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경욱 기획재정부 제1차관이 어제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금통위)에 참석한 것을 두고 일각에서 ‘관치금융’ 논란을 제기했다. 정부가 통화정책에 영향력을 행사하려는 의도라는 것이다. 그렇지만 1998년 4월 시행된 개정 한은법 91조에 따라 재정부 차관과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은 금통위원들과 나란히 앉아 발언할 수 있는 권한이 있다. 참석 자체는 시빗거리가 안 된다.
금통위의 금리 결정은 한은의 정책목표인 물가안정은 물론이고 경제 전반에 큰 영향을 미치므로 재정부가 당연히 관심을 가져야 한다. 요즘 금리가 시장에서 ‘출구전략’의 개시 여부를 판단하는 기준으로 인식되기 때문에 더 민감하다. 이럴 때 재정부가 정책적 의사를 표명할 바에는 공식 또는 공개석상에서 하는 게 맞다. 장차관이 이따금 금리 수준에 대해 왈가왈부하는 것이 오히려 금통위를 무시하는 처사다. 그동안 역대 재정부 차관이 금통위에 네 차례만 참석하고 137차례나 불참한 게 오히려 잘못이다. 금융위도 밖에서 딴소리를 하지 말고 금통위에 부위원장을 참석시키는 게 맞다.
정부가 금통위에서 경제상황에 관한 의견을 밝힌다고 해서 금통위원이 압박감을 느낀다면 금통위가 약체라는 소리다. 금통위도 ‘정부는 금융통화에 관한 중요한 정책 수립 때 금통위 의견을 들어야 한다’는 한은법 93조에 따라 적극적으로 의견을 내야 한다.
재정부와 한은은 오랜 앙숙이다. 작년에도 한은에 금융기관에 대한 제한적 조사권을 부여하는 한은법 개정안을 놓고 충돌했고 금융감독원도 다툼에 가세했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초기에는 자금 공급과 관련해 두 기관이 정책 견해가 엇갈려 삐꺼덕거렸다. 금융시장의 안정을 도모해야 할 기관들이 되레 시장의 불안요소로 작용한 적도 있다. 외면적으론 금융정책 방향과 관련한 다툼으로 보이는 사안도 알고 보면 국민 경제와는 무관한 밥그릇 싸움일 때가 많았다. 감독권 끗발 싸움이거나 금융기관 낙하산 자리다툼인 경우도 왕왕 있었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세계 각국이 중앙은행의 기능을 재점검하고 있다. 우리도 누더기가 된 금융감독체계를 다듬을 필요가 있다. 중앙은행을 포함한 ‘광의(廣義)의 정부’가 신속하고도 정확한 정책대응을 할 수 있는 감독구조를 마련해야 한다. 우선 정부와 중앙은행 간의 긴밀한 정책공조가 필수적이다. 재정부 차관의 금통위 참석을 그런 좋은 관행을 만들어가는 계기로 삼을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