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안함 침몰] “아들아 이제야 왔느냐… 얼굴 좀 보자”

  • Array
  • 입력 2010년 4월 23일 03시 00분


코멘트
朴하사 어머니 “그나마 다행”
“깨끗하게 아들 맞아야지” 세수하고 함대서 기다려
어머니 수술비 적금붓던 효자


22일 오후 박보람 하사의 시신이 발견됐다는 소식을 접한 박 하사의 어머니 박영이 씨(48)는 “우리 아들이 돌아왔어요”라고 말한 뒤 그 자리에 털썩 주저앉았다. 박 씨는 경기 평택시 해군 2함대사령부에서 하루하루를 피 말리는 심정으로 아들의 소식을 기다려왔다. 실종자 가족 숙소 상황실에 있었던 나재봉 장례위원장은 “박 하사 어머니가 시신 발견 소식을 비교적 담담하게 들으면서 기뻐했다”며 “그래도 맘이 복잡한지라 특별한 말은 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22일 잠시 전화를 받은 박 씨는 “나중에 얘기하자”며 떨리는 목소리로 말을 잇지 못했다. 박 씨는 마음을 가라앉힌 뒤 “깨끗하게 아들을 맞아야지”라면서 화장실로 가 세수를 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날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함수 인양작업을 지켜보려고 백령도 해역의 성인봉 함에 있던 아버지 박봉석 씨(53)는 소식을 접하자마자 곧바로 시신이 옮겨진 백령도를 찾아 아들의 시신을 확인했다.

천안함 침몰사건 발생 27일 만인 22일 시신으로 발견된 박보람 하사가 생전에 사복을 입고 찍은 사진. 동생 용람 씨가 촬영해 자신의 미니홈페이지에 올려놓은 것이다. 동아일보 자료 사진
천안함 침몰사건 발생 27일 만인 22일 시신으로 발견된 박보람 하사가 생전에 사복을 입고 찍은 사진. 동생 용람 씨가 촬영해 자신의 미니홈페이지에 올려놓은 것이다. 동아일보 자료 사진
실종 사병 7명 가족을 비롯한 다른 가족들은 박 하사의 시신이 발견됐다는 소식에 박수를 치며 크게 반가워했다. 고 안동엽 상병의 어머니 김영란 씨(54)는 “숙소의 어머니들 모두가 박수를 치며 함성을 지르고 난리”라며 “기다린 보람이 있다. 너무 기쁘다”고 말했다. 실종자 박성균 하사의 할머니 장지기 씨(72)는 “다른 분이라도 찾았다고 하니 다행”이라며 “우리도 희망을 갖고 있다”고 덧붙였다. 고 김동진 하사의 어머니 홍수향 씨(45)는 “보람이가 죽어서도 효자”라며 눈물을 지었다.

박 하사의 어머니 박 씨는 인양된 함미에서 박 하사의 시신이 나오지 않았던 17일 “시신이라도 찾을 수 있다면 눈이 멀어도, 평생 걷지 못해도 상관없다”며 오열했다. 해군으로부터 전달받은 아들의 속옷과 손수건을 부여잡고 “아직도 찬 바닷속에 있을 아들을 생각하면 밥도 넘어가지 않는다. 살아 있는 자체가 사치로 느껴진다”며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 22일 비록 시신인 채였지만 마침내 어머니의 품으로 돌아온 것은 소문난 효자 박 하사의 마지막 효도였다.

박 하사는 다리가 불편한 어머니 박 씨를 항상 걱정했다. 어머니 수술비로 쓰려고 월급 104만 원에 6만 원을 보태 110만 원씩을 매달 정기적금으로 붓고 수당으로만 생활했던 아들이다. 어머니에게 마지막으로 남긴 육성은 “이번 달은 월급이 많아요. 아픈 허리에 쓸 약을 지어 드세요”라는 말이었다.

박 하사는 입대 직전 어머니에게 14K 금반지를 선물하기도 했다. 어머니 박 씨는 “너무 작아 새끼손가락에만 겨우 들어가지만 아들이 준 이 반지를 평생 빼지 못할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동료 승조원들 사이에서는 신망이 두터웠다. 가족들과 통화하고 싶다는 후임병들에게 휴대전화를 빌려줘 한 달 휴대전화 비용이 20만 원이 넘게 나온 적도 있다.

평택=이미지 기자 image@donga.com

조종엽 기자 jjj@donga.com






▲동영상=46인의 수병들, 우리가슴에 귀환하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