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진 이유리 양(13)의 시신에는 석회가루가 뿌려져 있었다. 석회가루는 시신이 놓여 있던 장소 옆집에서도 발견됐다. 왜 범인은 시신에 석회가루를 뿌렸을까?
경찰청 과학수사센터, 국립과학수사연구소 등에 따르면 살인범들이 시체에 석회가루, 가루세제, 밀가루 등을 뿌리는 일은 종종 발생한다. 2004년부터 2006년까지 13명을 살해한 정남규 살인 사건의 피해자 시신 가운데 하나에도 가루세제가 뿌려져 있었다. 영화 ‘공공의 적’에서는 재산 때문에 부모를 처참하게 살해한 아들이 시신에 흰 가루를 뿌리는 장면이 나온다.
부산경찰청 관계자는 “이번 사건에서는 시신을 덮기 위해 사용한 것으로 보인다”며 “횟가루는 시신의 부패를 지연시켜 주는 등 여러 가지 용도로 활용되는데 범인은 횟가루를 뿌리는 것이 시신을 은폐하는 데 도움을 줄 것이라고 믿었던 것 같다”고 말했다.
범죄자들은 혹시 묻었을지 모르는 지문이나 혈흔 등을 가리는 증거인멸의 수단으로 석회가루 등을 사용한다. 하지만 실제로 증거를 없애는 효과는 거의 없다는 것이 경찰의 지적이다. 경찰청 과학수사대 관계자는 “가루를 뿌리면 지문 채취에 어려움이 있지만 현장 전체에서 다양한 증거를 찾을 수 있기 때문에 이는 큰 문제가 안 된다”고 밝혔다. 지문 말고도 혈흔, 머리카락 등을 통한 DNA 수집 등 다양한 과학수사가 진행되기 때문에 가루를 좀 뿌렸다고 증거를 감출 순 없다는 것. 국립과학수사연구소 범죄심리과 함근수 실장은 “별 효과가 없는데도 범행이 드러나는 것에 대한 두려움과 모방범죄로 가루를 뿌리는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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