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풍 뚫고 기록 단축… 엘리트도 마스터스도 ‘감격 레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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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3월 22일 03시 00분


■ 새 국가대표팀 ‘황영조 사단’ 떴다

마스터스 참가자가 몰려든 서울 광화문광장은 새봄의 열기로 뜨거웠다. 국내 처음으로 국제육상경기연맹(IAAF)이 인증하는 최고
등급인 골드라벨 대회로 승격돼 열린 올해 대회 엘리트 부문에서는 국내 마라톤대회 사상 처음으로 2시간6분대 기록이 나왔다.
특별취재반
마스터스 참가자가 몰려든 서울 광화문광장은 새봄의 열기로 뜨거웠다. 국내 처음으로 국제육상경기연맹(IAAF)이 인증하는 최고 등급인 골드라벨 대회로 승격돼 열린 올해 대회 엘리트 부문에서는 국내 마라톤대회 사상 처음으로 2시간6분대 기록이 나왔다. 특별취재반
2010 서울국제마라톤대회 겸 제81회 동아마라톤대회를 누구보다 가슴 졸이며 지켜본 사람은 황영조 대한육상경기연맹 마라톤 기술위원장(40)이다. 그는 지난해 11월 2011년 대구세계육상선수권대회를 대비해 새롭게 출범한 마라톤 국가대표팀의 수장을 맡았다. 그의 지도력에 의구심을 가진 사람이 있었고 기존의 소속팀 위주 훈련이 아닌 합동 훈련 방식을 두고도 적잖은 논란이 있었다. 황 감독은 “결과로 말하겠다”며 자신감을 보였다.

결과는 일단 성공적이다. 남자 대표팀 15명 중 11명이 출전해 9명이 풀코스를 완주했다. 은동영(건국대)이 자신의 최고기록(2시간26분19초)을 8분여 앞당긴 2시간17분46초를 달성하는 등 5명은 개인 최고기록을 평균 5분 이상 단축시켰다. 처음 풀코스에 도전한 김민(건국대·2시간13분11초)과 한지훈(경운대·2시간18분30초)의 선전도 돋보였다. 김민은 30km까지 선두를 유지하며 성장 가능성을 보였다. 황 감독은 “기록도 좋았지만 30km까지 아프리카 선수들과 선두로 달렸다는 게 중요하다. 후반 체력을 보충한다면 빠른 시일 내 2시간10분대 진입이 가능하다”고 밝혔다. 이번에 선전한 대표 선수 7명의 평균 나이가 22.1세로 어린 것도 고무적이다.

현재 유망주 위주로 꾸려진 대표팀은 고정된 것이 아니다. 황 감독은 이날 결과와 4월 대구국제마라톤 기록 등을 토대로 다시 한 번 대표팀을 개편할 계획이다. 11월 광저우 아시아경기 후에도 변동 가능성이 있다. 내년 대구 세계육상선수권에 출전하는 대표 선수는 남자 5명, 여자 5명. 황 감독은 현재 대표팀이 아닌 이들 중에서도 성장 가능성이 높으면 누구라도 받아들일 수 있다고 밝혔다.

그는 “지금까지 훈련량 증가로 기록 단축을 꾀했다면 이제는 차츰 강도를 높여 기록 향상에 박차를 가하겠다”고 말했다.

특별취재반

국내男1위 박영민 “내 기록 2분20초 단축… 나도 놀라”

국내 남자 선수 중 1위(전체 6위)를 한 박영민(26·코오롱·사진)은 결승선 통과 100m가량을 앞두고 주먹을 불끈 쥐어 보였다. 결승선을 통과한 뒤에도 힘이 넘치는지 환호성을 질러댔다.

박영민은 2시간12분43초의 기록으로 남자부 국내 부문에서 우승을 차지했다. 자신의 기록을 2분20초나 앞당긴 기록이다. 박영민은 “겨울훈련을 제대로 하지 못해 큰 기대를 하지 않았는데 예상외로 좋은 기록이 나왔다”고 말했다.

박영민은 1월 말부터 3월 초까지 중국 쿤밍에서 한 전지훈련 때 잦은 배탈로 훈련을 제대로 하지 못했다. 몸 상태가 좋지 않은 상황에서 세운 자신의 최고기록이어서 그는 더욱 기뻐했다. 이번이 네 번째 풀코스 완주인 그의 기록 변화를 보면 놀랍다. 마라톤 풀코스를 처음 뛴 건 2008 서울국제마라톤대회 겸 제79회 동아마라톤대회. 당시 2시간27분대를 기록했다. 이듬해 두 번째 완주에서는 2시간23분대를 뛰었고 지난해 중앙서울마라톤에서는 2시간15분3초를 기록해 2시간10분대에 진입했다.

박영민의 올해 목표는 국가대표에 뽑혀 11월 중국 광저우에서 열리는 아시아경기에 출전하는 것이다. 그는 “그동안 큰 욕심을 내지 않았지만 아시아경기에서는 2시간8분대에 도전해 보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국내女1위 김성은, 13년 묵은 한국 기록에 3분 차로 육박

한국 여자 마라톤의 샛별로 떠오른 김성은(21·삼성전자·사진)은 자신의 기록을 8분 3초나 앞당긴 2시간29분27초를 기록하며 국내 여자부에서 우승했다. 13년 묵은 한국기록인 2시간26분12초(권은주)에도 약 3분 차로 육박했다.

