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총선 때 공천에서 탈락하자 한나라당을 탈당해 친박연대(현 미래희망연대)를 창당한 서청원 전 대표가 24일 한나라당과의 조건 없는 합당을 선언한 배경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특히 서 전 대표의 선언은 지방선거를 두 달여 앞두고 나온 것이어서 지방선거 구도를 뒤흔들 변수가 될 것으로 보인다. 현재 6∼7% 정도인 미래희망연대의 당 지지율은 수도권 등 초접전지역에서 한나라당과 야권 후보의 당락을 가르는 결정적 열쇠가 되기 때문이다.》 어수선한 희망연대 옥중 서청원 전격 합당선언 ‘사면 뒷거래설’ 모락모락 이규택 “지분
받아야” 반발
한나라, 일단 환영 야권 연합공천에 대응해 접전지역 승부 천군만마 일각선 박근혜 세확장 경계
○ ‘무조건 합당’ 선언 왜 나왔나
2008년 총선에서 친박연대는 14명의 의원을 배출해 원내 제4당에 올라서는 돌풍을 일으켰다. 당시 한나라당 공천 파문 직후 박근혜 전 대표는 “살아서 한나라당으로 돌아오라”며 친박 후보에 대한 지지를 호소했다. 이후 총선에선 친박연대 후보들과 친박 무소속 후보들이 선전해 다수가 원내 입성에 성공했다.
하지만 한나라당과 친박연대의 합당 논의는 지지부진했다. 친박연대 지역구 의원과 친박 무소속 의원들은 2008년 7월 한나라당에 개별 입당 절차를 밟았을 뿐이다. 당 대 당 통합 논의는 이뤄지지 않았다. 합당 시 지분 문제와 함께 서 전 대표의 사면 문제가 맞물리면서 양당의 합당 논의는 벽에 부닥쳤다.
합당 논의가 물건너갔다고 판단한 희망연대 지도부가 최근 친박연대라는 옛 당명을 바꾸고 지방선거 준비에 들어간 가운데 터져나온 서 전 대표의 조건 없는 합당 선언은 다층적 계산이 깔려 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서 전 대표는 이날 옥중 성명에서 한나라당과의 태생적 일체감과 지방선거 승리를 위한 보수 연합을 무조건 합당의 이유로 내세웠다. 자기희생을 감수하더라도 보수의 분열을 막겠다며 ‘더 큰 정치’를 명분으로 내세웠다.
서 전 대표는 지난해부터 측근들에게 “친박연대의 창당 정신이 한나라당에 들어가겠다는 것인데 더 이상 버티는 게 무의미하다”는 취지의 말을 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당초 일부 측근들이 한나라당과의 합당을 제안하자고 했지만 서 전 대표는 “그럴 경우 지분 협상 등 조건이 붙게 된다”며 무공천 방침을 밝혔다고 한다. 더 큰 명분을 던져 합당 논의에 물꼬를 틀려는 포석이라는 얘기다.
이와 관련해 서 전 대표는 측근인 노철래 원내대표에게 한나라당 정병국 사무총장 등과 접촉하도록 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 총장은 희망연대와의 통합에 부정적인 여권 내 일부 기류를 감안해 여권 내 제 세력과의 막후 조율을 담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치권에선 이번 합당 문제로 서 전 대표와 한나라당의 ‘이면계약설’도 흘러나오고 있다. 희망연대는 합당의 전제조건으로 끊임없이 서 전 대표의 사면을 요구한 만큼 여권과 사면문제가 조율된 것이 아니냐는 것이다. 이에 대해 정 총장은 “이명박 대통령은 여러 차례 정치인 사면은 없다고 밝혀왔다”며 “사면을 전제조건으로 합당한다는 것은 있을 수 없다”고 말했다.
○ 합당 진통, ‘찻잔 속 태풍’?
서 전 대표의 합당 선언은 당과 충분한 협의가 이뤄지지 않은 상태에서 나온 것으로 보인다. 이규택 미래희망연대 대표는 21일 정병국 총장을 만나서도 “당 사람들을 끌고 (한나라당에) 들어가려면 명분이 있어야 하는 것 아니냐”며 ‘지분’을 요구했다. 이에 정 총장은 “지방선거 공천은 원칙적으로 경선을 통해 이뤄진다. 희망연대 후보들이 경선에 참여할 수 있도록 배려할 수는 있지만 공천을 보장할 순 없다”며 선을 그었다.
이 대표와 일부 당원들은 무조건 합당에 반발하고 있지만 합당 자체를 가로막지는 못할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다. 희망연대에 대한 서 전 대표의 영향력이 강하기 때문이다. 서 전 대표 측은 이 대표가 끝까지 반발할 경우 이 대표를 배제한 채 한나라당과의 합당 작업을 밀어붙이기로 했다. 이와 관련해 합당을 결의하기 위한 전당대회도 곧 열기로 했다.
○ 지방선거 판세 어떻게 바뀔까
한나라당과 희망연대의 합당은 야권 연대에 맞선 보수 연합이라는 측면에서 선거구도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특히 득표율 5% 이내에서 당락이 뒤바뀌는 수도권에서 한나라당은 ‘희망연대의 여권성향 표 잠식’에 대한 우려를 덜 수 있게 됐다.
친이계의 한 의원은 “일부 친이계에선 세종시 당론변경 등을 위해서는 한 표가 아쉬운데 박 전 대표의 세가 불어나는 것에 우려를 나타내기도 하지만, 지방선거가 코앞에 닥친 마당에 희망연대와의 합당을 공개적으로 반대할 수는 없을 것이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한나라당은 희망연대를 끌어안는 모습을 보임으로써 현재 연합공천을 놓고 대립하는 야권과 차별화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날 민주당은 연합공천 협상 대표를 윤호중 수석 사무부총장에서 이목희 대외협력위원장으로 교체했다. 이는 주로 비주류 인사들의 지역구인 수도권 11곳의 기초단체장 공천을 군소야당에 양보한 잠정 합의문에 대해 당내 반발이 끊이지 않는 데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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