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이더상 반잠수정과 새떼
형상 비슷해 구분 어려워
“뭉쳤다 흩어져 다시 南으로”
軍 “결국 새떼라는 증거”
침몰한 천안함 인근에서 대북경계 작전을 펼치고 있던 속초함이 사고 당일인 지난달 26일 밤 10시 57분 사격통제레이더에 잡힌 미상(未詳)의 물체를 향해 76mm 주포 130여 발을 5분간 쐈다. 속초함은 당시 물체를 ‘반잠수정’으로 판단해 사격을 했으나 나중에는 “새떼로 추정된다”고 공식 발표했다.
왜 이런 일이 벌어졌을까. 레이더상에서는 반잠수정과 새떼의 구분이 어렵다고 한다. 두 물체 모두 비슷한 형상으로 잡히고, 이동 속도가 40노트로 비슷해 분간하기가 쉽지 않다는 것이다. 특히 레이더상에서는 반잠수정이 반잠수 상태에서 날아가듯 이동하는 모습이 꼭 새떼가 무리를 지어 비행하는 것과 흡사하다고 한다. 해군 관계자들은 이런 반잠수정의 레이더상 이동 모습을 “튄다”라고 표현한다. 이기식 합참 정보작전처장은 지난달 30일 브리핑에서 “무언가 빠른 것이 북으로 올라가고 있었다”고 말했다. 이런 상태라면 ‘무언가 북으로 올라가는 것’이 반잠수정인지 새떼인지 구분하기 어렵다. 특히 촉각을 다투는 순간에는 레이더만으로 두 물체의 구별이 쉽지 않다.
하지만 시간을 두고 엄밀히 관찰하면 두 물체 사이의 차이점은 드러난다. 레이더상에 잡힌 물체가 흩어졌다 뭉쳤다를 반복하거나 이동 위치가 좌우 앞뒤로 불규칙하게 빠르게 이동할 경우에는 새떼일 가능성이 크다. 반잠수정은 빠르게 방향을 좌우 앞뒤로 바꿀 수 없고, 특히 추격을 당할 때는 북쪽으로 거의 일직선으로 이동하는 경향이 있다고 한다.
정부와 군 당국은 속초함의 레이더에 잡힌 물체가 새떼라고 거듭 강조했다. 군 관계자는 “물체가 이동하다가 흩어졌다 뭉쳤다를 반복했고, 그쪽을 향해 사격을 했더니 물체가 갈라진 뒤 방향을 바꿔 다시 남쪽으로 내려왔다”며 “도주하던 북한의 반잠수정이었다면 가다가 왜 방향을 다시 남쪽으로 돌렸겠느냐”고 반문했다. 이 관계자는 “잠수정은 레이더상에 보이는 형체가 새떼나 반잠수정과 다르며 레이더에 잘 잡히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