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자왕’ 이동국(31·전북)이 드디어 침묵을 깨며 포효했다. 이동국은 14일(이하 현지시간) 남아프리카공화국 포트 엘리자베스 넬슨 만델라 베이 스타디움에서 열린 현지 클럽 베이 유나이티드 FC와 경기에서 2골을 뽑아내며 골 가뭄에 종지부를 찍었다.
비록 상대가 남아공 프로 2부리그 팀으로 약체였지만 이동국은 대표팀 유니폼을 입고 2006년 2월 15일 멕시코와의 평가전 이후 무려 1430일 만에 골 세리머니를 연출했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었다.
●부담을 털어버린 한 방
이동국은 이날 허정무호 사단에 합류한 이후 7경기에 나선 끝에 마수걸이에 성공했다. 최전방 스트라이커로 골을 넣지 못했다는 부담감을 조금이나마 덜어낼 수 있게 됐다. 지난해 8월 파라과이와의 평가전부터 허정무호에 합류한 이동국은 이후 계속해서 출전기회를 잡았지만 골을 넣지 못해 K리그 득점왕이라는 타이틀이 무색했다.
지난 9일 열렸던 잠비아의 평가전에서는 45분간 뛰며 득점 없이 물러난 뒤 “감독님이 좀 더 믿음을 가지고 기회를 줬으면 좋겠다”라고 하소연을 하기도 했다. 하지만 남아공에서 마지막 가진 연습경기에서 골을 넣으며 허 감독에게 조금이나마 믿음을 줄 수 있게 됐다. 개인적으로는 골에 대한 조급함을 털어버릴 수 있게 됐다.
●경쟁은 이제부터
지금까지 이동국은 월드컵 최종엔트리 경쟁에서 포지션 경쟁자들보다 뒤쳐져 있었다. 대표팀에서 합류해 별다른 활약상이 없었고, 플레이 내용도 그다지 좋지 않았다. 이 때문에 대표팀 안팎에서는 이동국 선발을 놓고 많은 논란이 일었다.
하지만 ‘고기도 먹어 본 사람이 잘 먹는다’라는 말처럼 이동국은 위기 상황에서 득점포를 뿜어내며 다시 기지개를 켰다. 월드컵 최종엔트리 발탁을 향한 경쟁이 끝나지 않았음을 선포한 셈이다.
이동국이 아직 넘어야 할 관문은 많다. 앞으로 스페인에서 열리는 2차례 A매치에서 핀란드, 라트비아 등 유럽 팀들을 상대로도 득점포 가동 뿐 아니라 적극적인 움직임 등을 통해 팀 공격력을 끌어올려야만 남아공행 티켓에 가까이 다가갈 수 있다.
이동국은 한국축구의 기회 땅으로 불리는 전훈지 ‘스페인’에서 한 층 발전된 모습을 보여주겠다고 발톱을 날카롭게 가다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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