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안함 침몰]증거 찾아도 재판 열려면 상대방 동의 있어야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4월 10일 03시 00분


국제사법재판소 사실상 무력
유엔제재-무력보복外방법 없어

국제사법재판소(ICJ)는 코르푸 해협 사건 판결에서 알바니아가 독일제 기뢰를 설치했다는 영국의 주장을 인정하지 않았다. 그런데도 ICJ가 알바니아에 배상 책임을 물은 이유는 자국 해안 부근의 기뢰 설치에 대한 고지 책임을 위반했기 때문이다. 이 판례를 통해 천안함이 기뢰 또는 어뢰 때문에 침몰한 것으로 밝혀지더라도 그 어뢰나 기뢰가 누구 것인지 명백히 법적으로 밝혀내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지 알 수 있다.

만약 천안함이 침몰한 해역에서 중국제 어뢰 파편이 발견됐다고 가정하면 비록 어뢰에 ‘Made In China(중국제)’라고 씌어 있더라도 ‘중국제 어뢰를 많이 수입한 제3국의 소행’이라고 단정할 수 없다. 제3국으로서는 “중국이 어뢰를 발사했을 수도 있고, 또 중국제 무기 쓰는 나라가 우리밖에 없느냐”며 발뺌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한국은 ICJ에서 가려보자고 제안할 수 있다. 그러나 범행을 부인하는 제3국이 이에 응할 가능성은 거의 없다. 중앙대 법대 이상돈 교수는 “당사자 중 한쪽이 동의하지 않으면 ICJ 법정이 시작될 수도 없다”고 말했다.

북한이 개량해 만든 것이 명백한 SAET 53-56 어뢰의 파편이 나와도 마찬가지다. 북한이 “우리가 수출한 무기 같다”며 ICJ로 가기를 거부한다면 달리 방법이 없기 때문이다.

결국 가해국이 인정하지 않으면 유엔 제재 또는 무력 보복으로 갈 수밖에 없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서울시립대 법학부 이창위 교수는 “사법적 해결이 불가능할 경우 유엔의 결의를 통해 가해국에 제재를 가하고 가해국의 인정을 이끌어내는 외교적 방법과 우리가 자위권을 행사해 무력으로 보복하는 조치 중에서 선택할 수 있다”고 말했다.

최우열 기자 dnsp@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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