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라덴, 휴스턴의 광팬' 독재자들이 사랑한 가수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1월 20일 14시 39분


오사마 빈 라덴- 휘트니 휴스턴. 동아일보 자료사진
오사마 빈 라덴- 휘트니 휴스턴. 동아일보 자료사진
1980년 4월. 영국으로부터 독립한 짐바브웨는 독립을 기념하는 축제에 자메이카 출신의 가수 밥 말리를 초대했다. 10만여 군중은 그에게 열광했지만 로버트 무가베 대통령만은 불만족스러운 표정이었다. 그는 밥 말리 대신 "항상 신중해 보이는 클리프 리처드"를 부르길 원했었다.

이처럼 무소불위의 권력을 휘두르는 세계적 독재자들도 음악만은 크루너(중저음의 부드럽고 편안한 목소리로 노래하는 가수들을 지칭)를 선호하는 경우가 많다고 영국 텔레그라프가 19일 보도했다.

알 카에다 지도자 오사마 빈 라덴은 휘트니 휴스턴의 열혈 팬이었다. 1996년 그의 성노예로 잡혀있던 시인 콜라 부프는 오사마 빈 라덴이 그룹 반 헤일런과 B-52s, 팝스타 휘트니 휴스턴을 좋아했다고 밝혔다. 특히 휴스턴을 가장 좋아했는데 당시 휴스턴의 남편이었던 바비 브라운을 살해한 뒤 수단에 저택을 얻어주고 싶다고 말했을 정도로 휴스턴을 '짝사랑'했었다고.

리비아 지도자 무아마르 가다피는 2006년 열린 '평화를 위한 콘서트'에 참석한 R&B 가수 라이오넬 리치에게 사인을 요청했다. 이 콘서트는 1986년 미국의 리비아 폭격을 추모하는 자리였으며 폭격으로 가다피가 입양한 딸 한나가 사망하기도 했다.

김정일 국방위원장은 2008년 세계적인 기타리스트 에릭 클랩튼에게 북한 평양에서 공연을 할 것을 제안했으나 클랩튼은 거절했다. 공연이 성사됐다면 서구 팝스타 최초의 평양공연으로 기록됐을 것이다. 김정일의 차남 김정철도 클랩튼의 열렬한 팬으로 스위스 유학 당시 클랩튼의 콘서트를 관람하기 위해 독일행 비행기를 네 번이나 탄 것으로 알려졌다.

슬로비아 밀로셰비치 전 유고 대통령은 감옥에 있을 때 프랭크 시나트라의 '마이 웨이'를 즐겨들었으며 마흐무드 아흐마디네자드 이란 대통령은 아일랜드 출신 가수 크리스 디 버그의 팬으로 알려졌다.

김아연 기자 ay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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