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태균 ㈜토성FC 대표이사(59)는 1985년 포장마차로 시작해 바비큐 전문식당 ‘옛골토성’ 프랜차이즈 매장을 전국 43곳(직영점 4곳)과 중국에까지 진출시킨 국내 요식업의 입지전적 인물이다. 하지만 그의 명함만 보면 축구인으로 착각하기 십상이다. 종이카드처럼 접히는 4쪽짜리 명함의 앞면은 2002년 한일 월드컵 당시 자신의 응원 모습 사진으로 장식했고, 뒷면은 국가대표 축구 응원 이력으로 가득하다. 경기 과천시의 회사 집무실은 응원 도구, 유명인들이 서명한 축구공, 역사가 담긴 응원복 등으로 축구박물관을 연상시킨다.
4년마다 돌아오는 월드컵 해에 그의 일상은 그 어느 때보다 바빠진다. 월드컵 응원 준비 때문이다. 남아공 월드컵을 앞둔 요즘 그는 태극기를 넣은 응원단용 티셔츠를 제작하고 회사 홈페이지와 매장 홍보를 통해 원정 응원단을 모집 중이다. 50명은 확정됐고 공개 모집으로 뽑는 5명에겐 모든 경비를 대준다. 현지 치안 상황 확인과 남아공 한인회와 협조하기 위해 8일부터 17일까지 국가대표 공식응원단인 ‘붉은 악마’ 박창현 남아공 원정단장과 함께 답사도 다녀왔다.
20일 만난 권 대표는 수염이 덥수룩했고 월드컵에 대한 기대로 아이처럼 신난 표정이었다. “월드컵 100일 전부터 면도를 안 하고 있어요. 토종 감독님(허정무)이 이끄는 한국대표팀이 해외 원정 월드컵에서 16강에 오르기를 기원하는 마음 때문입니다.”
초등학교 시절부터 축구를 좋아했던 그가 응원과 인연을 맺은 것은 18년 전쯤. A매치가 열리는 경기장에서 당시 국내 유일 축구 응원단인 ‘아리랑 응원단’을 알게 돼 합류했다. 일단 시작하면 뭐든 열정적인 그는 금방 응원단 핵심으로 자리 잡았고 2002년 한일 월드컵을 앞두고 일본체육회의 제안으로 성사된 한일 공동응원단 단장을 맡았다. 그렇게 시작한 축구 응원 이력은 지금까지 해외 원정만 40회를 넘을 만큼 삶의 중요한 부분이 됐다.
“마라톤 주자들이 코스 중반쯤 넘어서면 다리가 천근만근이에요. 그런데 길옆에서 응원을 보내면 날아갈 것 같지요. 축구도 마찬가지 아닙니까. 응원의 힘이 엄청나요.”
“경기장에서 가장 재미없는 사람들이 팔짱끼고 있는 앉아 있는 사람들이에요. 그런 사람들한테는 옐로카드를 뽑아듭니다. 처음엔 쭈뼛대던 사람들이 금방 응원단과 한마음이 되지요.” 축구 얘기로 밤새우는 건 그에겐 일도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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