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는 날고 물고기는 헤엄치고 인간은 달린다.” “우리는 달리기 위해서 태어났다. 달리면서 우리는 행복과 자유를 찾는다.”
스스로를 ‘라라무리(달리는 사람들)’라고 부르는 멕시코 오지부족 타라우마라족의 아이들은 걷기 전에 달리기부터 배운다. 그들에게 달리기는 참고 이겨내야 하는 고통이 아니고 축제다.
실제로 이들은 ‘달리기축제’를 열어 밤새 옥수수 술을 마시며 광란의 파티를 즐기다가 동이 트면 경주를 시작한다. 스트레칭이나 워밍업도 없이 그냥 출발선에 서서 웃고 떠들다가 신호가 울리면 그대로 48시간을 쉬지 않고 달린다.
역사기록에는 한 번에 700킬로미터를 달린 타라우마라인도 있다고 한다. 서울에서 부산을 거쳐 광주까지 쉬지 않고 달린 셈이다. 480킬로미터를 달렸다는 또 다른 사람의 기록도 있다.
더욱 놀라운 것은 그들이 포장도로가 아닌 깊은 협곡의 울퉁불퉁한 비탈길을 오르내리며 달렸다는 것이다. 그것도 쿠션이 빵빵한 최첨단 러닝화가 아니라 가죽 밑창에 끈으로 발등과 발목을 얼기설기 묶은 ‘샌들’을 신고서 말이다.
상상을 초월하는 이들의 오래달리기 능력은 어디서 오는 것일까.
발뒤꿈치가 아니라 발볼을 이용해 땅바닥을 스치듯 달리는 특유의 주법, 어릴 때부터 거의 맨발로 험한 길을 달려 강화된 발과 주변의 근육들, 그들만의 독특한 섭생이 꼽힌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생존을 위해 오래 달리도록 진화한 인류의 달리기 본능을 그대로 이어받았다는 것이다. 호흡처럼 달리기를 일상으로 받아들이고 오래달리기를 오락처럼 즐기는 원시부족. 돌고래가 헤엄치듯, 기러기가 날아가듯 그들에게 달리기는 자연스러운 활동이다.
신비한 협곡에 숨어사는 이 은둔부족은 조용하고 친절하고 행복하다. 이 땅에는 범죄도 전쟁도 도둑도 없다. 부패, 비만, 약물중독, 탐욕, 가정폭력, 아동학대, 심장병, 고혈압도 없다. 이들은 당뇨병이나 우울증에 걸리지 않으며 심지어 늙지도 않는다. 50대도 10대처럼 빨리 달릴 수 있고, 80세 노인이 산중턱에서 마라톤 거리를 달린다.
오랜 세월 진실만 말하며 비정상적일 정도로 정직하게 살아온 끝에 뇌가 화학적으로 거짓말을 꾸며낼 수 없게 됐다는 타라우마리족. 보살처럼 자비로워서 다른 사람을 공격하는데 자신의 힘을 사용하지 않아 ‘달리는 수도승’이라 불리는 이들이 가르쳐준 행복의 비밀이 한 권의 책으로 나왔다.
며칠이건 사슴을 쫓으며 달려가 사슴의 발굽이 너덜너덜할 정도로 탈진했을 때 맨손으로 잡는다는 타라우마리인과 문명 세게 최고의 울트라러너들이 협곡에서 나란히 달리며 펼치는 숨 막히는 ‘달리기축제’가 광활한 대자연을 무대로 이어진다.
맨발이다시피 달리는 사람들이 그토록 먼 거리를 쉬지 않고 달리는데도 부상은커녕 달리기 자체를 즐길 수 있는 비결, 첨단 기능으로 무장한 값비싼 운동화가 등장한 이후 달리기로 인한 부상이 오히려 급증한 이유는 무엇인가.
저자는 스스로의 질문에 이렇게 답을 했다.
“인류는 문명의 발달로 달리기를 멈추면서 땅과의 진정한 접촉을 상실했고 질병에 시달리게 됐다. 두툼한 쿠션으로 발을 감싸면서부터 오래달리기에 최적화된 근육과 힘줄들은 제 기능을 잃게 됐다. 그럼에도 나이키를 비롯한 거대 스포츠용품 업체들은 끊임없이 더 비싸고 더 첨단인 러닝화를 신으라고 오도하고 있다.”
◇BORN TO RUN(본투런)/ 크리스토퍼 맥두걸 지음·민영진 옮김/ 1만4800원/ 408쪽/ 페이퍼로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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