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들 김완제가 기억하는 김현식
아버지 명곡? 변덕쟁이가 애틋해요
어린시절의 엄마와 제 얘기잖아요
아버지 못다한 길 따라 가수의 길로
“저한텐 ‘변덕쟁이’지요.”
김현식이 남긴 수많은 명곡 중에 아들 김완제는 ‘변덕쟁이’를 으뜸으로 꼽았다. 어린 시절의 자신과 엄마를 생각하며 김현식이 쓰고, 부른 노래였다는 뒷이야기. 초등학교 2학년 때 영원히 이별한 아버지 김현식을 아들 또한 그의 팬들처럼 노래로 더듬고 있었다.
“아버지의 아들이지만 저 또한 사람들이 아는 만큼만 안다”며 머리를 긁적이던 김완제. 그가 기억하는 가수 김현식의 라이브는 “방에서 기타를 ‘뎅뎅’ 치는 소리가 전부”라고 했다.
보통의 아버지가 그렇듯 김현식 또한 아들에게는 ‘무서운 아버지’로 남아있다. 강한 아들이 되길 원했던 건지 김현식은 아들이 태권도장에 가는 것을 좋아했고, 때론 “친구들과 거리에서 대련도 시켰다”고 했다.
그의 얼굴을 가만히 보니 김현식과 코가 많이 닮은 것도 같았다. 김완제는 “그런가요?”라고 되물으며 “실은 어머니를 더 닮았다”고 했다. 그렇다면 목소리는 어떨까.
“아버지 1집 때와 비슷하다고 주변에서 말씀하더라고요. 목소리가 변하기 전에 ‘미성’일 때라고…. 전 잘 모르겠어요.”
김현식이 일부러 목소리를 ‘탁성’으로 바꿨는지는 어린 아들로선 “모르는” 일. 아버지처럼 거친 목소리를 갖고 싶어 시도해본 적도 있지만, 안타깝게도 “목청이 너무 튼튼해 실패로 돌아갔다”고 김완제는 고백했다.
그는 아버지 김현식의 추모 앨범에 뜻 깊은 노래를 싣게 됐다. ‘내 사랑 내 곁에’, ‘언제나 그대 내 곁에’ 등 김현식의 목소리를 복원해 그와 듀엣으로 부르게 된 것. 미국의 여가수 나탈리 콜이 세상을 떠난 그녀의 아버지 냇킹 콜의 히트곡 ‘언포게터블’(unforgettable)을 듀엣으로 다시 음반에 담았던 것을 연상하면 될 듯 하다.
고인이 된 아버지와 함께 부르는 노래. 소감을 묻자 김완제는 “혼자 부르는 것보다 부담이 덜 할 것 같다”고 했다. 그것이 세상의 모든 아버지가 지닌 ‘존재감’이란 걸까.
흔히 이름의 뜻을 풀어보면 부모, 특히나 아버지가 자식에게 품는 바람을 엿볼 수 있다고 한다. 완전할 완(完)에 다스릴 제(制)를 쓰는 걸 보면, 김현식은 아들이 혹여 정치인이 되길 바랐던 건 아닐까. “작명소에서 지어 오셨다던데요.” 김완제는 환한 웃음을 지었다.
추모 앨범 참여와 함께 김완제도 아버지의 못 다한 길을 따라 가수로 나서게 됐다. 그가 팬들에게 선보일 음악은 어떤 것일지 궁금했다. 김완제는 남성 듀오 ‘리쌍’을 좋아한다고 했다.
“R&B 힙합 장르를 해보고 싶어요. 랩은 썩 잘하는 편이 아니라, 노래 부분만 맡고 싶고요. (웃음)” 김완제의 데뷔 앨범은 가을께 선보일 예정. 먼 훗날 그는 “녹음실을 차리고 싶다”는 꿈도 품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