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일 청와대에서 이명박 대통령이 참석한 가운데 열린 제2차 국민원로회의에서 전직 국무총리와 국회의장 등 사회 원로들이 세종시 문제와 관련한 의견과 조언을 내놓았다.
의장을 맡고 있는 김남조 숙명여대 명예교수는 “수도의 중심 기능인 행정권이 황량한 신도시로 간다고 했을 때 납득하기 어려웠다. 한 해는 촛불시위로, 한 해는 세종시 문제로 허비하는데 참으로 안타깝다”고 지적했다. 김수한 전 국회의장은 “당장의 상황에 즉각 반응하기보다는 좀 더 큰 안목으로 살펴봐야 한다. 감성으로 몰아가는 분위기에는 문제가 있다”고 말했다.
이만섭 전 국회의장은 “충청도민들의 상처를 어루만져 줘야 한다”면서도 “처음부터 출발이 잘못됐다. 그것이 꼬이고 꼬여 더 복잡해졌고, 지금은 풀기 어려운 상태까지 왔다”고 진단했다. 또 그는 “대통령이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를 만나는 게 좋겠다”고 제안했다.
이 대통령은 이날 세종시와 관련한 직접적인 언급은 하지 않았다. 다만 “특정한 문제에 얽매여 국정 전반에 차질을 빚는 우를 범하지 않겠다”며 “정부의 어느 한 정책도 소홀히 하지 않겠다. 지금은 하루도 지체할 수 없는 중요한 시기다”라고 밝혔다. 세종시 이슈에 매몰돼 국정이 흔들리는 것을 차단함과 동시에 수정안과 관련한 국민 여론을 좀 더 지켜보겠다는 뜻으로 보인다.
이날 회의에는 박관용 전 국회의장, 정재철 이철승 전 국회의원, 박동진 전 외무부 장관, 백선엽 전 교통부 장관, 김상하 삼양그룹 회장, 이규성 전 재정경제부 장관, 박승 전 한국은행 총재, 서영훈 이윤구 전 대한적십자사 총재, 김영일 전 육군대학 총장, 송월주 전 조계종 총무원장, 정의채 전 가톨릭대 총장, 윤관 전 대법원장, 권이혁 전 문교부 장관, 김시중 김진현 전 과학기술처 장관, 김상주 대한민국학술원 회장, 정범모 전 충북대 총장, 차하순 전 서강대 부총장, 조용기 한국대학법인협의회장, 김수용 이준 전 대한민국예술원 회장, 채영복 전 과학기술부 장관, 이어령 전 문화부 장관, 신영균 전 한국예술문화단체총연합회 회장, 이인영 전 대한민국예술원 부회장, 이상훈 전 국방부 장관, 황병기 이화여대 명예교수, 정광모 한국소비자연맹 회장 등 37명이 참석했다. 이날 참석자 가운데 세종시 원안 고수를 지지하는 취지의 발언을 한 사람은 없었다고 박선규 청와대 대변인은 전했다. 고기정 기자 koh@donga.com ▼“尾生之信…” 정몽준 ‘朴약속론’ 우회 비판▼ 한나라당 정몽준 대표는 14일 최고위원회의에서 “중국에 미생지신(尾生之信)이라는 말이 있는데 미생이라는 젊은이가 애인과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 비가 많이 오는데도 다리 밑에서 기다리다가 결국 익사했다는 고사”라고 말했다. 정 대표는 “의원 개개인이 국가 전체만 생각하면서 최선을 다하는 모습을 보일 때 신뢰는 형성될 것이라 본다”면서 미생지신 얘기를 꺼냈다. 국민과의 약속을 강조하는 박근혜 전 대표를 우회적으로 비판한 것이다.
정 대표는 이어 “정부가 일시적으로 잘못된 판단을 해도 사람이 하는 일이기 때문에 이를 고집하지 않고 올바르게 고쳐 나가려 애쓴다면 국민은 정부를 신뢰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기현 기자 kimkihy@donga.com ▼개신교 원로 21명 “박근혜, 대국적 결단을”▼ 조용기 여의도순복음교회 원로 목사 등 기독교 원로 목사 21명은 14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 CCMM빌딩에서 조찬간담회를 갖고 세종시 문제와 관련해 “여당은 국론통합을 위해 책임 있는 자세로 토론에 앞장서라”고 촉구했다.
이들은 성명에서 “세종시 수정안으로 인한 혼란은 경제위기 극복의 발목을 잡는 것은 물론 지역 이념 정파 갈등을 더욱 고착시킬 것”이라며 “정파적 이해와 욕심 때문에 무조건 반대 또는 찬성으로 국민을 선동해서는 안 된다”고 밝혔다. 한나라당 박근혜 전 대표에 대해선 “집권당으로서 분열의 모습을 자제하고 국론통합을 위해 책임 있는 자세로 여론 설득에 앞장서라”며 “박 전 대표도 열린 자세로 대국적 결단을 내릴 것을 촉구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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