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풀뿌리 교육자치’를 표방한 전국교육희망네트워크(이하 교육희망넷)의 운영위원 및 심의위원 선거에서 현직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 위원장을 포함한 전현직 전교조 지도부가 대거 당선됐다. 모두 18명을 뽑는 선거에 정진후 위원장과 지역 분회장 출신인 고춘식 전 한성여중 교장은 심의위원 후보로, 박석균 부위원장, 이용관 전 정책실장, 안승문 전 서울시 교육위원(전교조 출신), 정희곤 전 부위원장, 조성범 경기지부 사무처장은 운영위원 후보로 나섰다. 투표는 인터넷과 모바일을 통해 실시됐으며 4일 최종집계 결과 이 전 정책실장을 제외한 전원이 당선됐다. 어떤 단체인가
‘풀뿌리 교육자치’ 슬로건 기초단체별 네트워크 조직 전교조와 공식연관은 부인
전교조 출신 인사들만 포진한 게 아니다. 총 24명이 등록한 운영위원 후보 중에는 ‘참교육을 위한 학부모회(참학)’, ‘민주화를 위한 전국교수협의회(민교협)’, ‘학교급식전국네트워크’ 등 친(親)전교조 성향 단체 출신자가 대거 포함돼 있다. 진보 성향의 교육계 인사들이 교육희망넷으로 모여들고 있는 것이다.
교육희망넷은 지난달 17일 공식 출범한 단체다. 이번에 실시된 운영위원, 심의위원 선거에 참여한 선거인단을 기준으로 할 때 회원 수는 2000여 명이다. 전국 조직을 표방하기엔 아직 규모가 크다고 하기는 어렵다. 그런데도 진보 진영의 관심이 교육희망넷으로 쏠리는 이유는 지금까지의 교육운동 단체와는 성격이 다른 조직이기 때문이다.
이들은 출범식에서 “교육·시민운동, 노동조합, 전문가, 정당, 사회단체 등이 소통 협력한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또 그동안 종적으로 이뤄진 운동을 횡적으로 전환하고 지역 운동역량을 모은다는 계획도 발표했다. 16개 시도와 232개 기초자치단체별로 풀뿌리 네트워크를 조직하고, 그곳을 중심으로 자기 지역의 교육 문제를 스스로 해결한다는 것이다. 중앙본부에서 각 지역으로 강령을 전달하는 ‘상명하달’ 방식의 기존 교육운동에서 벗어나자는 취지다. 전교조와의 관계
現위원장이 심의위원 부위원장은 운영위원에 ‘10대 과제’도 전교조와 비슷
전교조가 교육희망넷의 조직과 운영에 적극 가담하는 이유는 현재의 위기상황을 벗어나 영향력을 확대하기 위해서라는 분석이 많다. 전교조는 지난달 참교육실천대회에서 자체적으로 조직 위기상황을 진단한 뒤 지역별 소규모 분회 활동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는 결론을 내렸다. 이는 교육희망넷이 지향하는 방향과 일치한다.
교육희망넷은 전교조와의 공식적인 연관관계는 없다고 밝히고 있지만 전교조와 유사한 점은 곳곳에서 찾을 수 있다. 전교조 관계자들이 가담하고 있다는 것 외에도 교육희망넷 10대 과제의 내용은 전교조의 주장과 대부분 일치한다. 무상교육 확대, 일제고사 폐지, 무상급식 실시, 학생인권 보장 등이 대표적이다. 10대 과제는 모든 지역의 네트워크에서 동참하는 일종의 강령이다.
현재까지 출범한 광역시도 단위 네트워크는 부산, 광주, 서울 3곳이다. 인천, 울산, 충북, 전북, 경북, 제주도 출범을 준비하고 있다. 경기는 도 단위보다 기초자치단체 단위의 네트워크가 더욱 활발하다. 광명, 군포 지역 네트워크가 이미 출범했고 안양, 부천, 김포, 성남, 수원도 출범을 준비하고 있다. 각 지역 네트워크가 순조롭게 구축될 경우 전국 교육희망넷의 규모는 급격히 커질 것으로 보인다. 일례로 전남 지역의 네트워크 준비모임에는 1000여 명이 참여하고 있을 정도다.
안승문 교육희망넷 운영위원은 “대구에서 골프 연습장 대신 도서관이 들어서도록 만든 것이 풀뿌리 교육운동의 좋은 사례”라며 “지금까지와는 다른 형태의 교육 운동을 지속적으로 펼쳐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남윤서 기자 baron@donga.com
▼바로잡습니다▼ ◇5일자 A3면 ‘전국교육희망네트워크 간부선거’ 기사에서 안승문 운영위원 당선자는 전교조 전 대변인이 아닌 전 서울시 교육위원(전교조 출신)이며 송병춘 전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교육청소년위원장은 전직이 아닌 현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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