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자기소개서 만들기]인사 담당자는 알고 있다…‘재활용 소개서’인지 아닌지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1월 14일 03시 00분


《2월 경기도 소재 대학의 컴퓨터학과를 졸업하는 김모 씨(23·여)는 아직 자신의 진로를 구체적으로 고민해본 적이 없다. 졸업이 코앞에 닥쳤으니 남들처럼 취업을 하긴 해야 하는 상황에서 이왕이면 전공을 살릴 수 있는 직무가 좋겠다는 것 외에 자신이 무엇을 하고 싶은지 확신이 서지 않는다.

사실 상당수 구직자가 취업이라는 관문 앞에서 적성과 능력에 대한 큰 고민 없이 무작정 공인어학능력시험 점수와 학점만 따놓고 수십 군데 원서를 넣는다. 그렇다보니 지원하는 회사 및 업무와 상관없는 무난한 자기소개서를 쓰려고 한다. 하지만 기업은 그런 ‘묻지마 지원자’들의 자기소개서는 금세 알아차린다.

이번 주 ‘A+ 자기소개서 만들기’에서는 김 씨처럼 진로에 확신이 서지 않은 상황에서 자기소개서를 써야 하는 구직자를 대상으로 조언한다. 취업포털 커리어 경력개발연구소 고진선 컨설턴트가 직접 첨삭에 나섰다.》
■ 컴퓨터학을 전공한 김 씨의 자기소개서

# 성장 과정

종교적으로 믿음이 강하신 부모님 슬하 4녀 중 막내로 태어났습니다. 막내로 태어나 가족들에게 남다른 사랑을 받아왔습니다. 부유하게 자란 것은 아니지만 부족함 없이 남들보다 무엇이든 빨리 접할 기회를 부모님이 주셨습니다. 또래들이 컴퓨터를 쉽게 접하지 못한 초등학교 시절 저는 컴퓨터에 남다른 관심을 보였습니다. 고교 시절 대학 진학을 앞두고 많은 고민을 했습니다. 제 미래를 결정하는 중요한 순간이라 제 취미와 적성을 따라 컴퓨터학과에 진학하게 됐습니다.

# 성격의 장단점

최대 장점은 리더십입니다. 리더십이 있어 무리 속에 있을 때 뒤에서 지켜보는 것보다 항상 참여하려고 노력을 합니다. 열정을 보이며 무엇이든 열심히 해보자는 마음을 갖습니다. 하지만 이런 리더십이 때로는 단점이 될 수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제 주장을 확고히 밝히는 성격 때문에 고집이 세다는 소리를 들을 때도 있습니다. 하지만 꼭 단점이라고 생각지는 않습니다. 고집이 있다면 어떤 일이든 확실히 하려는 열정을 갖고 있다는 생각이 들기 때문입니다.

# 대학생활 및 경력

컴퓨터정보학과에 진학해서 컴퓨터를 중심으로 배웠습니다. 여름방학 한 달 동안 컴퓨터 관련 회사에서 실습을 해본 경험이 있습니다. 한 달 동안 미디어센터에서 인턴으로 근무하며 구청별 제안서와 엑셀, 파워포인트 등 교재를 제작하는 일을 했습니다.

# 희망업무 및 포부

사회생활의 첫발을 내디디며 항상 최선을 다해 열심히 하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가장 중요한 것은 제 적성에 맞고 흥미를 갖고 할 수 있는 일인가이지만 맡겨진 임무에 최선을 다하는 성실한 인재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항상 노력에 노력을 거듭해 맡은 분야에서 최고가 되고자 하는 포부를 갖고 일할 생각입니다.
지원회사-희망직무 에피소드 곁들여 개성있게 써야

○ 채용전문가의 조언


인사담당자가 자기소개서에서 보고자 하는 내용은 직무와의 연관성이다. 대부분의 구직자는 자기소개서 성장과정 부분을 오해할 때가 많다. 개인의 인생을 연대기 형태로 적는 것이 성장과정이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정작 인사담당자는 지원자가 성장과정에서 직무에 필요한 역량을 어떻게 갖추게 됐는지를 본다. 김 씨의 성장과정은 직무와의 연계성을 찾아보기 힘들다. 물론 뒷부분에 본인이 컴퓨터를 전공하게 된 배경을 적기는 했으나 취미와 적성, 그리고 남다른 관심만으로 연관성을 뒷받침하기는 힘들다.

성격에서 리더십이란 한 가지 소재를 들어 장점과 단점으로 이야기한 시도는 좋다. 하지만 에피소드를 들어 구체적으로 설명했다면 더 설득력 있게 들릴 수 있다. 기업은 우수한 개인보다는 조직 내 융화를 중점적으로 보기 때문에 고집이 세다는 단점은 부정적으로 비칠 수 있다.

신입직의 경우 가장 쓰기 힘든 부분이 경력이다. 재학 시절 실습과 인턴 경험을 적은 것은 좋으나 단순나열식으로 어떤 업무를 했다고 하면 본인의 역량이 어떤지 가늠할 수 없다. 그런 경험에서 얻었던 성공사례를 언급할 필요가 있다.

‘최선’ ‘열심히’ ‘성실한’ 등과 같은 말은 보기엔 좋아 보이나 누구나 쓸 수 있는 추상적인 단어다. 지원 회사를 바꿔도 똑같이 쓰게 되는 이런 표현은 ‘묻지마 지원’으로 보일 수 있다. 김 씨의 자기소개서를 보면 어느 회사에 어떤 직무를 지원하는지가 나타나 있지 않다. 지원하고자 하는 회사를 좀 더 조사해보고 회사와 본인의 희망직무를 연관지어 포부를 밝힐 필요가 있다. 지원 회사와 희망직무에 맞는 자신만의 에피소드로 세상에 하나밖에 없는 자기소개서를 작성해야 좀 더 경쟁력 있는 자기소개서가 될 것이다.

정효진 기자 wiseweb@donga.com
※ 동아경제 취업&창업에서는 취업포털 커리어와 함께 채용전문가가 구직자의 자기소개서에 대해 조언하는 ‘A+ 자기소개서 만들기’를 준비했습니다. 전문가 조언을 원하는 구직자는 wiseweb@donga.com으로 본인의 이력서와 자기소개서를 보내주십시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