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길태가 조사받은 거짓말 탐지기… 직접 체험해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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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3월 16일 03시 00분


4개의 센서… 미세한 호흡 차이에도 “거짓” 잡아내땀-맥박으로 심리변화 감지검사-재판 결과 90% 일치해

본보 김윤종 기자(앞)가 15일 경찰청 과학수사센터에서 거짓말탐지기를 체험해 보고 있다. 이훈구 기자
본보 김윤종 기자(앞)가 15일 경찰청 과학수사센터에서 거짓말탐지기를 체험해 보고 있다. 이훈구 기자
벨트가 가슴과 배를 조여 왔다. 차가운 초음파 검사용 젤이 발린 오른손 손가락 끝에는 센서가 달렸다. 경찰의 질문이 시작됐다. 긴장한 탓인지 나도 모르게 맥박이 뛰었다.

범행 사실을 극구 부인하던 김길태 씨(33)는 14일 거짓말탐지기 검사에서 살해추정 장소 9곳의 사진을 보여주자 한 곳에서 ‘거짓말’ 반응을 나타냈다. 이후 입을 열기 시작했다. 기자는 15일 오후 서울 서대문구 미근동 경찰청 과학수사센터를 방문해 거짓말탐지기를 체험해봤다. 가로세로 각각 4m크기의 거짓말탐지실에 들어가 책상 앞 의자에 앉았다. 머리 위쪽 벽면에 소형 카메라가 달려 있다. 책상에 놓인 컴퓨터 모니터는 호흡, 땀 분비량, 맥박 등을 측정해 그래프로 나타내고 있었다.

의자에 앉자 과학수사센터 권정태 검사관은 가슴과 배, 팔뚝, 손가락 등 4곳에 센서를 부착했다. 거짓말탐지기는 정신적인 동요로 생리적 변화를 일으키는 과정에서 맥박, 호흡, 피부 변화 등을 기록해 진술의 진위를 살핀다. 권 검사관은 쪽지를 주며 “나에게 보이지 않게 3에서 5 사이 숫자를 하나 적으세요”라며 “질문을 하면 답변은 모두 ‘아니요’로 대답하세요”라고 안내했다.

“쓴 숫자가 1인가요.”(검사관) “아닙니다.”(기자)

“종이에 적은 숫자가 4인가요”란 질문까지 오자 긴장감이 커졌다. 기자는 쪽지에 ‘5’를 적어놓았다. 호흡이 빨라진 것도, 심장이 빨리 뛴 것도 아닌데 무언가 압박감이 느껴졌다. 권 검사관은 같은 질문을 7까지 한 뒤 검사를 마쳤다.

“호흡은 ‘쪽지에 쓴 숫자가 5인가요’라고 묻는 순간 가장 폭이 넓어졌어요. 맥박은 4에서 가장 높아져 5에 대한 질문이 끝난 뒤 급격히 안정됐습니다. 그래프를 분석한 결과 쪽지에 적힌 숫자는 5라고 봅니다.”(검사관)

거짓말탐지기 검사로 입증한 혐의가 재판에서 유죄로 판결되는 비율은 90% 이상이다. 2005년 부녀자 실종사건, 2008년 안양 초등생 살해 사건 등에도 거짓말탐지기가 활용됐다.

김윤종 기자 zozo@donga.com


▲ 동영상 = 거짓말탐지기 직접 실험해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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