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향살이의 외로움을 달래주는 것 중 하나는 음식이다. 구수한 청국장이나 시큼한 김치 냄새만으로도 식욕을 돋우고 향수를 불러일으킨다.
대표팀의 남아공 전지훈련을 동행한 취재진의 음식타령도 마찬가지다.
매번 고기류와 베이컨 등 서양식을 먹다보면 느끼함이 가시지 않고, 김치 얘기만 나오면 군침을 삼키기 일쑤다. 도착 3일차에 우연히 들른 루스텐버그의 중국집 요리가 한국 입맛에 딱 맞았다면 그 기분을 누가 알까. 볶음밥에 새우튀김, 고추를 듬뿍 넣은 소고기 요리, 마파두부가 한국만큼 맛있다면 믿을 수 있겠는가. 취재진들은 쾌재를 불렀다.
해외 취재를 하다보면 한인회도 큰 힘이 된다.
한국식단을 마련해 초대해주는 날엔 기사 쓰는 손가락에 힘이 쏟는다. 남아공 취재 중 교민 한분이 이런 즐거움을 전해줬다. 7일 점심(현지시간)에 한국 취재진을 초청해 푸짐한 한식을 내놓았다.
오이 무침, 묵은 김치, 된장국, 김치전, 각종 나물 등으로 푸짐하게 차렸다. 지친 허기를 채우기에 충분했다. 이날 만찬은 루스텐버그에서 농장을 운영하는 조성수 씨가 제공했다. 30여 년간 선교사 생활을 한 그는 “이렇게 한국 분들에게 대접하는 것 자체가 기분 좋은 일”이라며 오히려 스스로 즐거움이라고 했다.
축구선수들에게도 음식은 중요하다. 열심히 뛰기 위해서는 잘 먹어야 한다. 한식과 양식을 적절히 섞는 것도 중요하지만, 전훈 기간 내내 한식으로 해결이 가능하다면 그 만큼 컨디션 유지에 유리하다.
대한축구협회는 루스텐버그에 캠프를 차린 허정무호에 한식 조리장을 동행시켰다. 김형채 조리장이 그 주인공이다. 대표팀의 훈련 기간이 길거나 여건이 썩 좋지 않은 곳이라면 김 조리장이 선수들의 입맛을 위해 따라간다. 없는 여건에서도 무엇이든 지 만들어내는 ‘미다스의 손’이라는 게 선수들이 공통된 의견이다. 김치찌개나 된장국은 물론이고 인삼이 없는 데도 닭을 구입해 속에 야채를 듬뿍 넣어 삼계탕을 끓이거나, 돼지고기를 푹 삶아 보쌈을 내놓으면 선수들에게 인기는 만점이다.
선수와 스태프들 모두 “한국 음식을 그리워해본 적이 없다”며 한목소리를 낸다. 김 조리장은 조리복 위에 대한축구협회를 상징하는 호랑이 문양과 태극기를 새겨 넣는 등 자긍심이 대단하다고 한다.
음식은 삶의 활력소다. 세계 어디에 가든 김치와 된장, 청국장이 있다면 한국인들은 그것만으로도 삶의 동기 부여가 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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