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칠레 8.8 강진 수도 - 제2도시 기능 마비… 최고 6.9 여진 50여차례 주민들 공포 주요항구 - 구리광산 폐쇄… 라틴강국 칠레경제 타격 클듯 규모 7.0아이티, 23만명 사망… 위력 더 센 칠레는 수백 명선 내진설계로 희생자 적어
모두가 잠든 새벽에 밀어닥친 리히터 규모 8.8의 강진은 칠레 전역을 뒤흔들었다. 지진 피해가 가장 컸던 칠레의 2대 도시 콘셉시온은 마치 폭격을 맞은 듯 도시 전체가 젤리처럼 흔들렸다. 15층짜리 건물이 폭격을 맞은 듯 순식간에 무너져 내렸고 지진 후 발생한 화재로 집과 건물이 불탔다. 대부분 도로가 파괴돼 구호차량이 부상자를 실어 나를 수 없는 상황이다 보니 거리에는 부상당한 사람들이 길바닥에 그대로 누워 있는 상황이다.
칠레 연안 서쪽으로 667km 떨어진 후안페르난데스 섬은 주택의 30%와 호텔, 공공기관들이 감쪽같이 사라졌다. 페드로 포르테사 씨는 “시내 중심가에는 아무것도 남아 있지 않다”고 말했다.
진앙으로부터 325km 떨어진 수도 산티아고도 도시 기능이 마비된 상태다. 초현대적 설비를 갖춘 산티아고 국제공항은 폐쇄됐으며 지하철도 운행이 전면 금지된 상태이며 수돗물 공급도 끊어졌다. 여기다 파열된 가스관에서 새어 나온 가스가 폭발할 것이라는 우려도 팽배하다. 시민들은 아파트를 탈출하면서 비명을 지르며 내달렸고 자동차 경적과 경보 사이렌은 한밤중 내내 울렸다. 아파트 한 채는 아예 무너져 내렸고 고속도로는 찌그러들어 차가 전복되고 위험하게 매달려 있는 차도 적잖았다. 산티아고 남쪽 200km쯤에 있는 유서 깊은 도시 쿠리코도 1740년대에 지어진 고풍스러운 교회와 19, 20세기 고택들이 상당수 무너졌다.
산티아고에서 120km 떨어진 발파라이소 소재 칠레 주요 항구에도 폐쇄 명령이 내려졌으며 세계 최대 구리생산업체 코델코도 광산 두 곳을 폐쇄했다. 이번 지진으로 세계 1위 구리 생산국이자 라틴아메리카 지역의 강국인 칠레 경제가 큰 타격을 입을 것으로 보인다.
재난위험 평가업체인 EQECAT는 이번 지진에 따른 피해규모가 칠레 국내총생산(GDP)의 10∼15%인 150억∼300억 달러에 이를 것으로 추정했다.
강진 이후에도 규모 6.9를 포함해 여진만 50여 차례 발생하고 있어 시민들을 공포에 몰아넣고 있다. 추가 강진을 우려한 칠레 주민 상당수는 집을 버리고 길거리에서 노숙하고 있는 상황.
이웃 국가인 아르헨티나에서도 칠레 강진 몇 시간 뒤 규모 6.1의 지진이 발생하면서 2명이 숨진 것으로 알려졌다. 28일 새벽에는 파키스탄 북부 지역과 아프가니스탄 카불 지역에서도 규모 5.7의 지진이 감지됐으나 인명 피해는 없었다.
이번에 칠레 강진은 1월 12일 아이티에서 발생한 규모 7.0 지진의 800∼1000배에 달하는 위력을 가졌다. 하지만 인명 피해는 수백명으로 추산되는 등 피해 규모는 아이티에 비해 훨씬 작다. 무엇보다 잦은 지진에 대비해 온 준비성 덕분이다. 칠레에는 지진 자체를 느낄 수 없는 무감(無感) 지진을 포함해 지진이 자주 찾아오는 데다 규모 8 이상의 강진도 연 1회 이상 발생하는 탓에 국가 전체가 지진에 잘 대비해 왔다. AP통신은 엄격한 건축 법규와 세계 어느 곳보다 많은 지진 전문가들도 지진 피해 예방과 재난 대비에 큰 도움을 줬다고 분석했다.
한편 이번 지진은 다행히 수심이 비교적 얕은 지역에서 발생했기 때문에 지진 후 지진해일(쓰나미) 규모가 크지 않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전언. 이번 지진의 경우 규모 면에서 2004년 12월 26일 인도네시아 수마트라 섬 서부 해안에서 발생한 남아시아 대지진(규모 8.9)과 비슷했지만 지진해일 피해로 30만 명이 목숨을 잃었던 남아시아 대지진 때와 달리 이번에는 큰 피해가 발생하지 않았다. 이호준 삼성방재연구소 수석연구원은 “이번처럼 수심이 얕은 지역에서 발생한 지진은 바다로 전달되는 충격이 작아 쓰나미 피해도 줄게 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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