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어제 남한 주민 4명을 붙잡아 조사 중이라고 주장했다. 북한은 ‘불법 입북’을 억류 이유로 내세웠지만 억류자의 신원과 입북 경위는 밝히지 않았다. 북한이 이들을 어떻게 처리할지 예측하기 어렵지만 과거 불법 입국자를 처리한 전례에 비추어 정치 경제적 거래를 위한 볼모로 삼을 가능성이 있다. 북한은 지난해 3월 두만강 인근에서 탈북자 문제를 취재하다 국경을 넘은 미국인 여기자 2명의 억류 사실을 처음 밝힐 때도 ‘불법 입국’을 이유로 내세웠다.
조선중앙통신이 ‘주민’이라고 보도한 것에 비추어 억류자는 민간인으로 추정된다. 북한이 과도하게 대응할 이유가 없다. 신속한 조사를 거쳐 인도적 차원에서 가능한 한 빨리 석방하는 게 옳다. 남한 국민을 잡아놓고 신원조차 밝히지 않는 태도는 걸핏하면 ‘민족끼리’를 내세우던 것과는 어울리지 않는다.
남북한 간에는 경미한 잘못으로 국경을 넘은 사람들을 송환하는 관례가 있다. 우리 정부는 민간인은 물론 군인까지 최대한 신속히 북한에 돌려보냈다. 2008년 3월에는 서해에서 우리 영해로 넘어온 북한 주민 22명을 13시간 만에 송환했다. 북한도 지난해 동해 북방한계선(NLL)을 넘은 남한 선원 4명을 체포했지만 한 달 뒤 석방한 일이 있다.
우리 국민 1054명이 현재 개성공단 금강산 평양 등에 체류 중이다. 그들의 신변에는 이상이 없다고 하니 마음이 놓이지만 이번 억류자 4명을 처리하는 방식에 따라서는 개성공단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지난해 개성공단에 근무하던 유성진 씨는 무려 136일이나 강제 억류됐다. 북한의 남한 민간인 억류가 반복되면 남북 간 인적 경제적 교류는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다. 입북 경위 조사를 마치는 대로 민간인 억류자를 즉각 남쪽에 돌려보내야 한다. 그것이 북이 바라는 대로 금강산과 개성관광을 이른 시일 내에 재개하는 길이다.
북한의 주장이 사실이라면 누군가 우발적으로 북-중 국경을 넘었다가 체포됐을 가능성이 크다. 북한이 실수로 국경을 넘은 민간인을 장기간 억류하거나 흥정하려 들 경우 세계 최악의 인권탄압국이라는 오명이 고착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