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끈… “靑, 前대표를 ‘박근혜 의원’이라 부르다니…”
당혹… “대통령 발언 진의파악 제대로 못한 게 사실”
한나라당 박근혜 전 대표가 10일 이명박 대통령의 이른바 ‘강도론’ 발언을 비판한 데 대해 청와대가 11일 사과를 요구하고 나서면서 친박(친박근혜)계의 내부 기류가 복잡하게 전개되고 있다.
박 전 대표는 이날 오전 10시 청와대 측의 ‘사과 요구’ 브리핑이 나오자 1시간여 만에 대변인 격인 이정현 의원을 통해 거부 의사를 명확히 밝혔다. 청와대 측 요구에 대한 즉각적인 반응은 알려지지 않았다. 일부 친박계 의원도 청와대 측에 반발하고 있지만 친박계 한편에선 “박 전 대표를 보좌하는 사람들이 일부 언론의 잘못된 보도를 제대로 확인하고 보고하지 못해 벌어진 일”이라며 청와대 측에 유감을 전달하는 상황이 벌어졌다.
친박계는 전화통화 등을 통해 의견을 교환하며 대체로 이번 일이 더 확대되는 데 경계감을 나타냈지만 일부에선 이날 이동관 대통령홍보수석비서관이 박 전 대표를 ‘박근혜 의원’이라고 언급하며 “잘못한 게 있으면 사과해야 하는 것 아니냐” “(이번 일을) ‘실언파문’이라고 규정하고 싶다”며 사과를 요구한 데 대해 발끈했다.
친박계 핵심인 유정복 의원은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이 수석이 (박 전 대표를) 꼬박꼬박 ‘박근혜 의원’이라고 부르며 감정을 건드리는데, 청와대가 이런 식으로 문제를 확대해 무얼 얻겠다는 것인지 납득할 수 없다”며 불쾌해했다. 그는 “박 전 대표가 ‘강도’ 얘기를 했는데, 그에 앞서 대통령께서도 좋은 의미에서 ‘강도’ 얘기를 꺼내신 것은 아니다”라며 “박 전 대표는 ‘(세종시가 잘 추진되는 상황에서) 갑자기 (이를 추진하는) 내부에서 돌변하면 어떻게 하느냐’는 원론적인 얘기를 한 것이다”라고 말했다. 친박계 조원진 의원은 성명을 통해 이 수석의 사퇴를 요구했다.
하지만 박 전 대표에게 이 대통령의 ‘강도론’이 나온 맥락과 정확한 의미를 제때 보고하지 못한 책임이 박 전 대표 측근들에게 있다는 자성의 목소리도 나왔다. 친박계 6선 중진인 홍사덕 의원은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오늘 오전) 주호영 특임장관에게 ‘박 전 대표 주변에서 일을 거드는 사람들이 기민하게 진상을 파악해서 말씀드리지 못한 탓으로 생긴 일이고, (이에 대해) 대통령에게 미안함을 느낀다’는 말을 전했다”고 말했다. 친박계의 다른 중진의원은 “박 전 대표가 이 대통령의 ‘강도론’ 발언이 나온 배경과 정확한 의미를 보고받은 것은 기자들의 질문에 대답한 뒤였다”라며 “1차적으로 일부 언론의 잘못된 보도가 있었고, 이에 대해 박 전 대표를 보좌하는 사람들이 제대로 박 전 대표에게 보고하지 못한 문제가 있었다. 청와대가 유감을 표시할 수 있는 상황이 된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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