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일 법정 스님의 다비식이 끝난 뒤 한 줌의 재로 변한 스님의 유골을 조용히 뒤따르는 두 사람이 있었다. 문현철 초당대 군사학과 교수(45)와 광주 금남로 베토벤 고전음악 감상실의 이정옥 사장(55)이었다. 두 사람은 법정 스님의 법구 안치부터 다비식까지 이틀 동안을 함께했다.
문 교수가 법정 스님을 처음 만난 것은 고2 때인 1982년 11월 초 베토벤 음악 감상실이었다. 법정 스님이 쓴 ‘산방한담’을 읽고 감동을 받았던 그는 스님에게 다가가 진로 상담을 청했다. 그 뒤에도 이 감상실에서 수시로 인생 상담이 이어졌다.
1987년 대학에 입학한 문 교수는 학업 중단을 고민해야만 했다. 등록금을 마련할 처지가 못 됐기 때문이었다. 이때 문 교수에게 희망의 손을 건넨 이가 법정 스님이었다. 법정 스님은 이 사장에게 “처지가 어려운 대학생들을 돕고 싶다. 주위에 비밀로 해 달라”고 부탁했다. 이 사장은 첫 번째 장학금 수혜자로 문 교수와 간호학과에 다니는 여학생 한 사람을 지목했다. 법정 스님은 문 교수에게 8학기 동안 장학금을 건넸다.
스님은 문 교수에게 “형편이 어려운 학생을 찾아 달라”고 부탁하기도 했다. 형편이 곤란한 문 교수의 친구와 후배 3명이 장학금을 받았다. 이들은 현재 의사, 대기업 직원, 학원 원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문 교수는 강단에 선 뒤 스님을 찾아가고 싶었지만 매번 인생에 대해 투정하면 스님의 수행에 방해가 된다고 생각해 참았다. 2003년 9월 ‘맑고 향기롭게’ 광주지부 발족식 강연을 마친 스님을 그는 10년 만에 만났다. 그의 명함을 받아든 법정 스님의 얼굴에 흐뭇한 미소가 흘렀다. 스님은 “이젠 본격적으로 공부를 해야겠네”라는 말을 건네고 자리를 떴다.
베토벤 음악감상실과 문 교수를 통해 법정 스님의 장학금을 받았던 ‘장학생’들은 그 뒤에도 스님을 자주 찾아뵙기보다는 법정 스님이 만든 시민모임 ‘맑고 향기롭게 회원’으로 계속 후원금을 내기로 마음을 모았다. 문 교수는 “법정 스님이 전해준 희망 메시지를 작게나마 이어가고자 계속 후원금을 내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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