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순일의 ‘내사랑 스포츠’]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알렉스 퍼거슨 감독과 LG의 박종훈 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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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4월 19일 10시 39분


알렉스 퍼거슨(왼쪽)-박종훈 감독. 동아일보 자료사진
알렉스 퍼거슨(왼쪽)-박종훈 감독. 동아일보 자료사진
프리미어리그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알렉스 퍼거슨 감독.

올해 69세인 퍼거슨 감독은 세 아들인 마크, 대런, 제이슨과 가까이 살며 손자들을 끔찍이 사랑하는 할아버지이지만 경기장에서는 열정의 화신으로 바뀐다.

퍼거슨 감독은 인상 좋은 평범한 할아버지와 피도 눈물도 없는 독재자의 이미지를 동시에 가졌다는 평가를 받는다.

그가 자상한 할아버지가 될 때는 경기장 밖에서 사적인 일을 할 때나 그날 경기가 아주 마음에 들었을 때이다.

다른 구단 감독들과 치열한 감정싸움을 벌이며 화를 낼 때는 화산이 터지듯 폭발하는 퍼거슨 감독이지만 박지성의 아버지 박성종 씨를 처음 만났을 때는 손을 덥석 잡으며 "식사 하고 가세요"라고 말할 정도로 다정다감하다.

반면 '화난 퍼기', '퍼기 분노'라는 타이틀을 늘 달고 살았던 퍼거슨 감독은 강한 규율로 선수단을 이끈다.

선수들의 헤어스타일과 복장, 심지어는 넥타이에까지 간섭을 한다. 그리고 선수들의 플레이가 마음에 들지 않거나 하면 참지를 못한다.

영국이 배출한 최고의 스타 중 한명인 데이비드 베컴도 그의 '폭발증'을 피해가지는 못했다. 베컴이 맨체스터에서 활약하던 무렵, 그날따라 베컴의 플레이가 영 마음에 들지 않았던 퍼거슨 감독이 탈의실에서 옆에 있던 신발을 걷어차 베컴의 머리를 강타해버린 일화가 남아있을 정도다.

하지만 이런 퍼거슨 감독이 있었기에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는 영국을 넘어 세계 최고의 명문 축구클럽으로 성장할 수 있었다.

1986년 퍼거슨 감독이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에 처음 부임 했을 때 맨유 축구팀은 '술주정뱅이 구단'으로 불렸다. 선수들이 알코올 중독에 빠져 있었으니 팀 성적은 말할 필요가 없는 상황.

이런 팀을 맡은 퍼거슨 감독은 '평생 일밖에 모른다'는 스코틀랜드 노동자 계급 출신답게 열정적으로 팀을 지도했고 1999년에는 트레블(FA컵, 프리미어리그, 챔피언스리그에서 모두 우승하는 것)을 이루기도 했다.

지난달 27일 개막해 열전에 들어간 2010 한국 프로야구.

명문구단으로의 재 등극을 노리는 LG 트윈스 야구단이 시즌 초반부터 팀 내분으로 큰 홍역을 치렀다.

박종훈(51) 신임 감독이 '에이스 투수' 봉중근(30)을 2군에 내려 보내면서 봉중근의 아내가 미니홈페이지에 감독에 대한 불만을 표출하고, 한 2군 선수 역시 미니 홈페이지에 오해를 살 만한 내용의 불만사항을 올리면서 삐걱대는 소리를 낸 것.

결국 봉중근이 "감독님의 뜻을 알겠다"며 사과한 뒤 다시 1군으로 올라가 시즌 첫 승을 거두며 화해하는 모습을 보였고 LG가 최근 2연승을 거두며 4위로 뛰어 올라 팀 분위기도 상승세를 타고 있는 상황. 하지만 LG가 진정한 명문구단으로 다시 자리 잡기 위해서는 가야할 길이 멀어 보인다.

알렉스 퍼거슨 감독과 박종훈 감독은 축구와 야구의 차이만큼이나 여러 면에서 차이가 있을 것이다.

그러나 그동안 침체의 늪을 벗어나지 못했던 LG를 부활시키기 위해 지휘봉을 잡은 박종훈 감독이 '퍼거슨 지도론'을 한번 쯤 연구했으면 한다.

퍼거슨 감독처럼 20년 넘게 팀을 지도하면서 LG를 한국을 넘어 세계적인 야구 명문구단으로 성장시키기를 바라기 때문이다.

권순일 기자 stt77@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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