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거리 장거리 왜 다르고, 육상과는 왜 다를까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2월 16일 19시 35분


"아시아 선수들이 더 무섭죠."

16일 밴쿠버 겨울올림픽 남자 스피드스케이팅 500m 경기가 열린 캐나다 리치먼드 올림픽 오벌. 500m 세계기록(34초03) 보유자인 제레미 워더스푼(캐나다)은 경기를 앞두고 이렇게 말했다. 그는 "아시아 선수들은 체격이 작지만 폭발력이 놀랍다. 이번 대회 가장 무서운 경쟁자들"이라고 경계했다.

그의 말은 적중했다. 모태범이 한국 스피드스케이팅 사상 첫 금메달을 국민들에게 선물했고, 은메달과 동메달은 일본 선수들이 가져갔다. 10위권에 든 선수 가운데 6명이 아시아 선수(한국, 일본, 중국 각 2명)였다.

●작고 왜소해도 괜찮아

아시아 단거리 스피드스케이팅의 기세가 무섭다. 일본의 시미즈 히로야스가 1998년 나가도 대회 남자 500m에서 금메달을 따내는 등 대회마다 성장세가 뚜렷하다. 여자부도 마찬가지. 지난 토리노 대회 500m에선 아시아 국가들이 2~5위를 휩쓸었다. 반면 장거리 종목에선 얘기가 달라진다. 이승훈이 이번 대회 5000m에서 첫 은메달을 따긴 했지만 아시아권과 미국, 유럽 등의 격차는 여전하다.

체격이 작고 팔, 다리가 짧은 아시아 선수들이 유독 단거리 종목에서 선전하는 이유는 뭘까.
순발력이 첫 번째로 꼽힌다. 문영진 체육과학연구원 박사는 "단거리 종목에선 스타트가 경기의 절반"이라며 "무게 중심이 낮고 민첩한 동양 선수들의 출발 반응 속도가 빠르다"고 말했다. 성봉주 체육과학연구원 박사는 "긴 보폭으로 빙판을 밀고 나가야 하는 장거리에선 다리가 긴 게 유리하지만 잰 걸음으로 박차고 나가야 하는 단거리에선 170~180cm 정도의 키가 이상적"이라고 설명했다.

윤의중 전 스피드스케이팅 국가대표 감독은 코너링을 이유로 들었다. 체중이 많이 나가면 코너를 돌 때 밖으로 밀려 가속도를 붙일 수 없다는 것. 상대적으로 속도가 떨어지는 장거리에선 그 차이가 두드러지지 않지만 1000분의 1초 차이로 순위가 결정되는 단거리에선 중요한 요인이란 얘기다.

김관규 스피드스케이팅 대표팀 감독은 "아시아 선수들은 집중력이 좋아 순간순간에 몰입해야 하는 단거리에 적합하다"고 전했다. 또 "과거와 달리 경기가 실내에서 열리면서 아시아 선수들에게 유리하게 작용했다"고 덧붙였다.

●육상과는 왜 다른가

육상에선 100m 등 단거리 선수들의 체격이 크고 다부지지만 마라톤 등 장거리 선수들의 체격은 왜소하다. 스피드스케이팅과 육상이 이렇게 다른 이유가 뭘까.

장거리 종목의 경우 일단 빙판과 지면이란 차이가 가장 크다. 미끄러져 나가는 빙판에선 다리를 크게 들어올릴 필요가 없어 하체가 길수록 유리하다. 하지만 지면에선 다리가 길면 체공 시간이 길어져 지구력이 떨어진다. 오히려 잰 걸음으로 체공 시간을 줄이는 게 육상 장거리에선 효과적이기 때문에 선수들의 체격이 스피드스케이팅에 비해 작다는 것.

코너링의 비중도 다르다. 윤성원 체육과학연구원 박사는 "육상 단거리에선 직선 주로의 비중이 커 체격이 큰 게 유리하다. 하지만 빙상의 경우는 단거리에서도 코너링이 중요하기 때문에 유연함이 좋은 작고 민첩한 선수들이 이득을 본다"고 설명했다.

신진우 기자 niceshin@donga.com

▲ 다시보기 = 모태범, 한국 빙속 사상 첫 번째 금메달 쾌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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