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신업계는 하루가 다르게 바뀌고 있다. 최근에는 1GB(기가바이트) ‘무한자유 요금제’가 등장했고 스마트폰이 유행처럼 번지고 있다. 통화 품질에만 신경 쓰던 통신사들은 교육과 금융 등 다른 분야 산업의 성장을 이끄는 원동력이 되려고 한다.
○ SK텔레콤과 SK브로드밴드
포스코의 넓은 제철소를 이동하느라 10분 이상 걸리던 간단한 업무의 결재가 10초 만에 가능해진다. 동부그룹의 모든 직원이 스마트폰으로 사무실 안과 밖 어디서든 업무를 볼 수 있게 된다. SK텔레콤이 진행하고 있는 산업생산성증대(IPE) 사업의 결과다. 이 회사는 통신기술을 이용해 통신과 전혀 관계없는 타 산업의 생산성을 높이고 낭비를 줄인다.
지난해에는 영어교육전문기관 ‘청담러닝’과 함께 휴대전화 웹사이트에서 영어를 배울 수 있는 ‘모바일 교육 콘텐츠’를 개발해 세계시장에 진출할 계획을 세웠다.
이런 다양한 기술적 성과는 SK텔레콤의 또 다른 화두인 ‘융합’을 통해 하나로 묶인다. 포스코나 동부그룹의 모바일 사무환경은 SK브로드밴드의 초고속인터넷을 결합하는 게 필수였다. SK텔레콤과 SK브로드밴드는 소비자 시장에서도 휴대전화와 인터넷전화, 초고속인터넷, 인터넷TV(IPTV) 등 유무선 통신 서비스를 하나로 결합한 ‘T밴드’라는 결합상품을 만들어 냈다.
유선통신 자체의 혁신 노력도 이어졌다. SK브로드밴드는 국내 최초로 IPTV를 상용화한 회사다. 이 회사는 올해 2월 ‘오픈 IPTV’라는 개방형 서비스를 만들었는데 이를 개인들에게 공개할 예정이다. 개인이 만든 다양한 방송 콘텐츠가 TV를 타고 전국으로 방송되는 일도 가능해진다.
○ 데이터 사업에 힘 쏟다… KT
올해 2월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열린 모바일 월드 콩그레스(MWC) 행사 첫날, 전시장에 부스를 마련하지도 않은 KT가 ‘뉴스’를 터뜨렸다. 미국 AT&T와 일본 NTT도코모 등 24개 세계 유력 통신사와 함께 슈퍼 앱스토어 ‘홀세일앱커뮤니티(WAC)’를 만든다는 내용이었다. 통신사들이 손을 잡은 것은 애플의 ‘앱스토어’, 구글의 ‘안드로이드마켓’ 등이 주도했던 모바일 콘텐츠 시장을 공략하기 위해서다.
KT는 올해 들어 스마트폰에 커다란 비중을 두고 있다. 지난해 11월 말 아이폰을 국내에 처음 들여온 KT로서는 당연한 일일지 모른다.
WAC와 함께 KT는 올해 무선데이터 매출 성장률 1위를 달성하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근거리무선통신기술인 와이파이(Wi-Fi)를 기본으로 탑재한 휴대전화를 50% 이상 늘릴 계획이다. 또 스마트폰에 이어 전자책(e북), 태블릿컴퓨터 등 휴대기기까지 무선인터넷 서비스를 확대하는 ‘모바일 브로드밴드(MBB)’ 전략도 내놨다.
이를 위해 ‘스마트 셰어링’이라는 서비스를 선보인다. 이는 하나의 데이터 요금제로 여러 대의 기기를 사용할 수 있는 것. 스마트폰의 무료 데이터 용량을 3세대(3G) 통신 모듈을 갖춘 전자책이나 태블릿컴퓨터 등 다른 기기에서도 쓸 수 있어 기기마다 통신 요금을 따로 낼 필요가 없다.
○ 소비자 중심 패러다임… LG텔레콤
1월 ‘통합LG텔레콤’이 세워진 후 새 조직을 이끌어가는 이상철 부회장은 종종 공식석상에서 “‘OZ’라는 이름은 참 잘 지었다”라고 말했다.
이 부회장이 ‘OZ’를 언급하는 것은 단순히 어감 때문만은 아니다. 2008년 4월 3일 공개된 LG텔레콤의 OZ 서비스는 3위 통신업체가 꺼내 든 최후의 카드였지만, 결론적으로는 획기적인 상품이었다. 한 달에 6000원만 내면 1GB 용량의 데이터를 사용할 수 있게 했다. 이 용량은 사실상 무제한을 뜻한다. 그간 비싼 요금과 폐쇄적인 망 운영에 갇혀 있던 무선데이터 시장이 깨어나는 순간이었다. 소비자 중심의 데이터 요금제를 도입한 결과 첫해 52만 명이 가입했고 지난해 말 100만 명을 돌파했다.
