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진해 웅동초교 ‘한준위 추모 특별수업’ 현장 숙연한 교실 신문기사-영상 보고 소감 발표 그리운 추억 “아빠랑 제게 밥도 사주셨죠”
눈물의 편지 “제 마음속 영원히 기억될 것”
‘(한) 한주호 준위께서, (주) 주위에 어려운 일이 있을 때, (호) 호랑이처럼 달려와 사람들을 돕는다.’(경남 진해시 마천동 웅동초등학교 5학년 1반 정민지 양이 고 한 준위에게 바친 삼행시) 6일 오전 9시 50분 웅동초교 5학년 1반 교실에서는 아주 특별한 수업이 열렸다. 학교 측이 2교시 도덕시간에 ‘한주호 준위의 희생정신’이라는 주제로 특별수업을 편성한 것.
특별수업은 안효성 담임교사(36)가 한 준위와 관련된 동영상과 신문 기사를 보여준 뒤 학생들의 소감 발표, 추모 글, 편지, 삼행시 쓰기, 신문 만들기 등으로 진행됐다. 한 준위의 생전 동영상이 나올 때는 교실 전체가 숙연해졌다.
“지난해 3월 한 준위님께서 아빠랑 제게 밥을 사주셨어요. 아빠도 한 준위님께 교육받은 해군 특수전여단 수중파괴대(UDT) 소속 상사예요. 준위님에 이어 지금 소말리아 청해부대에서 근무하고 있는데요, 아빠가 멀리서 준위님 소식을 듣고 슬퍼하고 있어요.” 장유담 양은 눈시울을 붉혔다.
해군인 아빠가 며칠 전 천안함 침몰 해역에 다녀왔다는 박지영 양은 “자신보다 남을 먼저 생각하는 희생정신을 언제나 가슴 깊이 생각하겠습니다. 사랑하고 감사합니다. 제 마음 속에서 영원히 기억될 것 같습니다”라는 편지 글을 읽는 동안 계속 눈물을 흘렸다. 이치헌 군도 “해군 소령인 아버지에게 사건 전부터 한 준위님의 이야기를 많이 들었습니다. 그동안 저는 남이 시켜야 움직이고 친구들을 배려하는 마음도 부족했어요. 준위님의 이야기를 듣고 많이 부끄러웠어요. 저도 앞으로 희생정신과 용기를 키우고 싶어요”라고 다짐했다.
웅동초교 재학생 530여 명 가운데 130여 명이 장유담 양처럼 해군 가족 자녀다. 학교에서 50m 떨어진 곳에 해군아파트가 있다. 특별수업은 해군 자녀뿐만 아니라 해군가족 친구를 둔 학생들에게도 의미가 깊었다.
곽태호 군은 “이순신 장군과 유관순 열사의 전기문을 읽었을 때처럼 한 준위님 이야기를 읽고 많은 감동을 받았다”며 “우리가 공부하고 이런 생활을 누리는 것도 한 준위님처럼 나라를 위해 희생하신 분들의 애국정신 덕분”이라고 말했다.
40분 수업이 끝날 무렵 교실 칠판에는 대한민국 지도가 걸렸다. 학생들은 미리 나눠준 하얀색 국화그림 종이에다 한 준위에게 바치는 추모 글을 적은 뒤 지도에 하나씩 붙였다. 지도 전체가 추모글로 뒤덮였다. 안 교사는 “마음이 아픈 수업이었지만 한 준위님의 거룩한 희생정신으로 대한민국은 더욱 강해질 것”이라는 말로 수업을 마무리했다.
이날 웅동초교에서는 5학년 1반뿐만 아니라 이 학교 1∼6학년 모든 교실에서 같은 수업이 이뤄졌다. 4학년 2반 교실에서는 1분간 묵념을 한 뒤 특별수업을 진행하기도 했다. 윤한실 교장은 “보통 수업보다 아이들의 수업태도가 훨씬 진지했다”고 평가했다.
한 준위 추모 특별수업은 7, 8일 해군 자녀가 30%가량 재학 중인 진해여중과 덕산초교로 이어지는 등 이번 주 진해지역 28개 모든 초중학교에서 계속된다. 문장영 진해교육장은 “특별수업은 한 준위님의 고귀한 희생정신이 교육에 접목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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