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상위권 대학에서 경제학을 전공한 A 씨는 평소 꼼꼼한 성격을 살려 은행권 취업을 희망하고 있다.
대학 시절 파생상품 투자상담사, 증권투자상담사 등 금융 관련 자격증을 따놓았다.
그렇다고 A 씨가 오로지 취업에만 목표를 두고 대학생활을 한 것은 아니다.
어릴 적부터 관심이 많았던 국사학을 복수전공하면서 10개월간 구석기시대 유물 발굴현장에서
일한 독특한 경력도 있다. 이번 주 동아경제 ‘A+ 자기소개서 만들기’에서는 취업포털 커리어
경력개발연구소 고진선 컨설턴트가 금융권 구직자에게 초점을 맞춰 조언한다.》
▼ 은행 취업 희망하는 A씨의 자기소개서▼
저는 약속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합니다. 30여 년간 공직생활을 하신 아버지께서는 세상을 살아가는 데 가장 중요한 것은 신뢰라고 하셨습니다. 지금도 친구들을 대할 때 진심으로 대하고 제 주변 사람들과의 약속을 가장 우선시합니다. OO은행에 입행해 고객과의 약속을 최우선으로 생각하고 적극적인 자세로 처리하겠습니다.
핀란드에서 교환학생으로 공부할 때 신체적으로 어려움을 겪는 낯선 이들을 아무렇지도 않게 도와주는 현지인을 보며 ‘더불어 사는 사회’를 깨달았습니다. 당시 한국에서는 통화옵션 상품인 키코(KIKO) 사태로 중소기업들의 경영난이 심해졌을 때였습니다. 당시 OO은행은 대부분의 시중 은행이 중소기업 대출을 꺼릴 때 오히려 대출을 늘려 많은 중소기업에 도움을 주었습니다. 더불어 사는 사회를 만들기 위해 어려운 우리나라 중소기업에 따뜻한 마음과 미소를 드릴 수 있는 OO은행의 행원이 되겠습니다.
10년 후에는 중소기업 자금관리의 리스크 관리 매니저가 되기 위해 노력하고 있을 것입니다. 최근 금융업의 발전에 따라 새로운 금융상품들이 만들어지고, 중소기업 역시 자금 관리의 필요성을 인식하고 다양한 상품에 투자를 합니다. 하지만 재작년의 KIKO 사태에서 볼 수 있듯이 리스크에 대한 꾸준한 관리 없이는 오히려 독이 되고 맙니다. OO은행과 중소기업의 긴밀한 관계를 이용해 저는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하는 전문적인 ‘비즈니스 뱅커’가 되고자 합니다.
○ 채용전문가의 조언
○○은행의 인재상을 살펴보면 ‘시장 경쟁력을 갖추고, 고객을 감동시키며 성과를 창출하는 인재’이며 하위 항목으로 세계인, 책임인, 전문인, 창조인, 도전인을 중시한다. 자기소개서나 이력서와 같은 입사지원서를 쓰기 전 선행해야 할 일은 기업에 대한 조사다. 요즘 많은 구직자가 지원 회사의 홈페이지를 살펴보고 인재상, 회사 비전 등을 꼼꼼히 챙긴다. 단순히 회사 홈페이지만 보고 작성하기보다 지원 회사와 관련한 뉴스나 업계 동향을 살피며 꾸준히 정보를 수집할 필요가 있다.
‘신뢰, 꼼꼼함, 글로벌 인재, 고객감동, 계획적….’ A 씨가 선택한 항목은 은행원이 갖추어야 할 기본역량이기에 직무에 적합한 인재로 보일 수 있다. 이런 내용을 바탕으로 지원하는 기업에 평소 가지고 있던 중소기업의 관심 정보를 연결해 작성한 점이 돋보인다.
회사 지원동기 못지않게 중요한 부분이 지원하는 직무와 본인과의 적합성을 나타내는 것이다. A 씨는 지원동기는 적었으나 은행원이라는 직업을 택한 이유에 대해선 별다른 내용이 없다. 본인이 꼭 쓰고 싶은 에피소드에 집중하다 보면 정작 써야 할 내용을 놓치는 경우가 많다. 이런 실수를 줄이려면 항목에 맞춰 에피소드와 주제를 미리 개괄적으로 정리해둘 필요가 있다. 핀란드 복지문화를 경험하면서 느낀 ‘더불어 사는 사회’와 은행 지원동기는 연관성이 적어 억지스럽다는 느낌을 준다.
대부분의 구직자가 성장과정 부분에 가장 많이 쓰는 내용이 부모님의 영향으로 형성된 가치관이다. 부모님이 준 영향을 강조하는 것도 좋지만 자칫하면 성숙하지 못한 지원자라는 인상을 줄 수 있다. 그보다는 A 씨가 1년간 다양한 사회경험으로 번 돈을 차곡차곡 저축해 호주로 여행 간 내용을 저축의 관점에서 풀어나가는 것이 더 좋은 선택이라 할 수 있다.
○○은행이 중소기업에 관심을 갖고 대출을 늘리는 모습에 감동을 받아 중소기업 전문 비즈니스 뱅커가 되고 싶다고 한 부분은 좋다. 다만 자격증을 따겠다는 등의 단순 공약보다는 1, 3, 5년 등의 단위로 계획을 적는다면 좀 더 구체적인 목표를 가지고 준비하는 인재로 보일 수 있다.
정효진 기자 wiseweb@donga.com
※동아경제 취업&창업에서는 취업포털 커리어와 함께 채용전문가가 구직자의 자기소개서에 대해 조언하는 ‘A+ 자기소개서 만들기’를 연재하고 있습니다. 전문가의 조언을 원하는 구직자는 wiseweb@donga.com이나 donga@career.co.kr로 본인의 이력서와 A4용지 1장 분량의 자기소개서를 보내주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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