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론조사]‘설 밥상’에 못오른 세종시… 정부 홍보전 별 효과 못봐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2월 18일 03시 00분


강도론까지 나온 정치권 공방에 상당수 국민 싫증내기 시작
“설 민심 대반전 기대했는데…” 靑 ‘수정안 재탄력’ 대책 고심
“부처분할 문제 안된다” 51%

설 연휴(13∼15일) 직후인 16일 동아일보가 코리아리서치센터(KRC)에 의뢰해 실시한 세종시 여론조사 결과는 세종시 갈등 장기화에 따른 ‘이슈 피로’와 수정안 지지층의 일부 이탈 현상이 빚어지고 있음을 두드러지게 보여줬다.

▶본보 17일자 A1면 참조 “세종시 생각 안변해” 85%

세종시 수정안에 대한 찬성여론 확산이 일정한 한계선에 도달한 듯한 조짐이 나타남에 따라 설 연휴기간의 민심 대반전을 통해 국회 표결 구도에서의 세(勢)불리를 돌파하겠다던 청와대와 한나라당 내 주류의 구상도 일정한 궤도 수정이 불가피해 보인다.

○수정안 지지 주춤

이번 조사에선 수정안을 지지한다는 응답이 45.0%로 지난달 11일 조사(54.2%)에 비해 9.2%포인트 하락하고 원안을 지지한다는 응답은 40.9%로 지난달 11일 조사(37.5%)에 비해 미세한 상승폭을 보였다.

지난달 11일 정부가 세종시 수정안을 발표한 직후 원안 지지층의 일부가 수정안 지지층으로 이동하는 듯했으나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가 “국민과의 약속을 어기고 신뢰만 잃게 됐다”고 쐐기를 박으면서 원안 지지층이 다시 결속했고 그 후 논란이 지루하게 이어지면서 수정안 지지층의 일부가 이탈한 것으로 분석된다.

정부가 그동안 펼친 대대적인 홍보전은 큰 효과를 보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행정부처 분할이 효율성이나 국가경쟁력 차원에서 문제가 될 것이라는 응답(41.4%)보다는 교통과 정보통신 발달로 문제되지 않을 것으로 본다는 응답(50.9%)이 더 많이 나온 게 이를 입증한다. 다만 정부가 세종시에만 지나치게 많은 투자 계획을 세우고 있다는 형평성 논란에 대해 공감한다는 응답은 58.4%로 지난달 11일 조사(65.6%)에 비해 낮아졌다.

○이슈 피로

설 연휴 기간 주위 사람들과 세종시 문제에 대해 의견을 나눴냐는 물음에 10명 중 7명(70.1%)은 ‘별다른 대화를 하지 않았다’고 답했다. 대전 충청에서도 다른 지역보다 낮긴 했지만 별다른 대화를 하지 않았다는 응답이 61.0%에 달했다. 연령별로는 20대 이하(83.9%), 30대(74.4%), 40대(69.5%), 50대 이상(60.1%) 순으로 무관심을 나타냈다. 오랜 기간 정치권 공방이 지속되고 이른바 ‘강도론’ 논란까지 빚어지면서 상당수 국민이 세종시 이슈에 염증을 내고 있는 것이다.

설 연휴기간 세종시에 대한 생각에 별 변화가 없었다는 응답이 85.3%에 달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원안 지지에서 수정안 쪽으로 바뀌었다는 응답(5.3%)과 수정안 지지에서 원안 지지로 바뀌었다는 응답(5.2%)이 엇비슷했다. 정부는 설 연휴기간 민심 대반전을 기대했으나 세종시 문제가 밥상에서 예상했던 것만큼 거론되지 않은 셈이다.

○수정 여론 다시 탄력 받을 수 있을까

시간이 지나면서 ‘감성(emotion)’이라는 변수보다는 ‘이익(interest)’이라는 변수가 위력을 발휘할 것이라고 정부는 기대해 왔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정부의 수정안 발표 직후 한 달여 동안 세종시 민심이 요동을 쳤다. 수정안 찬성 여론이 상승하는 듯했다가 박 전 대표가 반발하고 이후 정쟁으로 흐르면서 한때 원안 대 수정안 차이가 1%포인트까지 근접했었다. 그러다가 설 연휴를 전후해 다시 격차가 약간 벌어지는 추세다”라고 말했다. 수정안 지지 여론이 바닥을 쳤다가 다시 상승하고 있다는 주장이다. 그는 대전 충청에서 원안 지지 55.9%, 수정안 지지 32.7%로 23.2%포인트 격차가 난 데 대해서도 “한때는 30%까지 차이가 났다”며 “분명한 것은 수정 여론이 늘고 있다는 점”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여론전문가들 사이에선 세종시 수정 문제에 대한 국민들의 찬반 태도가 이미 고착화된 것으로 보인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정용관 기자 yongari@donga.com

여론조사 빈도표
여론조사 문항 및 답변 결과 (단위: %)

문1) ○○님께서는 현재 이명박 대통령이 국정운영을 잘하고 있다고 보십니까? 아니면 잘못하고 있다고 보십니까?

