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각장애선수 꿈 위해서라면…” 태극마크도 미련없이 버렸다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3월 17일 03시 00분


임학수의 ‘가이드 러너’ 박윤배

“선수로 이루지 못한 올림픽 메달의 꿈을 가이드 러너로 이루고 싶었습니다.”

잘나가던 국가대표 스키선수가 선수생활을 접었다. 나이가 들어서도 아니고 몸을 다쳐서도 아니었다. 한 시각장애 스키선수의 길잡이 역할을 하기 위해서였다. 밴쿠버 겨울장애인올림픽 크로스컨트리에 출전한 시각장애 선수 임학수(22·하이원)의 가이드 러너 박윤배(31). 가이드 러너는 시각장애 선수가 코스에서 벗어나지 않도록 눈에 잘 띄는 색상의 경기복을 입고 선수보다 3m가량 앞서 달리는 길잡이다.

박윤배는 지난해까지 국가대표로 활약한 한국 크로스컨트리의 간판이었다. 2003년 아오모리 겨울아시아경기에서 은메달을 땄고 2006년 토리노 겨울올림픽에도 출전했다. 국내 대회는 그가 휩쓸다시피 했다. 하지만 그는 임학수를 도와달라는 대한장애인스키협회의 요청에 미련 없이 현역 은퇴를 결심했다.

박윤배는 “나는 국제대회에서는 성적이 좋지 않아 좌절감이 심했다. 선수로서 올림픽 메달의 꿈을 이루지 못했지만 임학수가 올림픽에서 메달을 따는 데 도움을 줄 수 있을 것 같았다”고 말했다. 그는 임학수에 대해 “스키를 시작한 지 3년밖에 안 됐지만 하루하루 성장하는 게 눈에 보일 만큼 잠재력이 큰 선수”라고 평가했다.

그는 올림픽을 앞두고 4개월 동안 임학수와 호흡을 맞췄다. 겨울장애인올림픽에서는 시각장애 선수가 메달을 따면 가이드 러너도 함께 시상대에 오른다. 박윤배는 “가이드 러너도 선수와 같이 경기를 한다. 내가 주인공이 되고 싶기도 하지만 좋은 영화에는 항상 빛나는 조연이 있듯 그런 역할에 최선을 다하고 싶다”고 다짐했다.

이종석 기자 wi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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