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걸리, 세계인의 술로/1부]<1> 건강과 기능을 담다 - ‘참살이 탁주’의 성공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2월 1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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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 2병 팔면서도 100% 국산햅쌀 고집… ‘1000% 성장’ 빚다

익어가는 ‘명품’품질, 맛, 효능 3박자를 갖춘 최고급 막걸리를 만들기 위해 쏟아 부은 노력이 지난해부터 서서히 빛을 보고 있다. 100% 유기농 햅쌀이 막걸리로 익어가고 있는 경기 광주시 실촌읍 참살이 탁주 술도가의 모습. 직원 윤광한 씨가 발효된 지 일주일 된 막걸리의 상태를 점검하고 있다. 이 상태로 3일이 지나면 우리가 마시는 막걸리의 형태가 된다. 광주=김재명 기자
익어가는 ‘명품’
품질, 맛, 효능 3박자를 갖춘 최고급 막걸리를 만들기 위해 쏟아 부은 노력이 지난해부터 서서히 빛을 보고 있다. 100% 유기농 햅쌀이 막걸리로 익어가고 있는 경기 광주시 실촌읍 참살이 탁주 술도가의 모습. 직원 윤광한 씨가 발효된 지 일주일 된 막걸리의 상태를 점검하고 있다. 이 상태로 3일이 지나면 우리가 마시는 막걸리의 형태가 된다. 광주=김재명 기자
#2005년 6월

“그래서 한 달에 우리 쌀을 얼마나 사용한다는 겁니까?”

경기도의 한 지방자치단체장 사무실. “우리 쌀을 이용한 최고급 막걸리를 만들 테니 용지 마련이나 세제혜택 등을 도와 달라”는 ‘참살이 탁주’ 강환구 대표이사의 설명이 끝나기 무섭게 단체장이 물었다.

“지금은 수요가 많지 않아 5t 정도지만 나중에는 더 많이….”

“그것밖에 안 돼요? 그럼 힘든데….”

강 대표의 말을 자르며 그가 심드렁하게 답했다. 강 대표는 그 뒤로도 “취지는 좋지만 조금 더 두고 봅시다”라는 말을 수도 없이 들었다.

#2010년 2월

경기 광주시 실촌읍 ‘참살이 탁주’ 사무실. 강 대표의 달력에는 해외 바이어들과의 미팅 일정이 빼곡히 차 있었다. 동아일보 취재팀이 찾은 8일 오전에도 그는 일본에서 온 바이어와 수출 상담을 한 직후였고 곧 미국 바이어와 상담이 예정돼 있다고 했다.

강 대표는 “유기농 햅쌀을 이용한 최고급 막걸리에 대한 관심이 매우 크다”며 “몇 년 동안 적자를 감수하고 꾸준히 만든 보람을 이제야 찾은 것 같다”며 웃었다. 참살이 탁주의 지난해 매출은 8억 원을 넘어섰다. 이는 2008년 매출보다 1000% 이상 신장한 것. 지난해 500t가량의 우리 쌀을 사용했고 올해는 두 배인 1000t가량을 사용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취지 좋지만 지원은 어렵다”
잇단 외면에도 고급화 주력
친환경-작은용량 전략 먹혀

○ 막걸리를 선택하다

강 대표의 아버지 강석필 옹은 전통주인 ‘남한산성소주’ 기능보유자로 경기무형문화재 13호로 지정된 전통주 명인이다. 강 대표도 아버지의 뒤를 이어 전통주 분야에 뛰어들어 2001년 문화재 전수자로 지정됐다. 그가 ‘막걸리’를 선택한 이유는 뭘까.

“전통주는 도수가 높아 시장에 한계가 있다고 봤다. 2004년부터 고민하던 중 막걸리가 눈에 들어왔다. ‘참살이(웰빙)’ 트렌드가 있고 음주 패턴도 저(低)알코올로 바뀌고 있었기 때문에 막걸리의 시대가 올 것이라 예감했다.”

하지만 시장엔 이미 수많은 막걸리가 있었다. 강 대표는 평소 친분이 있던 주류전문가 윤진원 씨(현 공동대표)와 수차례 논의 끝에 ‘최고급 막걸리’로 승부를 보자는 결정을 내렸다. 고급화를 내세우면서 값싼 수입쌀이 아니라 친환경 햅쌀로 만들기로 했다.

“명색이 전통주 명인인데 수입쌀을 쓰는 게 말이 되나. 지금도 그렇지만 대부분의 막걸리는 값싼 외국산 쌀로 만든다. 농민들이 ‘우리 쌀 안 팔린다’고 한탄하며 마시는 막걸리를 수입쌀로 만드는 현실이 가슴 아팠다.”