1. 매우 잘하고 있다(10.2) 2. 대체로 잘하고 있다(37.2) 3. 대체로 잘못하고 있다(30.2) 4. 매우 잘못하고 있다(14.3) 5. 모름·무응답(8.1)

문2) ○○님께서는 설 연휴에 가족 등 주위 분들과 세종시 문제에 대해 의견을 나누셨습니까?

1. 일부 대화를 나눴다(20.2) 2. 많은 대화를 나눴다(9.7) 3. 별다른 대화를 하지 않았다(70.1)

문3) ○○님께서는 세종시 문제를 앞으로 어떻게 풀어야 한다고 보십니까?

1. 원안대로 행정중심복합도시를 건설해야 한다(40.9) 2. 정부의 수정안대로 교육과학중심 경제도시를 건설해야 한다(45.0) 3. 모름·무응답(14.1)

문4) ○○님께서는 설 연휴를 보내면서 세종시 문제에 대한 생각에 변화가 있으셨습니까?

1. 원안대로 행정부처를 이전해야 한다는 쪽에서 수정하는 쪽으로 바뀌었다(5.3) 2. 세종시 계획을 수정해야 한다는 쪽에서 원안대로 추진하는 쪽으로 바뀌었다(5.2) 3. 별 변화가 없다(85.3) 4. 모름·무응답(4.2)

문5) ○○님께서는 세종시 미래와 지역민 이익을 놓고 보면 원안과 수정안 중 어느 방안이 더 도움이 될 것으로 보십니까?

1. 행정기관을 이전하는 원안이 더 도움이 될 것이다(36.0) 2. 교육과학중심도시로의 수정안이 더 도움이 될 것이다(52.7) 3. 모름·무응답(11.3)

문6) 세종시 수정안에 대해 다른 지역에서는 정부가 세종시에만 지나치게 많은 투자 계획을 세우고 있다며 형평성 논란을 제기하고 있는데요, 이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1. 공감한다(58.4) 2. 공감하지 않는다(32.4) 3. 모름·무응답(9.2)

문7) ○○님께서는 세종시 원안대로 정부 부처를 이전하여 분할할 경우 문제가 될 것으로 보십니까? 그렇지 않을 것으로 보십니까?

1. 행정기관이 분할되어 효율성이나 국가경쟁력 측면에서 문제가 될 것으로 본다(41.4) 2. 다소 불편할 수 있으나 교통과 정보통신 발달로 문제되지 않을 것으로 본다(50.9) 3. 모름·무응답(7.7)

문8) 현재 세종시 문제와 관련하여 지역 간 갈등과 정치권의 논쟁이 계속되고 있는데요, 세종시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 가장 큰 책임은 누구에게 있다고 보십니까?

1. 이명박 대통령(38.3) 2.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10.2) 3. 민주당 등 야당(19.1) 4. 충청 지역 정치인과 여론주도층(13.0) 5. 모름·무응답(19.4)

문9) ○○님께서는 세종시 문제를 어떻게 해결하는 것이 낫다고 보십니까?

1. 국회 표결 절차를 거쳐 결론짓는 것이 낫다고 본다(24.3) 2. 국민투표로 결론짓는 것이 낫다고 본다(45.9) 3. 충청도민만의 투표로 결론짓는 것이 낫다고 본다(6.4) 4. 모름·무응답(23.4)

문10) ○○님 댁의 경제상황은 1년 전과 비교하여 어떻다고 보십니까?

1. 예전보다 나아졌다(8.0) 2. 예전과 비슷하다(52.6) 3. 예년보다 나빠졌다(38.8) 4. 모름·무응답(0.6)

문11) 올 들어 남북 정상회담 성사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습니다. ○○님께서는 남북 정상회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1. 조건 없이 하루빨리 성사시켜야 한다(18.5) 2. 의제와 회담 장소 등 우리 측 요구가 어느 정도 받아들여질 경우 성사되어야 한다(53.4) 3. 핵문제 해결 없는 정상회담은 반대한다(22.3) 4. 모름·무응답(5.8)

문12) 현재 우리나라에는 한나라당, 민주당, 자유선진당, 친박연대(미래희망연대), 민주노동당, 창조한국당, 진보신당, 국민참여당 등의 정당이 있습니다. ○○님께서는 다음 중 어느 정당을 가장 좋게 생각하십니까?

1. 한나라당(37.4) 2. 민주당(21.7) 3. 자유선진당(3.2) 4. 미래희망연대(친박연대)(6.0) 5. 민주노동당(6.0) 6. 창조한국당(0.4) 7. 진보신당(1.3) 8. 국민참여당(2.5) 9. 기타 정당(0.1) 10. 없음·모름·무응답(21.4)

코리아리서치센터(KRC)가 2월 16일 전국 만 19세 이상 성인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전화 면접조사. 표본오차는 95% 신뢰구간에서 ±3.1%포인트. 보다 상세한 결과는 donga.com을 참조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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