김성은에게 이번 대회는 두 번째 풀코스 도전이다. 지난해 중앙서울마라톤에서 데뷔해 당시 시즌 랭킹 1위 이선영(26·안동시청)을 20km까지 앞서며 인상적인 경기를 펼친 끝에 2위로 들어오며 기대주로 떠올랐다. 김성은은 “조금 추웠지만 점점 기온이 올라가 뛰기에는 좋았다. 바람이 많이 불어 생각보다 기록이 덜 나온 것 같다”고 말했다.

3000m 등 장거리와 하프 마라톤을 주 종목으로 삼았던 김성은은 지난해 9월부터 풀코스 마라톤으로 바꿨다. 그는 “장거리를 시작한 것은 마라톤을 하기 위한 준비 단계였다. 정말 포기하고 싶을 때 힘든 것을 이겨내며 달리는 마라톤의 매력이 좋았다”고 말했다. 11월 광저우 아시아경기에 참가해 한국 기록을 깨고 싶다는 김성은은 “올해 겨울훈련 때 이를 악물고 훈련했다. 꾸준히 훈련만 잘한다면 올해 하반기에는 좋은 기록을 낼 수 있을 것 같다”고 각오를 밝혔다.

女엘리트부 고베나, 오사카대회 우승 40여일 만에 또 1위

에티오피아의 아메인 고베나(24·사진)는 중국 저우춘슈(32·2시간19분51초)에 이어 기록 랭킹이 2위(2시간25분14초)였지만 우승 후보로 꼽히지는 않았다. 1월 31일 오사카 마라톤에서 풀코스를 뛴 지 40여 일밖에 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는 예상을 뒤엎고 결승선을 가장 먼저 끊었다. 오사카 마라톤 우승 기록인 자신의 최고 기록을 1분 1초나 단축한 2시간24분13초로 골인했다. 끝까지 흐트러지지 않은 주법으로 잠실종합운동장의 400m 트랙을 돈 고베나는 두 팔을 번쩍 들어 올린 뒤 무릎을 꿇고 엎드려 트랙에 입을 맞추었다.

고베나는 2003년에 달리기를 시작해 지난해 1월 미국 휴스턴 마라톤에서 풀코스에 처음 도전했다. 이 대회에서 5위를 한 그는 그해 5월 로스앤젤레스 대회에서 2시간26분53초의 기록으로 2위에 올랐고 올해 1월 오사카 대회에선 우승했다. 이번 대회 우승으로 국제 대회 2회 연속 우승. 매니저인 크리스 구딩 씨는 “고베나는 머리가 좋아 레이스 운영을 잘한다. 정신력도 매우 강하다”고 말했다.

마스터스 男 우승 장성연 씨 “골드대회서 1위, 가문의 영광”

“골드라벨로 승격한 첫해에 우승하니 감격이 두 배네요.”

마스터스 남자부에서 2시간27분7초로 우승한 장성연 씨(34·사진). 그는 “날씨가 제법 쌀쌀한 데다 바람까지 심하게 불어 더 좋은 기록을 못내 아쉽다”면서도 “골드 라벨 마스터스 부문 초대 우승자라는 타이틀은 가문의 영광”이라며 환하게 웃었다.

체중이 80kg대까지 나가던 장 씨는 2006년 마라톤을 시작하면서 건강도 되찾았고, 일도 잘 풀렸다. 마라톤에 천부적인 재질도 있었다. 그는 이듬해부터 각종 대회 우승을 휩쓸며 강자로 이름을 날렸다. 가족은 그의 팬이자 가장 큰 힘이다. 식구들은 처음엔 “힘든 걸 왜하냐”며 시큰둥하게 바라봤지만 이제는 지방대회까지 따라다니며 열심히 응원해주고 있다.

이봉주를 가장 존경한다는 그는 “마라톤의 다른 이름은 끈기와 인내이다. 항상 성실하고 꾸준한 모습을 보였던 이봉주 선수의 열정을 닮고 싶다”고 말했다.

마스터스 女 1위 정순연 씨, ‘얼짱 주부 마라토너’로 유명

마스터스 여자부에서 2시간51분20초로 우승한 정순연 씨(36·사진). 그는 ‘얼짱 주부 마라토너’로 더 유명하다. 실력도 일취월장했다. 3년 전부터 두각을 나타내더니 전국에서 열린 크고 작은 마라톤 대회에서 10여 차례 우승 트로피를 들었다. 그리고 마침내 최고 권위의 서울국제마라톤 타이틀까지 차지했다. 지난 대회까지 4년 연속 이 대회 우승을 차지한 이정숙 씨(45)도 그의 상승세를 막지 못했다.

정 씨는 여고 시절 육상부로 활동했다. 그는 몇 년 전 TV에서 한 마라톤 대회를 보다 ‘어, 아줌마도 저렇게 잘 뛰네’ 하는 생각이 들어 용기를 내게 됐다. 이후 매일 1시간씩 집 주변 운동장에서 조깅을 하며 몸을 만들었고 서브스리까지 달성했다.

그는 마라톤을 한마디로 ‘열정’이라고 표현했다. “마라톤을 하면서 삶에 열정이 생겼어요. 마라톤을 알게 된 건 제 인생에 축복이자 가장 큰 행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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