OZ의 성공에 가장 큰 역할을 한 것은 저렴한 가격. LG텔레콤은 경쟁사들처럼 3G 통신망을 새로 구축하지 않고 기존 통신망을 업그레이드했다. 또 웹사이트 화면을 그대로 볼 수 있는 ‘풀 브라우징’ 방식을 채택해 PC와 휴대전화 간의 간극을 줄였다. 여기에 실시간 교통정보와 지도검색, 날씨정보, 증권정보 등 실생활과 밀접한 서비스들을 메인 화면에 제공했다.
김범석 기자 bsism@donga.com
▼정만원 SK텔레콤 사장 “동반자 정신이 IPE전략 핵심”▼
“SK텔레콤은 금융이나 유통 등 다른 영역의 사업자와 경쟁하지 않습니다. 그들의 영역으로 진출하지도 않습니다. 그 대신 해당 사업자들이 사업을 더 잘하도록 지원할 수 있습니다.”
정만원 SK텔레콤 사장(사진)은 최근 이 회사가 본격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기업생산성증대(IPE) 전략의 본질에 대해 이렇게 설명했다. 국내외 주요 기업과 기술 협력을 통해 쌓아온 다양한 노하우로 통신과 관계없는 분야 사업자들의 성공을 돕는 동반자가 되겠다는 뜻이었다. 정 사장은 “우리는 세계에서 처음 휴대전화로 차의 시동을 켜고 끄고, 상태를 점검할 수 있는 차량용 모바일기술(MIV)를 개발했으며 3차원(3D) 영상 입체변환 등 다양한 기술 연구를 진행했다”고 말했다. 기술이 SK텔레콤의 경쟁력이란 것이다.
특히 MIV는 휴대전화로 자동차의 각종 기능을 원격으로 진단하고 제어해 차량 도난방지, 긴급구조 통신 자동차 원격검침 등을 가능하게 하는 핵심 서비스라는 게 정 사장의 설명이다.
정 사장은 “그동안 우리가 이룬 일에 자부심을 갖는다”면서도 “하지만 한계를 돌파하기 위해서는 다른 산업과의 컨버전스(융합)가 어느 때보다 중요해졌다”고 말했다.
▼이석채 KT 회장 “스마트-융합-오픈, 세가지 화두”▼
“1980년 말 ‘하이텔’로 대표되는 PC통신이 제1의 혁명이었다면, 1990년대엔 휴대전화가 제2의 혁명이었습니다. 지금은 ‘스마트’ 혁명이 진행 중입니다.”
이석채 KT 회장(사진)은 오늘의 KT가 갖고 있는 화두로 △스마트 △유무선통신 융합 △오픈 세 가지를 꼽았다. 통신시장이 정체라고 하는데 ‘스마트(SMART·Save cost Maximize profit ART)’라는 방식으로 기업 고객의 생산성을 높이는 새 사업을 벌인다는 뜻이다.
이 회장은 또 ‘컨버전스’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유선이든 무선이든 모든 통신서비스는 인터넷프로토콜(IP·인터넷을 이용한 통신)로 수렴된다”며 “다양한 네트워크를 결합해 제공하면 소비자가 큰 혜택을 볼 것”이라고 설명했다.
‘오픈’은 통신사가 ‘마당’을 깔아주고 소프트웨어나 콘텐츠 업체가 그곳에서 자신들의 사업을 벌이는 개념이다. 이 회장은 “지식산업의 활성화에 기여하면서 KT도 함께 발전하는 세계 유일의 모델을 만들고 싶다”고 밝혔다.
▼이상철 LG텔레콤 부회장 “통신 이용한 전혀 다른 산업 개척”▼
“세계 수준의 통신 역량을 가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애플처럼 혁신적인 사업모델을 만들지 못하고 점유율 경쟁만 벌여왔던 게 아쉽습니다.”
통합 LG텔레콤의 이상철 부회장(사진)은 ‘반성’을 화두로 제시했다. 더 큰 혁신을 위해서는 잘한 것보다는 부족한 부분부터 돌아봐야 한다는 생각에서다. 그는 “방송사인 NBC는 (인터넷TV인 IPTV와 흡사한) 주문형비디오(VOD) 사업을 벌이고, 온라인쇼핑몰 아마존닷컴도 ‘킨들’이라는 전자책 단말기로 이동통신과 결합한 새 사업영역을 개척했다”며 “LG텔레콤도 ‘탈(脫)통신’ 전략으로 통신을 이용한 전혀 다른 산업을 만들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이를 위한 작업도 이미 시작했다. 최근 이 회사가 선보인 ‘오즈(OZ) 2.0’이 대표적이다. 블로그와 지도검색 등 사용자가 즐기는 대부분의 서비스를 일반 휴대전화에서 할 수 있게 한 신개념 서비스다. 이 부회장은 “사용자 위주의 섬세한 사용자환경(UI) 등 소프트웨어적 발전에 힘쓰겠다”며 “경쟁을 두려워하지 않고 혁신을 거듭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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