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함께 즐기는 스포츠]<3>실버세대의 운동權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1월 14일 03시 00분


老? NO!…“젊은 70대, 오늘도 뛴다”

△△야구단… ○○축구단…
고령화사회 운동은 필수

노인체육 갈수록 관심 커져
경제적 지원 등 있어야

늙지 않는다는 뜻인 ‘노노(NO老) 야구단’의 한 선수가 힘차게 공을 뿌리고 있다. 스포츠동아 자료 사진
늙지 않는다는 뜻인 ‘노노(NO老) 야구단’의 한 선수가 힘차게 공을 뿌리고 있다. 스포츠동아 자료 사진
경기 고양시에 사는 조관형 씨(62·유통업)는 2002년 심근경색으로 쓰러지면서 유일한 낙이던 등산을 못하게 됐다. 수술 뒤 동료들이 걷는 속도를 따라갈 수 없게 되자 크게 낙담했다. 그러다 국내 최고령 야구팀 ‘노노(NO老·늙지 않는다는 뜻) 야구단’에 가입했고 그는 다시 활력을 찾았다.

노노 야구단은 1997년 야구에 관심 있는 50대 이상 연령층을 주축으로 창단했다. 사회인 야구를 즐기다 팀에서 밀려난 사람들이 “우리끼리 해보자”며 만들었다. 현재 회원 33명, 평균 나이 63.5세. 서울 양천구 갈산초등학교에서 매주 일요일 운동한다.

야구단 총무인 조 씨는 “회원들이 여주, 이천, 천안, 청주 등 지방에도 많이 살지만 모임에 빠지는 일이 없다”고 말했다. 주로 자체 청백전을 하는데 운동 시간은 2시간 남짓. “운동량이 많지는 않아도 얻는 게 크다. 동료들과 느끼는 일체감이야말로 지루한 일상을 견디는 힘”이라고 강조했다.

2005년 4월 발족한 서울 성동구의 ‘장수 축구단’도 있다. 조기축구회에서 꾸준히 축구를 했지만 나이가 들며 설 자리가 없어진 70세 이상 고령자들이 모여 만들었다. 이들은 전국장수축구진흥회라는 단체를 설립해 규모를 키워 지난해부턴 매년 전국대회도 열고 있다. 채 5년이 안 돼 전국에 38개 팀이 생겼고 회원이 1000여 명에 이른다. 성동구 축구단의 경우 회원 전원이 70세가 넘고 80세 이상도 여럿 있지만 여느 노인들과는 몸이 다르다. 25분씩 4쿼터 경기를 거뜬하게 뛴다. 김길문 회장(74)은 “회원 중 한 명은 소매치기를 5km 쫓아가 잡은 적도 있다”고 했다. 건강해서 얻는 건 자신감이다. 이기필 단장(74)은 “회원들은 자기 동네에 경로당이 어디 있는지도 모른다”고 했다. 자신을 노인으로 생각하지 않는다는 얘기다.

통계청에 따르면 2008년 65세 이상 노인 인구 비율은 10.3%. 국민 10명 중 1명이 65세 이상이다. 더구나 출산율은 감소하고, 평균수명은 늘어나는 추세라 2025년경에는 노인 비율이 16.9%까지 치솟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노인들 대부분이 별로 할 게 없다는 것이 큰 문제다. 생리적으로 근육을 비롯해 몸의 기능은 쓰지 않으면 퇴화한다. 거동이 불편해질수록 활동을 더 안 하는 악순환이 일어난다. 무기력한 노인이 넘쳐나는 사회가 건강할 리 없다.

다행히 정부도 노인체육 활성화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 국민체육진흥공단은 2006년부터 매년 공공 체육서비스가 열악한 지역 7곳을 선정해 노인들도 운동할 수 있는 복합체육관을 짓고 있다. 어르신 생활체육지도자 교육, 전국 어르신 체육대회 개최 등 노인체육 활성화를 위해 12억6400만 원을 올해 예산으로 배정했다.

하지만 운동시설을 만들고 지도자를 양성하고 대회를 만드는 것으로 노인들을 집 밖으로 끌어낼 수 있을까. 노노 야구단과 장수 축구단 회원들이 생각하는 노인체육 활성화의 가장 큰 걸림돌은 ‘돈’이다. 자식들에게 용돈을 타 쓰는 처지여서 월 2만∼3만 원의 회비도 부담스러운 게 현실이다. 노노 야구단의 경우 지역 사회인야구 리그에 가입하고 싶지만 리그 가입비와 연회비 부담 때문에 미루고 있다. 노령 인구가 체육활동을 하는 데 경제적 부담을 느끼지 않도록 제도적인 뒷받침이 있어야 하는 이유다.

김성규 기자 kims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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