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6월 지식경제부와 한국방사성폐기물관리공단은 월성원자력환경관리센터(방폐장) 1단계 준공 예정일을 당초 2010년 6월에서 2012년 말로 연장한다고 발표했다. 사일로(처분창고) 부근 암반에 문제가 발견됐기 때문이다. 정부는 공기연장 이유를 밝히기 위한 진상조사에 들어갔다. 조사 신뢰도를 높이기 위해 대한지질학회에 의뢰했다. 지질공학자 등 전문가 5명이 한 달가량 조사한 뒤 “안정성에 문제가 없다”고 결론을 내렸다.
그러나 일부 환경단체 등이 부실조사 가능성을 제기하며 재조사를 요구했다. 이에 따라 경주시의원과 주민 대표 등 23명으로 구성된 ‘방폐장 현안사항 해결을 위한 지역공동협의회’가 지난해 8월 출범했다. 이 협의회는 자체적으로 전문가 5명을 선정해 지난해 11월부터 조사를 해 11일 결과를 공개했다. 협의회는 조사단 검증 결과를 즉각 수용했다. 관리공단은 보완 사항을 공사에 적극 반영키로 해 방폐장의 안전성을 둘러싼 논란을 매듭지을 수 있는 중요한 계기를 마련했다.
조사단에는 △김상환(호서대·터널분야·단장) △김준경(세명대·지진) △오대열(대구공업대·구조지질) △박은규(경북대·수리지질) △문주현 교수(동국대·원자력)가 참여했다. 조사단은 방폐장 용지 적합성 등 5가지 분야를 집중적으로 조사했으며, 내용은 다음과 같다. 이들은 정부가 조사한 항목 이외에 지진 안전성과 지하수 흐름에 대한 안전성을 추가로 조사했다.
▶비교 표 참조
○ 용지 적합성
방폐장 부지는 풍화암(약화된 암석)이 다소 있지만 처분 용지 선정기준을 벗어나지 않으며, 용지 선정은 적합하게 이뤄진 것으로 판단됐다. 다만 사일로가 들어설 지역의 암반 등급의 편차가 크기 때문에 설계 및 시공에 유의해야 하며 암반 상태를 파악하기 위한 체계적 통합관리 시스템 구축이 필요한 것으로 지적됐다.
○ 사일로 시공 가능성
지반조사 자료의 신뢰성은 있으나 종합적인 지반 분석과 사일로의 기본설계가 미흡했다. 그러나 보강공법에 따른 단계별 시공성이 확보되도록 설계하고 대책을 수립한다면 기존에 계획된 사일로의 시공안정성은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판단돼 보강 및 지보(支保·터널 공사에서 암석이나 토사 붕괴를 막기 위한 구조물)패턴 설계의 예시를 대책으로 제시했다.
○ 지진에 대한 안전성
지진에 대비한 설계기준 평가에서 양산단층(경남 양산시의 지명을 딴 단층) 및 읍천단층(경주시 양남면 읍천리 지명을 딴 단층) 등의 영향이 지진 영향 분석과정에서 이미 고려됐다. 결과 값도 대체적으로 적절했다. 사일로는 진도 6.5의 지진에 대비해 내진설계가 됐다. 이는 원자력발전소와 동일한 수준이나 방폐장이 지하에 건설되므로 더욱 안전하다고 볼 수 있다.
○ 지하수에 따른 안전성
지하수 조사 및 분석 절차는 적정했다. 그러나 사일로 인근 투수성 구조 등의 형태와 범위, 특성 등이 상세히 파악되지 않은 상태이다. 또한 용지 북측 해안 지역에서 해수(바닷물) 침투 가능성이 인지되므로 광역적인 해수침투 관측망을 설치하고 해수 침투를 고려해 상세한 모델링 분석이 필요하다. 앞으로 사일로 인근 주요 투수성 구조의 형태, 범위, 특성과 해수 침투 양상을 추가로 파악해 이를 사일로 설계에 반영할 필요가 있다.
○ 방폐장 방사선 안전성
방사선 안전성 성능의 목표는 원자력발전소 성능 목표보다 더욱 엄격하게 규제되고 있다. 처분시설 폐쇄 후 주변 환경 및 인간에게 미칠 방사선 영향은 우려하지 않아도 될 만한 수준이다. 그러나 건설 중 취득한 현장자료 및 해수영향을 고려하여 평가 결과의 유효성에 대한 지속적인 확인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 지하수 환경종합 감시시스템의 구축 및 운영이 필요하다.
협의회는 사업자인 방사성폐기물관리공단 측에 이번 조사 결과를 적극 수용해 시민의 안전과 환경 보전을 위한 최선의 노력을 기울여줄 것을 요청했다. 특히 사일로의 위치에 대한 설계 변경 필요성과 해수 및 지하수 문제에 큰 관심을 보였다. 임동철 위원장(67·경북 경주시 감포읍)은 “이번 조사단은 100% 독립적으로 조사를 한 만큼 그 결과에 대해 사업자도 100% 수용하면 안전성은 확보되는 것”이라며 “이제 방폐장의 안전성은 사업자 측에 달려 있다”고 말했다. 임 위원장은 “이번 검증을 계기로 사업자와 경주 주민이 확고한 신뢰를 바탕으로 상생할 수 있게 되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관리공단 측은 이번 조사결과를 방폐장을 안전하게 시공하는 데 최대한 활용한다는 계획이다. 사일로 북쪽에서 해수 침투 가능성이 있다는 조사단의 판단에 따라 해수 관측시설을 8곳 추가 설치하는 한편 지하수 환경 종합감시 시스템을 빨리 구축하는 등 조사단이 제기한 문제를 적극 수용할 계획이다. 관리공단 민계홍 이사장은 “협의회의 재조사 결과는 경주 방폐장 건설의 안전성과 신뢰성을 높이는 데 중요한 과정이 됐다”고 평가하고 “안전성에 대한 이중 검증을 토대로 건설 과정을 더욱 투명하게 보여주면서 추진해나가겠다”고 밝혔다. 협의회와 관리공단은 조만간 만나 검증 결과에 대한 향후 계획을 확정할 예정이다.
시민 참여로 안전성 재조사가 이뤄짐에 따라 공사의 안전성을 보장하는 데도 시민들이 큰 역할을 하게 됐다. 방폐장은 2005년 경주시민 89.5%의 찬성으로 용지를 유치한 데 이어, 처분방식을 결정하는 데도 주민이 참여하는 선정위원회를 통해 동굴식으로 결정한 바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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