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용(금융)부문과 경제(농축산물 유통) 부문 분리 과정에서 지원금 규모를 놓고 정부와 치열한 줄다리기를 펼쳐 온 농협이 “실사를 거친 뒤 정부의 지원을 요구하겠다”고 한발 물러섰다. 당초 농협은 정부에 6조 원의 출연금을 요구했다.
최원병 농협중앙회 회장(사진)은 8일 동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신경 분리와 관련해 정부에 지원을 요청할 때 실사를 거쳐 모자라는 만큼만 요청할 것”이라며 “공짜로 받겠다는 것이 아니라 무이자로 지원을 받되 분할해 상환하는 방안을 염두에 두고 있다”고 밝혔다.
정부와 농협은 그동안 신경 분리라는 큰 틀에는 합의했지만 △정부 지원금 규모 △조세 특례 △농협 보험 진출 등을 두고 이견을 보여 왔다. 특히 농협법 개정안 처리가 2월 국회에서 무산된 이후 정부의 지원금 규모가 최대 쟁점으로 부상했다. 농협이 6조 원의 정부 출연금을 요구하자 정부는 “신경 분리 이후 국제결제은행(BIS) 자기자본비율을 맞추기 위한 자금은 실사를 통해 출자할 의사가 있다”고 맞서왔다.
최 회장은 “분리 과정에서 발생하게 되는 세금에 대한 조세특례는 꼭 필요하다”며 나머지 항목에 대해서는 결코 물러서지 않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최 회장은 “농협의 경쟁력을 위해 신경 분리는 지금 하지 않으면 안 된다”며 “농민은 물론 소비자인 국민들도 모두 이익이 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최 회장은 또 “아무 탈 없이 퇴임하는 첫 농협 회장이 될 것”이라고 의지를 보였다. 앞서 민선 1, 2, 3기 회장은 모두 비리로 구속됐다. 최 회장은 “부정 없는 깨끗한 농협을 만들고, 사업 분리를 제대로 정착시키는 것은 꼭 하고 퇴임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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