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화하는 디스크수술, 미세현미경은 정확성 안전성 검증…내시경은 절개 안 해 정상조직 손상 거의 없어
《인간이 직립보행을 시작하는 순간부터 얻게 된 가장 오래된 질병은 무엇일까? 바로 디스크다. 디스크는 나이가 들면 누구도 피하기 어려운 퇴행성 질환 중 하나. 오래 사용한 만큼 낡아지는 것은 물건이나 신체나 다름없다. 사용이 가장 많은 요추(허리뼈) 4, 5번 사이, 요추 5번과 천추(엉덩이뼈) 1번 사이에서 디스크가 주로 발생하는 것도 이런 까닭이다. 흔히 디스크로 불리는 질환의 이름은 ‘요추추간판탈출증’이다. 추간판이 바로 디스크다. 척추 뼈와 뼈 사이의 연골로 탄력성이 강한 수핵 형태를 ‘섬유륜’이라는 막이 감싸고 있다. 섬유륜이 약해지면서 수핵이 터져 나오는 것이 추간판탈출증, 일명 디스크다. 의학이 발전함에 따라 디스크의 정확한 진단과 빠르고 안전한 수술이 이뤄지고 있다. 극심한 통증을 느끼는 디스크도 이젠 수술로 회복이 가능하다. 최근 디스크 치료에 주로 쓰이는 방법으로 미세현미경과 내시경수술법을 꼽을 수 있다. 환자들에겐 익숙한 수술법이지만 어떤 특징을 가졌는지 두 치료법이 어떤 점에서 무엇이 다른지 정작 잘 알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 오랜 시간에 걸쳐 검증된 치료법, 미세현미경수술
“미세현미경수술은 디스크 수술 중 가장 고전적이고 역사적인 수술법으로 오랜 기간을 거쳐 안전성과 결과가 검증된 치료법입니다.”
강북 21세기병원의 김재학 원장은 미세현미경수술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척추수술이 처음 시행된 것은 1930년대. 이때는 등을 10cm이상 길게 절개한 후 척추를 덮는 근육과 인대를 벌려 디스크 돌출 부위를 제거하는 ‘큰절개수술법’이 시행됐다. 수술 시 정상적인 근육과 인대 등에 손상을 줄 수 있어 후유증이나 합병증이 심할 수 있는 것이 단점이었다.
국내에 1990년대 처음 도입된 미세현미경수술은 초기 척추수술이 진화한 케이스다. 상처가 크고 정상 조직 손상이 심하다는 기존 큰절개수술법을 보완한 것이다.
미세현미경수술시 절개 범위는 보통 1.5∼2cm다. 절개된 틈 안으로 현미경을 이용해 디스크 돌출 부위를 보면서 제거하는 것이 기본 원리. 맨눈으로 보던 것을 미세현미경을 통해 보는 것만 다를 뿐 수술방법은 기존과 같다. 미세현미경을 통해 더 자세하고 정확하게 수술부위를 볼 수 있다. 절개부위가 작아진 만큼 찢어야하는 근육과 인대, 뼈에 내는 구멍의 크기도 작아졌다. 그만큼 수술로 인한 정상조직손상을 최소화할 수 있다.
미세현미경수술에 걸리는 시간은 평균 40분 내외로 하반신마취로 진행된다. 수술 후엔 개인차가 다소 있지만 당일 6시간 정도만 지나면 걸을 수 있다. 입원 기간은 3일 정도로 수술 부위 통증이나 회복 상태에 따라 다를 수 있다.
최근엔 미세현미경에서 더 발전한 미니현미경수술도 이뤄진다. 미니현미경은 1cm 정도 절개해 절개부위와 조직손상이 더 작아졌다는 것이 특징이다.
○ 정상 조직 손상 거의 없어, 회복 빠른 내시경 수술
“내시경수술은 현재까지 개발된 디스크 수술법 가운데 가장 정교하며 정상 조직 손상이 적은 치료법입니다.”
서초 21세기병원의 배재성 원장은 내시경 수술의 특징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내시경수술은 우리나라에선 약 15년 전부터 시작된 디스크 수술법이다. 정상 조직 손상이 거의 없어 회복기간이 짧고 일상생활로 복귀가 빠르다. 내시경수술은 직경 6mm의 가는 관을 옆구리나 등 쪽에 삽입해 이뤄진다. 관 속은 카메라, 흡입, 디스크 제거 공간으로 나뉜다. 이렇게 나뉜 공간 안에서 모든 수술 과정이 이뤄진다.
내시경수술은 피부를 절개할 필요가 없다. 관을 넣을 때 주사 바늘과 같은 매우 가는 예비관을 넣어 길을 먼저 만든 후 조금 더 넓은 관을 넣어 구멍을 뚫는 방식이다.
관은 뼈와 뼈 사이, 뼈와 인대 사이 빈 공간에 들어간다. 근육이나 인대를 절개하거나 벌리지 않고 뼈를 절제할 필요가 없는 것도 이 때문이다. 수술은 내시경 카메라에 연결된 외부 모니터를 보면서 이뤄진다. 손상 부위를 찾아 돌출된 디스크를 제거하고 제거한 디스크는 흡입기를 통해 빨아들인다. 수술은 국소마취로 이뤄진다. 기존 시술법에 비해 신경손상이나 자극을 최소화할 수 있다.
내시경수술은 수술한 당일에도 퇴원할 수 있다는 정점이 있다. 통상 수술 후 6시간 정도 안정을 취한 뒤 바로 퇴원한다.
배 원장은 “회복기간이 짧아 직장인이나 수험생 등 업무나 학업으로 빨리 복귀해야하는 사람들이 주로 찾는다”고 전했다.
내시경 수술은 디스크의 퇴행이 심각할 때는 수술이 제한될 수 있다. 고령인 환자들은 퇴행성 디스크와 협착 증상이 동반되는 경우가 많은 만큼 이 수술법이 적합하지 않다.
○ 좀더 작게, 좀더 정밀하게
두 수술법의 특장점만 간단히 비교해보자. 미세현미경수술은 안전하고 정확하다는 점, 내시경수술은 정상조직 손상이 거의 없다는 점을 들 수 있다.
김 원장은 “두 수술법의 장점을 더욱 확장하기 위해 미세현미경수술은 정상조직 보존에 대해 더 연구하고 내시경수술은 퇴행성디스크도 수술할 수 있도록 수술 대상 범위를 넓혀야한다”고 말했다.
배 원장은 “특정 수술법만 환자가 무조건 고집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면서 “가장 좋은 치료법은 병의 정도와 상태를 의사와 충분히 상담한 후 증상에 적합한 수술을 받는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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