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지난해 2월부터 추진한 ‘공공기관 대졸 초임 삭감을 통한 일자리 나누기’ 정책이 일자리 나누기 없이 대졸 초임을 깎는 데만 주로 활용된 것으로 밝혀졌다.
21일 동아일보와 한나라당 김성식 의원실이 이 정책 적용 대상인 297개 공공기관(공기업과 준정부기관 등) 가운데 자료를 제공한 246곳의 지난해 채용실적을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이들 공공기관은 모두 대졸 초임을 4∼26%(약 100만∼1000만 원) 삭감했다. 하지만 대졸 신입사원을 뽑은 곳은 조사 대상 기관의 38.6%인 95곳(1906명)에 그쳤다. 나머지 151곳(61.4%)은 대졸 신입사원을 단 한 명도 채용하지 않았다. 실제로 인천국제공항공사는 대졸 신입사원의 연봉을 4067만 원에서 3000만 원으로 깎았지만 대졸 신입사원은 한 명도 뽑지 않았다. 3732만 원에서 2866만 원으로 깎은 한국마사회도 대졸자를 채용하지 않았다.
대졸 신입사원을 채용한 95곳 가운데 삭감된 임금만큼 남은 여유 재원을 일자리 나누기에 활용한 곳도 근로복지공단 등 53곳(1255명)에 그쳤다. 나머지 42곳은 이 돈을 활용하지 않거나 자체사업 재투자 등 엉뚱한 곳에 사용했다.
글로벌 금융위기가 닥친 지난해 2월 정부는 이명박 대통령 주재로 ‘제8차 비상경제 대책회의’를 열고 297개 공공기관을 대상으로 대졸 초임을 낮추는 대신 일자리를 늘리는 사업을 추진하겠다고 발표했다. 당시 이 정책은 “신입사원에게만 고통 분담을 요구한다”는 비판을 받았지만 ‘일자리 나누기’가 더 중요하다는 대의명분 때문에 전격 시행됐다. 김 의원은 “재정부가 대졸 초임 삭감으로 발생한 여유 재원을 일자리 나누기에 활용하겠다고 했지만 당초 취지와는 동떨어진 결과를 초래했다”고 지적했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