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재섭 한국산업인력공단 이사장(60)은 요즘 매일 아침이 즐겁다.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두 살배기 외손녀(신지원 양)와 함께 출근하기 때문. 그는 손녀를 공단 건물 내 직장보육시설(슬기샘 어린이집)에 맡기고 사무실로 향한다. 유 이사장은 “자녀 양육에 어려움을 겪는 젊은 직원들을 위해 직장보육시설을 만들었는데 뜻하지 않게 나까지 혜택을 보게 됐다”며 “같은 아파트에 사는 딸 부부가 육아 부담을 덜어서 다행”이라고 말했다. 산업인력공단은 지난해 하반기 어린이집 설립을 구상하다가 본보의 ‘아이와 함께 출근해요’ 캠페인의 취지에 적극 공감해 설립에 박차를 가했다. 그 결과 캠페인에 동참한 첫 직장보육시설인 ‘슬기샘 어린이집’을 3월 30일 열었다.》서울 마포구 공덕동 한국산업인력공단 1층에 위치한 슬기샘 어린이집에는 현재 0∼5세 아이 17명이 있다. 교사는 원장 1명, 조리사 1명, 보육교사 등 모두 7명으로, 4년제 대학에서 유아교육 및 아동학을 전공한 교사들이 아이들을 돌본다.
보육시간은 평일 오전 7시 반∼오후 7시 반이지만 야근 등으로 부모들의 요청이 있으면 오후 9시까지도 연장 운영을 한다. 이곳은 단순 육아 외에도 유아교육 전공자들이 연령에 따른 체계적인 교육프로그램도 운영한다. 보육료는 연령에 따라 다르지만 5세 아동의 경우 월 12만 원 수준. 0∼1세는 23만5000∼26만8000원을 받는다. 일반 사설 보육시설보다는 30∼50% 싼 가격이다.
어린이집 설립을 주도한 김대수 홍보실장은 “단순 육아에 그치지 않고 교육이 병행될 수 있도록 매주 연령별 주간 교육계획안을 작성하고 연간 프로그램도 마련하고 있다”며 “연 1회 이상 소아 전문의 검진과 정기적인 치과 검진을 실시하고 분기별로 신체 측정을 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유 이사장은 “직장보육시설은 저출산과 육아문제, 업무능률 향상이라는 세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는 효과적인 방법”이라고 말했다.
수년간 취업난이 극심한 가운데 공단에서는 지난 6년간 여직원 20여 명이 자녀양육을 이유로 퇴사했다. 공단에는 현재 전체 직원 1114명 중 305명(27.3%)이 여직원으로 지난해에만 육아로 인한 휴직자가 29명에 달했다. 유 이사장은 “아이 걱정이 끊이지 않는 부모가 어떻게 회사에서 일을 제대로 할 수 있겠느냐”며 “직장 내 생산성을 높이기 위해서도 직장보육시설은 꼭 필요하다”고 말했다.
공단은 어린이집 설립은 물론이고 일과 가정의 양립, 출산 지원을 위해 임신한 여직원에게 월 18만 원의 장려금을 지급한다. 또 매주 수요일을 ‘가족사랑 패밀리데이’, 매달 6일을 ‘육아데이’로 지정해 정시퇴근을 시킨다. 직장 내 모유 수유방을 운영하고, 육아휴직도 적극적으로 권장하고 있다.
보육 수요가 적은 공단 산하 지사는 지방자치단체, 타 공공기관 등과 연계해 설치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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