16명 작업 소개

‘아이로봇’전에 전시 중인 백남준의 ‘쿠베르탱’. 사진 제공 소마미술관
‘아이로봇’전에 전시 중인 백남준의 ‘쿠베르탱’. 사진 제공 소마미술관
만화영화의 주인공이자 장난감으로 사랑받는 로봇. 과학기술의 발달과 함께 산업 현장의 일꾼에서 수술실을 점령하는 첨단 지능을 갖춘 막강한 존재로 진화 중이다.

서울 송파구 방이동 소마미술관에서 열리는 ‘아이로봇(i Robot)’전은 인류의 꿈과 이상을 담은 로봇과 미술의 만남을 시도한다. 인간 상상력의 총합인 로봇을 소재로 작가적 감성을 풀어낸 작업에서 현대미술의 미래 지향적 모습이 엿보인다. 전시에선 백남준부터 최우람까지 16명의 작업을 볼 수 있다. 사람을 닮았으나 인간의 한계를 훌쩍 뛰어넘는 로봇의 세계가 어린이에겐 상상의 즐거움을, 어른에겐 유년 시절의 향수와 인류 미래에 대한 사유의 기회를 선사한다.

비디오 아트 거장 백남준의 작업이 먼저 눈길을 사로잡는다. 그는 근대 올림픽의 창시자인 피에르 쿠베르탱의 정신을 기리기 위해 모니터를 이어붙인 로봇을 제작하고, 전기 단자 등 하찮은 산업 부품으로 정감 넘치는 투박한 로봇을 만들었다. 그의 부인 구보타 시게코 씨가 만든 조깅하는 여인 로봇도 함께 전시 중이다.

폐기된 전자제품을 모아 빛을 내거나 소리를 내는 검정 무당벌레를 선보인 김동호, 물고기가 공장을 거쳐 통조림으로 나오는 과정을 익살스럽게 표현한 김영호, 영화와 만화에서 만나는 영웅을 로봇으로 표현한 고근호 씨의 작품도 보는 재미가 있다. 2차원의 평면을 3차원 세계로 재현한 용관, 변종의 유기체와 인간형상을 조각적으로 표현한 노진아, 신기하게 작동하는 기계생명체를 내놓은 최우람 씨의 작품도 흥미롭다. 젊은 작가 왕지원 씨는 앙코르와트 불상에서 받은 인상을 바탕으로 플라스틱 모형의 부처 로봇을 선보여 주목된다. “사이보그 기술을 통해 인간이라는 존재가 현재의 인간이 아닌 유한한 육체를 초월한 그 무언가로 바뀔 것”이라는 작가의 말이 의미심장하게 다가온다.

태엽 인형 등 로봇 유물을 통해 로봇의 역사를 간략하게 돌아보는 공간도 마련됐다. “로봇에게 예술은 엄마, 과학은 아빠”라고 설명하는 백성현 명지대 교수의 수집품들이다.

전시는 3월 14일까지. 1000∼3000원. 02-425-1077

고미석 기자 mskoh11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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