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성용 납북자가족모임 대표가 북한에 강제 송환되기 전 중국의 한 변방 수용소에 수감된 탈북자 2명의 모습이라며 동아일보에 공개한 사진 속의 최영애 씨(24)와 윤은실 씨(24)는 2008년 12월 12일 북송돼 북한 청진의 직결소에서 3개월간 조사를 받은 뒤 행방불명된 것으로 알려졌다. 최 대표는 “이 사진을 우리 정부에도 제공했다”고 밝혔다.
통일연구원 김수암 연구위원은 “북한에 송환되기 전 중국 당국에 억류된 상태에 있는 탈북자의 모습은 알려진 적이 없다”고 말했다. 중국 당국이 촬영한 것으로 추정되는 사진 속 탈북자들은 신상정보가 적힌 표지를 앞에 들고 있다. 2004년 탈북했다가 북송된 뒤 2007년 다시 탈북해 한국에 온 김모 씨는 5일 “체포된 뒤 공안 외사과와 변방 수용소에서 두 번 중국 당국에 의해 사진이 찍혔다”며 “이렇게 찍힌 사진이 신상정보와 함께 북한에 넘겨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이 점에 주목하고 있다. 이 사진이 중국 공안 외사과 또는 변방 수용소에 억류된 탈북자의 모습이 맞을 경우 중국이 북한에 강제송환할 탈북자들의 신상정보를 미리 제공하면서 송환에 협력해 왔음을 증명할 수 있는 자료이기 때문이다.
중국과 북한은 1998년 ‘국경지역에서 국가의 안전과 사회질서 유지사업에서 호상 협조할 데 대한 합의서’를 체결해 ‘중국 당국이 체포한 탈북자 명단과 관계 자료는 즉시 상대 측(북한)에 넘겨준다’고 규정했다. 북한인권시민연합 이영환 조사연구팀장은 “북한인권단체들이 그동안 협정이 실제 이뤄지고 있음을 증명할 자료를 찾으려 했지만 탈북자들 증언 외에는 증거를 찾을 수 없었다”고 말했다.
중국의 이 같은 행위에 대해 국제법 전문가들은 난민 신청권조차 박탈당한 채 북송될 경우 어떤 처벌을 받을지 모르는 탈북자에 대한 비인도적 행위라고 지적했다.
한 국제법 전문가는 “중국이 탈북자의 난민 지위를 인정하지 않는 것에서 나아가 범죄인을 인도하는 것처럼 신상정보까지 제공하는 것은 반인권적 행위”라고 말했다. 조정현 외교안보연구원 객원교수는 “탈북자가 북한 당국에 의해 고문이나 박해를 받을 가능성을 알면서 신상정보를 제공하는 것은 문제”라고 말했다. 10일 방한하는 위띳 문따폰 유엔 북한인권특별보고관과 면담이 예정된 북한인권시민연합은 문따폰 보고관에게 “유엔인권이사회와 총회에 제출할 보고서에 이번에 공개된 사진 관련 내용을 포함시켜 달라”고 요청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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