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량 리콜 사태에 직면한 도요타자동차에 대해 비판을 자제하던 일본 정부와 언론이 마침내 매를 들었다. 도요타 간판 차종인 신형 프리우스의 브레이크 결함과 은폐 의혹, 땜질식 처방이 이어진 지난주 후반부터다.
아사히신문은 6일 사설에서 도요타가 이미 작년 가을에 브레이크 결함을 파악했으면서도 처음엔 진정이 접수된 차량만 고쳐주겠다고 했다가 여론이 험악해지자 최근 리콜하기로 한 것은 때늦은 결정이라고 비판했다. 이 신문은 “가속페달 문제에 이어 이번에도 도요타가 둔감하게 대응한 것은 고객의 입장에서 생각하지 않았기 때문”이라며 “소비자의 안전제일주의 요구에 부응하지 못하는 기업은 살아남을 수 없다”고 질타했다.
요미우리신문도 같은 날 사설에서 “프리우스의 브레이크 문제는 자동차 기본성능에 관한 것으로 ‘운전자의 감각문제’로 치부하고 넘어갈 일이 아니다”며 “도요타가 첨단장비를 과신하고 고객의 목소리를 경시한 점을 부정할 수 없는 만큼 앞으로 소비자 진정을 처리하는 방법을 고쳐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 “미국에서도 도요타에 대한 비판이 거세지고 있기 때문에 잘못 대응하면 일본 제품 전반에 대한 신뢰가 훼손될 수 있다”며 “비판에 겸허하게 귀 기울이고 안전과 품질에 만전을 기하라”고 촉구했다.
프리우스의 결함이 드러나자 일본 정부도 일제히 도요타 비판 대열에 합류했다. 교통담당 장관인 마에하라 세이지(前原誠司) 국토교통상은 5일 기자회견에서 프리우스 문제에 대해 “문제의 크고 작음은 차를 사용하는 소비자가 느끼는 것으로, 회사 측이 (컴퓨터 프로그램의) 설정 문제로 돌리고 끝낼 얘기가 아니다”며 “도요타의 고객 관점이 결여돼 있다”고 비판했다. 프리우스의 브레이크 결함에 축소와 변명으로 일관하지 말고 신속한 리콜을 통해 소비자 불안을 해소하라는 메시지였다. 도요타의 리콜 사태 이후 일본 각료가 도요타를 이처럼 직설적으로 비판한 것은 처음이었다. 뉴욕타임스는 7일 인터넷판을 통해 “도요타가 문제를 인식하고 스스로 해결하려는 노력에 나서지 않고 미국과 일본 정부의 힐난을 들은 후에야 뒤늦게 움직였다”며 도요타가 안전 문제에 항상 늑장 대응으로 일관해 왔다고 비판했다. 1989년 렉서스 첫 모델에서 결함이 발견되자 신속대응팀을 구성해 소비자의 집에 직접 찾아가는 수고도 마다하지 않던 도요타가 그 이후엔 소비자 불만을 무시하거나 리콜을 꺼리는 등 결함에 수세적인 모습을 보여 왔다는 것이다.
한편 일본인들 사이에선 오히려 미국에 대한 반발이 서서히 고개를 들고 있다고 AP통신이 7일 보도했다. 최근 도요타 논란에 AP가 전한 일본인들의 정서는 “미국의 지나친 ‘일본 때리기(Japan-bashing)’이며 거기에는 뻔한 의도가 있지 않느냐”는 것. 일부 일본인은 도요타에 대한 극렬한 비난에 미국의 정치세력이 적극적으로 개입돼 있다는 ‘음모론’도 제기한다. 미국 정부가 파산 위기에 있던 제너럴모터스(GM) 회생에 나서며 GM의 지분 60.8%를 보유한 최대주주가 됐기 때문이라는 것. 도요타가 2008년 GM을 제치고 판매 대수에서 세계 1위를 차지한 것도 음모론의 근거가 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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