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부터 까나리 ‘황금어장’ 천안함 인양작업 길어져 조업 못하고 그물만 만지작 손님없는 횟집들 ‘개점휴업’
천안함 인양작업이 장기화되면서 조업에 나서지 못하는 백령도 어민들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봄철 관광객마저 크게 줄어 백령도 전체 경기가 침체될 조짐도 보이고 있다.
백령도의 특산품 가운데 하나는 까나리다. 까나릿과의 바닷물고기로 몸은 원통형으로 길며, 등은 녹색을 띤 갈색이고 배는 은빛흰색이다. 백령도 주민들은 김치, 찌개 등 거의 모든 음식을 까나리액젓을 써서 만든다. 어민들은 까나리 한 통(300L)에 약 25만 원의 수입을 올린다. 많이 잡히는 날은 30통까지 어획량을 올릴 수 있어 어민들의 주 수입원이 되고 있다.
천안함 함수가 침몰된 백령도 장촌포구 앞 해역에는 원래 4월부터 까나리 ‘황금어장’이 형성된다. 이미 어민들은 그물을 손질하느라 여념이 없다. 이번 주부터는 본격적으로 그물을 설치해야 하지만 어민들은 어선을 띄우지 못하고 발만 동동 구르고 있다.
해군은 인양작업 때문에 이 해역을 철저히 통제하고 있다. 최치호 어촌계장(63)은 “매년 이맘때면 어장에 닻을 내리고 부표들을 띄운 다음 밧줄로 연결해 그물을 설치한다”며 “하지만 인양 및 수색 작업에 참여한 배의 스크루가 그물에 걸릴 수 있어 해군이 그물 설치를 미뤄달라고 요청했다”고 말했다. 어민들은 실종자 가족들을 앞에 두고 이런 걱정을 털어놓는 것도 부담스러워 속으로만 끙끙대고 있다. 어민 최모 씨(45)는 “백령도 주변 해역이 빨리 정리돼 우리도 정상 조업에 나섰으면 좋겠다”고 한숨을 쉬었다.
봄철 성수기 관광객도 크게 줄었다. 매년 4월경 백령도에는 매주 1000여 명의 관광객이 입항했지만 천안함 침몰사건 뒤에는 10분의 1 수준으로 떨어졌다. 박동식 백령문화투어 사장(52)은 “‘실종자 가족들에게 미안해 관광을 못 가겠다’는 예약자들의 취소 전화가 잇따르고 있다”며 “지금은 관광객이 아예 없다고 보는 게 맞다”고 말했다. 횟집 등 상인들도 울상이다. 백령도 연화리 두문진에서 장산곶횟집을 운영하는 허정근 사장(43·여)은 “예년 같으면 하루 40∼50명 정도 손님을 받았지만 지금은 거의 문을 닫다시피 하고 있다”며 “두문진에 있는 횟집 13곳이 모두 이런 형편이라 오후 7시에도 문을 닫는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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