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연아 “지금 최고 컨디션… 준비했던 것 다 보여줘서 기뻤어요”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2월 25일 03시 00분


“쇼트 잘해야 된다고 생각아사다 뒷순서 영향 안끼쳐이제 대회의 반 지났을 뿐프리도 연기 잘할 자신 있어”

여왕의 표정은 담담했다. 반에서 1등을 한 번도 놓치지 않은 학생이 기말시험에서 또 1등을 하고 나서 짓는 표정이었다. 그만큼 얼굴과 몸짓에선 자신감이 묻어났다.

24일 피겨스케이팅 여자 싱글 쇼트프로그램이 열린 캐나다 밴쿠버 퍼시픽콜리시엄 지하의 믹스트존(공동 취재구역). 김연아(20·고려대)의 연기가 끝난 뒤 이곳에는 50여 명의 취재진으로 북적였다. 모두들 김연아가 오기만 기다렸다. 그의 한마디라도 놓치지 않으려고 했고 한마디라도 더 질문을 하려고 했다.

담담한 표정으로 나타난 김연아는 “전지훈련지인 토론토에서 열심히 준비한 만큼 똑같이 잘할 자신이 있었다. 준비했던 것을 오늘 다 보여 줄 수 있어서 기쁘다”며 미소를 지었다. 김연아는 프리스케이팅도 잘하지만 쇼트프로그램에 유독 강하다. 이렇다 보니 그는 쇼트프로그램을 더 잘해야 한다는 부담감이 컸다. 그는 “쇼트프로그램에서 잘하지 않으면 안 된다고 늘 생각했다”며 그간의 마음고생도 털어놨다.

자신감이 넘쳤던 만큼 올림픽 무대에 선 것은 남달랐다. 그는 “올림픽은 나를 포함해 모든 선수가 꿈에 그리던 가장 큰 대회이다. 어렸을 때부터 올림픽을 지켜봤고 나도 저 무대에 서고 싶다는 생각을 많이 했다. 그래서 정말 열심히 했다. 현재 몸과 마음은 최고의 상태이고 자신이 있다. 올림픽을 기다리는 시간이 조금 길었을 뿐이다”라고 밝혔다.

김연아는 이번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다툴 아사다 마오의 바로 뒷 순서로 연기를 펼쳤다. 아사다의 연기는 물론 점수가 발표되는 순간도 어쩔 수 없이 모두 볼 수밖에 없었다. 그는 “사실 앞의 선수 경기를 알고 싶지 않지만 모르기는 더 힘들다. 점수는 관중의 함성으로 알 수 있다. 하지만 (잘한 선수의) 바로 뒤에서 한다고 해도 연기에 큰 지장은 없다. 특히 그 선수가 아사다라고 해서 어떤 영향을 끼치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역시 ‘강심장’이었다.

이제 피겨 퀸에게는 올림픽 금메달 여정의 절반이 지났다. 26일 프리스케이팅이 남아 있다. 그는 “프리스케이팅 준비도 쇼트프로그램과 마찬가지로 할 것이다. 결과는 어떻게 될지 예상하기 힘들지만 오늘과 크게 다를 것이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남은 시간에 연습을 잘 한다면 자신감을 갖고 연기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이제 두 번의 연기 중 하나가 끝났을 뿐이다. 그 사실을 그는 잘 알고 있었다.

“올림픽이라는 대회의 반을 지났을 뿐이다. 다시 시작하는 마음으로 돌아가 최선을 다하겠다.”

밴쿠버=김동욱 기자 creati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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