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일보와 한규섭-임요한 교수팀의 조사 결과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친 변수는 여야 간은 물론 각 당내에서도 찬성과 반대(기권 및 불참 포함)가 크게 엇갈린 법안들에 대한 투표결과였다. 한-임 교수팀은 전체 720건의 법안 가운데 △가축전염병예방법 개정안 △군의문사 진상규명 특별법 개정안 △변호사시험법안 △은행법 개정안에 대한 수정안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법 개정안 등 5개 법안을 대표적인 사례로 꼽았다.
미국산 쇠고기 수입 반대 촛불시위 이후 한미 재협상이 타결된 뒤인 2008년 8월 통과된 가축전염병예방법 개정안은 광우병이 발생한 국가의 쇠고기 수입을 제한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여야 원내대표가 합의했지만 정치권에선 여전히 반대가 적지 않았다. 촛불시위 당시 “국민이 원하면 재협상도 할 수 있다”고 했던 한나라당 박근혜 전 대표는 찬성 당론과 달리 표결에 불참했다. 한나라당 내에서 상대적으로 자기 목소리를 내온 남경필 원희룡 의원도 각각 불참과 반대를 했다.
2009년 2월 부결된 변호사시험법안은 ‘부익부 빈익빈’ 논쟁을 불러왔던 법이다. 한나라당 강용석 의원은 표결 전 반대토론을 통해 “학비가 비싼 로스쿨 졸업생에게만 변호사자격시험을 치르게 하는 건 악법 중의 악법”이라고 주장했다. 한나라당에서만 70여 표의 기권 및 반대표가 쏟아졌다. 박 전 대표와 남 의원 등은 기권했고, 정몽준 대표와 원 의원은 불참했지만 홍준표 의원은 찬성했다. 민주당은 정세균 대표가 찬성한 반면 추미애 의원은 반대했다.
2009년 3월 통과된 기업의 출자총액제한 폐지법안, 2009년 4월 통과된 은행법 개정안은 대기업의 투자 및 은행 지배에 대한 논쟁을 불렀다. 정몽준 대표는 모두 찬성한 반면 박 전 대표는 두 법안 모두 기권하거나 불참해 부정적 의사를 표시했고 정세균 대표는 모두 반대했다.
2008년 12월 통과된 군의문사 진상규명특별법 개정안은 기한이 만료된 진상규명위의 활동을 놓고 “끝내자”(한나라당)와 “좀 더 조사하자”(민주당)는 주장이 팽팽히 맞서다 ‘1년 연장’으로 합의했다. 박 전 대표는 불참했지만 홍준표 남경필 원희룡 의원 등은 찬성했다.
이번 조사 결과 보수적 이념성향으로 알려진 박 전 대표는 당내에서 찬반이 많이 엇갈린 5개 법안 가운데 한 건도 찬성을 하지 않았다. 반면 정몽준 대표는 변호사시험법안 투표에만 불참했을 뿐 나머지는 모두 찬성해 보수적 성향이 강하게 드러났다. 민주당 추미애 의원은 5건 모두 반대 및 불참을 했다. 자유선진당 이회창 총재는 2개 법안에는 찬성하고 3개 법안에는 불참해 5개 법안으로 본 이념성향에서는 한나라당과 민주당 사이에 위치했다.
한편 5개 법안에서 민주노동당 전원(5명)은 변호사법안을 제외한 대부분 법안에서 반대하거나 불참하는 ‘단일 대오’를 유지했다. 은행법 개정안에 대한 수정안,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법 개정안은 모두 반대했으며 군의문사 진상규명 특별법 개정안은 모두 불참했다. 그러나 변호사시험법안에서는 각기 다른 의견을 보였다. 강기갑 곽정숙 홍희덕 의원은 찬성표를 던진 반면 권영길 의원과 변호사 출신인 이정희 의원은 불참했다. 당 관계자는 “당내 토론과정에서 찬반이 엇갈려 결국 자유투표를 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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