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컵 4색 칼럼]황제 대관식 노리는 메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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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4월 2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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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준희 KBS 해설위원

《대한민국은 과연 16강에 오를 수 있을까? 세계적인 칼럼니스트 랍 휴스와 홍명보 올림픽축구대표팀 감독, 한준희 KBS 해설위원, 양종구 본보 기자가 50일 앞으로 다가온 남아공 월드컵을 네 가지 색깔로 봤다. 스포츠에는 다양한 시각이 존재한다. 네 가지 맛을 느끼며 월드컵을 즐길 준비를 해보는 것은 어떨까.》

축구에 있어 역대 최고 선수 논쟁은 무척 흥미롭다. 물론 그것이 비생산적이거나 감정적인 색채를 띠는 경우도 적지 않기는 하지만 말이다. 역대 최고의 선수가 누구냐는 물음에 모든 이가 수긍할 결론을 내리기란 쉽지 않다. 무엇보다 우열을 가리는 기준 자체를 규정하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어떤 이들은 준우승에 그친 요한 크라위프(네덜란드)가 월드컵을 들어올린 그 어떤 선수보다 혁명적이었다고 회고한다. 월드컵과 아예 인연이 없는 알프레도 디 스테파노(아르헨티나), 조지 베스트(잉글랜드) 지지자들은 월드컵 출전이 최고의 선수를 위한 필수조건이 아님을 주장한다. 포지션과 시대의 차이도 논쟁을 복잡하게 만든다.

하지만 이렇듯 다양한 논거에도 역대 최고 선수 논쟁의 양대 산맥은 역시 펠레(브라질)와 디에고 마라도나(아르헨티나)다. 둘은 모두 월드컵 우승을 이끌었고 소속 클럽에서도 탁월한 업적을 쌓았을 뿐 아니라 그라운드 위에서 펼쳐 보인 경이적인 플레이와 영향력에서 최고를 다툴 만하다. 장기간에 걸쳐 한 시대 전체를 대표하는 얼굴로서 군림했던 존재감도 비슷하다.

따라서 현재의 어떤 선수든 펠레, 마라도나와 비교된다면 이는 그 자체로 괄목할 만한 일이다. 그런데 바로 남아공 월드컵에서 한국 대표팀이 상대할 한 사나이가 지금 전 세계 언론과 전문가로부터 이와 같은 대접을 받고 있다. 다름 아닌 아르헨티나 출신 FC 바르셀로나(바르사) 공격수 리오넬 메시다. 3월 중순부터 메시는 발렌시아(3골), 슈투트가르트(2골), 사라고사(3골), 아스널(4골)을 상대로 한 경기도 빼놓지 않고 서너 명의 수비수를 철저히 농락하는 절묘한 골을 연거푸 작렬시켰다.

만 19세이던 3년 전 메시는 레알 마드리드를 상대로 해트트릭을 했고, 헤타페와의 경기에선 무려 6명의 상대 선수를 따돌리는 장거리 드리블 골을 터뜨림으로써 1986년 멕시코 월드컵 잉글랜드전의 마라도나와 완벽하게 같은 장면을 연출했다. 바르사의 경이적인 6관왕을 이끌었던 지난 시즌 38골에 이어 올 시즌에는 벌써 40골에 도달했으니 메시에게 있어 도무지 한계란 없어 보인다.

남아프리카공화국 월드컵 B조 리그에서 16강 진출을 놓고 한국과 맞붙는 나이지리아, 그리스, 아르헨티나의 간판선수들. 위부터 나이지리아 미드필더 존 오비 미켈, 그리스 공격수 테오파니스 게카스, 아르헨티나 공격수 리오넬 메시, 한국 미드필더 박지성. 동아일보 자료 사진
남아프리카공화국 월드컵 B조 리그에서 16강 진출을 놓고 한국과 맞붙는 나이지리아, 그리스, 아르헨티나의 간판선수들. 위부터 나이지리아 미드필더 존 오비 미켈, 그리스 공격수 테오파니스 게카스, 아르헨티나 공격수 리오넬 메시, 한국 미드필더 박지성. 동아일보 자료 사진
월드컵에서까지 잘한다면? 어쩌면 그는 최고의 선수를 가리는 논쟁에서 펠레와 마라도나의 그림자를 완전히 벗어난 최초의 선수가 될는지도 모른다.

한준희 KBS 해설위원 junehhahn@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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