○ 친환경 햅쌀 막걸리 탄생

100% 친환경 햅쌀만을 이용해 만든 ‘참살이 탁주’는 2005년 첫 시제품이 나왔다. 이후 강 대표의 취지에 공감한 교수와 사업가가 합류하면서 2006년 10월 ‘글로벌식품외식사업단(GFBO)’을 출범시켰다. 연구개발(R&D)은 한경대 교수인 이학교 단장이, 유통 제조는 강 대표가, 기획 외식사업은 윤 대표가 맡으면서 본격적인 양산 체제를 갖췄다.

이 단장이 합류하면서 참살이 탁주의 효능에 대한 본격적인 연구가 진행됐다. 친환경 햅쌀을 사용했으니 막연히 몸에 좋을 것이라고 생각했지만 기대 이상이었다. 한경대 연구팀에 따르면 참살이 탁주는 숙취는 훨씬 덜한 반면 면역력을 키워주는 기능은 월등한 것으로 나타났다. 효능이 뛰어난 데다 우리 쌀을 이용했다는 상징성 때문에 참살이 탁주는 지난해 4월 한식세계화 국제심포지엄의 공식 오찬주로 선정됐다. 또 ‘2009 대한민국 전통주 품평회’에서 최고상인 금상을 수상했다.

처음엔 쉽지 않았다. 하루에 고작 2병을 파는 데 그친 날도 있었다. 상황이 바뀐 건 지난해 4월부터다. 때마침 일기 시작한 ‘막걸리 붐’을 타고 매출이 갑작스럽게 치솟았다. 특히 ‘100% 친환경 고급 막걸리’라는 차별화 포인트가 있고 혼자 마셔도 부담스럽지 않은 500mL 용량을 처음 선보인 게 맞아떨어졌다.

백화점을 비롯한 대형 유통업체 구매 담당자들이 먼저 “납품해 달라”고 요청해 왔다. 사실 당시 백화점에 진열해 놓고 팔 만한 막걸리는 참살이 탁주밖에 없었다. 재료가 최고급인 데다 병 디자인도 세련됐다는 평가를 받았기 때문이다.

지난해 수확한 햅쌀로 만든 ‘참살이 탁주 누보’는 물량이 달릴 정도였고 순식간에 유명세를 탔다. 참살이 탁주 측은 고급 막걸리를 원하는 수요가 그만큼 컸기 때문이라고 해석한다. 초기에는 최고급 재료를 사용해 값이 비싸 어려움을 겪었지만 이제는 거꾸로 그 점이 참살이 탁주의 강점이 됐다.

‘막걸리 붐’ 타고 매출 치솟아
대형 유통업체 납품요청 쇄도
“장인의 노력 세계에 알릴 것”

○ 우리 쌀, 우리 술의 희망이 되고 싶다

수출 상담이 밀려오고 있지만 참살이 탁주의 수출 원칙은 확고하다. 물량이 문제가 아니라 얼마나 고급스러운 장소에서 팔리느냐가 더 중요한 판단 기준이다. 참살이 탁주는 1300원(750mL 기준)인 수출 단가의 3배가 넘는 병당 5000원의 운송비를 부담할 수 있는 곳에만 수출한다. 강 대표는 “좋은 재료를 썼으니 높은 가격은 당연한 것 아니겠느냐”며 “외국 술과 견줘도 전혀 뒤지지 않는 효능을 갖추고 있다는 자부심으로 해석해 달라”고 말했다.

참살이 탁주가 생각하는 미래를 한마디로 하면 ‘희망’이다. 막걸리가 와인이나 사케와 같은 세계적인 술이 될 수 있다는 희망, 그리고 우리 쌀 문제를 막걸리로 해결할 수 있다는 희망을 사람들에게 주고 싶다는 것이다.

“사실 아직도 몹시 어렵습니다. 지금 공장도 남의 땅을 빌려 사용하고 있고 대규모 살균 설비를 도입해 대량 수출 시스템을 갖추고 싶지만….”

인터뷰 끝에 향후 계획을 묻는 질문에 대한 강 대표의 대답이 잠시 끊어졌다. 하지만 이내 힘주어 말을 이어갔다.

“그래도 꾸준히 나아갈 겁니다. 쌀 때문에 한숨짓는 농민들의 시름을 덜어주고 긴 시간 묵묵히 막걸리를 빚어온 수많은 장인의 노력이 전 세계에 알려지도록 하자는 것이 우리의 유일한 ‘계획’입니다.”

<특별취재팀>

▽팀장 홍석민 산업부 차장
▽산업부
유덕영 기자 firedy@donga.com
김기용 기자 kky@donga.com
한상준 기자 alwaysj@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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