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크라테스는 이렇게 말하지요. ‘캐묻지 않는 삶은 사람에게는 살 가치가 없는 것이다.’ 다시 말해서 따져 묻고 검토해보고 반성하지 않는 삶은 살 가치가 없다는 겁니다. 여기에서 철학은 삶의 반성, 삶의 근거에 대한 물음, 근거 있는 삶에 대한 요구이자 요청 그 자체라고도 볼 수 있습니다.”》 ‘구경꾼’을 넘어 과학으로
강영안 서강대 철학과 교수는 벨기에와 네덜란드에서 철학을 공부했다. 제자인 출판평론가 표정훈 씨와 철학을 주제로 나눈 대화를 담은 이 책은 그의 공부 여정을 되짚는 것으로 시작한다.
제자의 질문에 그는 개인적 경험을 들려주며 철학을 하는 방법에 대해 이야기하고, 소크라테스부터 레비나스에 이르는 서양철학의 주요 사상을 짚는다.
표 씨가 먼저 던진 질문은 ‘철학이란 무엇인가’라는 것. 강 교수는 피타고라스를 예로 들어 설명한다. “레온 왕이 피타고라스에게 철학자가 도대체 뭐하는 사람이냐고 묻자, 피타고라스는 경기장의 사람들에 비유해서 설명합니다.”
비유는 이렇다. 경기를 하느라 열심히 뛰는 선수가 있고, 앉아서 구경하는 사람이 있고, 구경꾼 사이에서 장사하는 이가 있다. 경기자는 명예를, 장사꾼은 이익을, 구경꾼은 오직 구경하는 재미를 추구한다. 피타고라스는 그런 구경꾼이 바로 철학하는 사람이라고 말한다. 어떤 일에 직접 관여하지 않고 거리를 두고서 사물과 사태의 되어가는 모습을 들여다보는 일을 하는 사람이다.
소크라테스는 ‘철저하게 근거를 묻는 것’, 즉 질문을 던지는 것을 철학의 전형적인 모습으로 여겼다. 하이데거도 “질문은 사유의 경건이다”며 깊이 생각하는 태도를 떠받쳐주는 것이 질문이라고 말했다.
중세에 철학은 신학적 작업을 뒷받침하는 지적 도구로 사용됐다. 그래서 중세에는 철학을 ‘신학의 시녀’라고 불렀다. 강 교수는 “그런데 역설적이게도 이를 통해 중세철학이 발전했다”고 설명했다.
이야기는 근대철학으로 넘어간다. “근대철학은 자연의 축과 자유의 축이 진자운동을 하면서 전개됩니다. 데카르트는 자연과 자유 사이 분명한 이원론을 존재론적으로 정당화한 철학자입니다. 이후의 철학자들, 예컨대 말브랑슈는 자유의 틀 안에서 인간과 자연을 이해하려고 했습니다. 스피노자는 자연의 틀 안에서 인간의 자유, 인간의 감정을 이해하려고 했지요.”
현대의 철학은 세분화, 전문화되고 있다. 특히 미국철학이 그렇다. 강 교수는 “논리학, 과학철학, 심리철학 분야의 논문을 읽어보면 해당 분야를 연구하는 사람이 아니면 제대로 읽기도 힘들 정도”라면서 “철학도 하나의 과학이 되어가는 듯하다”고 말한다.
표 씨가 대화 도중 다시 “선생님 철학이란 무엇입니까”라고 묻는다.
“철학은 역시 그 오랜 이름 그대로 ‘지혜 사랑’ ‘지혜에 대한 사랑’입니다. 무엇에 대한 지혜입니까. 무엇보다 자신이 누군지 깨닫는 지혜겠지요. 나를 아는 것만큼 중요한 지혜가 어디 있겠습니까. 그런데 나는 누구입니까. 나는 사랑의 선물입니다. 나의 존재 자체가 타자의 선물입니다. 철학은 이 사랑을 깨닫는 지혜고 이 지혜를 추구하는 활동입니다. 이것이 ‘철학의 철학됨’의 출발점이라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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