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시 수정안에 대한 찬성여론 확산이 일정한 한계선에 도달한 듯한 조짐이 나타남에 따라 설 연휴기간의 민심 대반전을 통해 국회 표결 구도에서의 세(勢)불리를 돌파하겠다던 청와대와 한나라당 내 주류의 구상도 일정한 궤도 수정이 불가피해 보인다.
○수정안 지지 주춤
이번 조사에선 수정안을 지지한다는 응답이 45.0%로 지난달 11일 조사(54.2%)에 비해 9.2%포인트 하락하고 원안을 지지한다는 응답은 40.9%로 지난달 11일 조사(37.5%)에 비해 미세한 상승폭을 보였다.
지난달 11일 정부가 세종시 수정안을 발표한 직후 원안 지지층의 일부가 수정안 지지층으로 이동하는 듯했으나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가 “국민과의 약속을 어기고 신뢰만 잃게 됐다”고 쐐기를 박으면서 원안 지지층이 다시 결속했고 그 후 논란이 지루하게 이어지면서 수정안 지지층의 일부가 이탈한 것으로 분석된다.
정부가 그동안 펼친 대대적인 홍보전은 큰 효과를 보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행정부처 분할이 효율성이나 국가경쟁력 차원에서 문제가 될 것이라는 응답(41.4%)보다는 교통과 정보통신 발달로 문제되지 않을 것으로 본다는 응답(50.9%)이 더 많이 나온 게 이를 입증한다. 다만 정부가 세종시에만 지나치게 많은 투자 계획을 세우고 있다는 형평성 논란에 대해 공감한다는 응답은 58.4%로 지난달 11일 조사(65.6%)에 비해 낮아졌다.
○이슈 피로
설 연휴 기간 주위 사람들과 세종시 문제에 대해 의견을 나눴냐는 물음에 10명 중 7명(70.1%)은 ‘별다른 대화를 하지 않았다’고 답했다. 대전 충청에서도 다른 지역보다 낮긴 했지만 별다른 대화를 하지 않았다는 응답이 61.0%에 달했다. 연령별로는 20대 이하(83.9%), 30대(74.4%), 40대(69.5%), 50대 이상(60.1%) 순으로 무관심을 나타냈다. 오랜 기간 정치권 공방이 지속되고 이른바 ‘강도론’ 논란까지 빚어지면서 상당수 국민이 세종시 이슈에 염증을 내고 있는 것이다.
설 연휴기간 세종시에 대한 생각에 별 변화가 없었다는 응답이 85.3%에 달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원안 지지에서 수정안 쪽으로 바뀌었다는 응답(5.3%)과 수정안 지지에서 원안 지지로 바뀌었다는 응답(5.2%)이 엇비슷했다. 정부는 설 연휴기간 민심 대반전을 기대했으나 세종시 문제가 밥상에서 예상했던 것만큼 거론되지 않은 셈이다.
○수정 여론 다시 탄력 받을 수 있을까
시간이 지나면서 ‘감성(emotion)’이라는 변수보다는 ‘이익(interest)’이라는 변수가 위력을 발휘할 것이라고 정부는 기대해 왔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정부의 수정안 발표 직후 한 달여 동안 세종시 민심이 요동을 쳤다. 수정안 찬성 여론이 상승하는 듯했다가 박 전 대표가 반발하고 이후 정쟁으로 흐르면서 한때 원안 대 수정안 차이가 1%포인트까지 근접했었다. 그러다가 설 연휴를 전후해 다시 격차가 약간 벌어지는 추세다”라고 말했다. 수정안 지지 여론이 바닥을 쳤다가 다시 상승하고 있다는 주장이다. 그는 대전 충청에서 원안 지지 55.9%, 수정안 지지 32.7%로 23.2%포인트 격차가 난 데 대해서도 “한때는 30%까지 차이가 났다”며 “분명한 것은 수정 여론이 늘고 있다는 점”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여론전문가들 사이에선 세종시 수정 문제에 대한 국민들의 찬반 태도가 이미 고착화된 것으로 보인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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