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일간 ‘등잔 밑’에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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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3월 11일 03시 00분


부산 여중생 살해 피의자 김길태 검거범행장소에서 불과 300m 떨어진 빌라서

뉘우치는 기색도 없이…마침내 잡혔다. 부산 여중생 이유리 양 살해 사건 피의자 김길태 씨가 10일 오후 부산 사상구 삼락동의 한 빌라 옥상에 숨어 있다가 경찰에 붙잡힌 뒤 사상경찰서로 압송되며 모습을 드러냈다. 15일간의 도피생활 탓에 긴 머리칼에 초췌한 모습의 그는 범행을 부인하는 등 뉘우치는 기색은 없었다. 부산=최재호 기자
뉘우치는 기색도 없이…
마침내 잡혔다. 부산 여중생 이유리 양 살해 사건 피의자 김길태 씨가 10일 오후 부산 사상구 삼락동의 한 빌라 옥상에 숨어 있다가 경찰에 붙잡힌 뒤 사상경찰서로 압송되며 모습을 드러냈다. 15일간의 도피생활 탓에 긴 머리칼에 초췌한 모습의 그는 범행을 부인하는 등 뉘우치는 기색은 없었다. 부산=최재호 기자
10일 오후 4시 반경 부산 사상경찰서 정문 앞. 긴 앞머리카락으로 얼굴을 가린 한 남자가 회색 승합차에서 내렸다. 주변에 있던 시민들의 욕설이 쏟아졌다. 카메라 플래시가 터지고 취재진의 질문 공세가 이어졌다. “저는 모르는데요. 라면 끓여 먹은 것밖에 없는데요.”

열세 살 꽃다운 소녀의 생명을 앗아간 살해사건 피의자가 보름간의 도피생활 끝에 내뱉은 첫마디였다. 뉘우치는 기색은 없었다. 경찰 조사에서는 진술을 회피하며 묵비권을 행사하기도 했다.

사상경찰서는 이날 오후 2시 45분 사상구 삼락동 모 빌라 A동 1층 주차장 앞에서 이유리 양 살해 사건 피의자 김길태 씨(33)를 붙잡아 조사 중이라고 밝혔다. 사건 발생 14일, 경찰이 공개수사에 나선 지 11일 만이다. 경찰은 이날 지상 3층 규모인 빌라 C동 옥상을 수색하다 인상착의가 비슷한 김 씨를 발견했다. 경찰은 빌라 벽 사이를 타고 1층으로 도주하던 김 씨를 격투 끝에 붙잡았다. 그는 오랜 도주생활로 초췌했다.

김 씨가 붙잡힌 곳은 이 양의 집, 시신 발견 장소와는 불과 300m 거리에 있었다. 김 씨는 복역 기간(11년)을 제외하고 사상구 덕포1동 일대를 벗어난 적이 없어 공개수사가 시작되자 사건 현장 부근에서 숨어 지낸 것으로 밝혀졌다. 하지만 김 씨는 “지난달 부녀자 성폭행 사건으로 수배된 것 때문에 도주한 것이지 유리 양 살해사건과는 관계가 없다”며 혐의를 부인했다.

경찰은 김 씨를 수사본부로 압송해 이 양을 살해한 동기와 살해 시점, 도주 행적 등을 조사했다. 김 씨는 오랜 도피생활로 현재 심리적 공황상태에 빠져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경찰은 11일부터 본격 수사에 들어간 뒤 현장검증을 벌일 계획이다. 또 수사가 끝나는 대로 김 씨에 대해 성폭력범죄 처벌 및 피해자보호법 위반 혐의(강간 살인 등)로 구속영장을 신청할 계획이다. 경찰은 “충분한 증거를 확보해 혐의 입증에 아무런 문제가 없다”며 “이르면 11일 영장 신청이 가능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경찰은 8일 김 씨의 칫솔에 묻은 유전자(DNA)와 이 양 시신에서 채취한 DNA가 일치해 그를 사건 피의자로 지목했다.

부산=윤희각 기자 toto@donga.com
장관석 기자 jks@donga.com
강은지 기자 kej09@donga.com




▲ 동영상 = 이유리 양 납치 살해 피의자 김길태 검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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