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신 유기할 때도, 살해현장 다시 왔을 때도 목격자가 있었다

  • Array
  • 입력 2010년 3월 16일 03시 00분


코멘트

시신 유기까지 8~10시간 치밀하게 범행흔적 감추기
“만취” 주장 신빙성 떨어져…경찰, 오늘 현장검증 실시

조사실로 들어가는 김길태  부산 사상경찰서 3층 특별조사실에서 조사를 받던 김길태 씨가 15일 오후 잠시
 조사실에서 나왔다가 다시 들어가고 있다. 김 씨는 이날 조사에서 성폭행과 살해 혐의를 인정했다. 부산=최재호 기자 ☞ 사진 더 보기
조사실로 들어가는 김길태 부산 사상경찰서 3층 특별조사실에서 조사를 받던 김길태 씨가 15일 오후 잠시 조사실에서 나왔다가 다시 들어가고 있다. 김 씨는 이날 조사에서 성폭행과 살해 혐의를 인정했다. 부산=최재호 기자 ☞ 사진 더 보기
이유리 양(13) 살해사건 피의자 김길태 씨(33)의 말문이 열리면서 사건의 실체가 조금씩 드러나고 있다. 14일 “일어나니 시신이 있어 물탱크에 숨겼다”며 자백을 시작한 김 씨는 15일 이 사건의 핵심인 성폭행과 살해 혐의도 인정했다. 남은 것은 납치와 감금 혐의. 하지만 김 씨는 이 부분에 대해서는 여전히 입을 다물었다. 조사관들은 “재판에서 형량을 적게 받으려는 의도인지 계속 부인하고 있다”고 전했다.

○ 사건 당일, 목격자는 봤다.

자백, 직접 증거 외에 시신 유기 현장을 직접 보았거나 김 씨가 유기한 시신이 발견된 다음 날 인근에서 이를 지켜본 김 씨를 목격했다는 결정적인 목격자가 나와 사건 해결의 실마리를 푸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 것으로 드러났다.

첫 번째 목격자인 A 씨는 25일 오전 5시경 빨래를 걷으러 가던 중 물탱크(시신 발견 장소) 주변을 서성이는 30대 남자를 봤다. 갑자기 하얀 가루를 뿌리더니 돌 같은 것도 넣었다.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다. 사건 공개수배 전단을 보면서 김 씨라고 판단했다. 하지만 그가 보복할 것 같아 뒤늦게 신고했다. A 씨는 “내가 주로 활동하는 시간이어서 정확하게 그 상황을 기억한다”고 말했다. 경찰은 A 씨를 중요 참고인이라고 했다. A 씨의 진술이 수사 과정에서 결정적인 역할을 한 셈이다. A 씨의 진술이라면 이 양이 집에서 사라진 지난달 24일 오후 7시 10분∼9시 이후 시신 유기까지 8∼10시간이 걸렸을 것으로 보인다. 경찰은 “24일 살해한 뒤 다음 날 새벽까지 김 씨는 잠을 잤을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시신 발견 다음 날인 7일 새벽, 이 양 살해 장소(무당집) 마당에 있던 김 씨를 봤다는 시민도 있었다. 사건 현장 인근에 사는 B 양(18)은 “지저분한 긴 머리에 회색 모자가 달린 티셔츠를 입은 30대 남자를 10분간 지켜보던 중 집 옆에 경찰이 순찰을 하자 숨는 모습을 보고 김 씨로 확신했다”며 경찰에 신고했다. 경찰은 당시 B 양의 휴대전화가 꺼져 있어 더는 김 씨를 추격하지 못했다.

○ 김 씨 소주 주량 밝히는 게 관건

김 씨는 사건 당일 사건 현장 인근에서 소주 4, 5병을 마셨다고 진술했다. 평소 주량(소주 1병)보다 많이 마셨다는 게 김 씨의 주장이다. 하지만 그와 교도소 동료였던 C 씨는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지난해 8월 김 씨가 3병까지 마셨지만 특별한 주사는 없었다. 주량도 그 정도는 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 씨의 주장에 의심이 가는 대목이다.

시신 유기 과정 또한 술에 취한 우발적 범행이라고 보기 어려움만큼 치밀했다. 그는 “일어나 보니 이 양이 숨져 있어 옆집에 물탱크가 보여 시신을 옮겼다”고 진술했다. 시신을 버린 게 아니라 시멘트 가루에 물을 붓고 타일까지 동원했다. “술에 취했다”는 김 씨 진술의 신빙성이 떨어지는 부분이다. 경찰은 “사건 당시 김 씨가 술을 구입한 곳과 주량 이상의 술을 마셨을 때 행동 기억 여부를 확인하고 있다”고 밝혔다.

경찰은 김 씨가 술에 취한 나머지 ‘심신미약’ 상태에서 고의가 아닌 우발적인 범죄로 몰고 가려는 의도라는 가정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 고의적인 ‘강간살인’이면 무기징역에서 최고 사형을 받을 수 있지만 우발적인 강간치사면 10년 이상 유기나 무기징역형으로 가벼워질 수 있다. 김 씨는 “술에 취해 이 양을 납치해 살해 장소로 끌고 간 기억은 없다”며 납치와 감금 혐의는 인정하지 않았다. 두 혐의를 인정하면 우발적인 게 아니라 계획적인 범죄였음을 인정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부산=윤희각 기자 toto@donga.com
장관석 기자 jks@donga.com
강은지 기자 kej09@donga.com




▲동영상=김길태가 이양을 살해한 무속인의 집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